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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ational Doragraphycs/시사

우리는 북한을 어떻게 바라보아야 하는가

우리는 북한을 어떻게 바라보아야 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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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리즈의 "언아더 데이(An other day)"를 보면 북한은 매우 호전적이고 강력한 국가로 묘사된다문 대령 역을 맡은 윌 윤 리 (35한국 이름은 이성욱)의 냉혹한 악당 연기도 그렇지만 미국의 인식 속에서아니 적어도 할리우드 작가들의 머리 속에서 북한은 미국 최대의 적이며 세계 평화를 위협하는 국가 중 하나이다.

 

 실제로 북한이 세계 평화를 위협할만한 힘을 가졌느냐를 놓고 본다면 북한에 대한 미국인의 인식은 말 그대로 "할리우드 식 액션"이라고 볼 수 밖에 없다이종석 전 통일부 장관의 말에 따르면 북한의 1인당 GNP는 약 370달러로 우리나라와 비교했을 때도 현격한 차이를 보인다.경제규모뿐 만이 아니다인구 수군사력 등 여러 부분에서 이미 북한은 남한에게 더 이상 위협이 대상이 되지 않는다하물며 태평양을 끼고 위치한 미국에서 북한의 도발이란 그야말로 "먼 나라 이야기"일 수 밖에 없다.

 

 그런데 '반공 이데올로기'와 더불어 북한의 핵 무장잦은 군사 세레모니는 북한이 아직 건재하며 여전히 위협적으로 보인다과연 그런가?우리는 여기서 북한이 군사 강대국으로써 그 영향력을 여전히 보유하고 있는지 생각해 보아야 한다핵무기를 제외한다면 북한이 보유하고 있는 무기 체계는 2차 대전 시기의 그것에 조금 진보한 수준에 지나지 않는다그리고 그것이 지닌 살상력과는 별개로구형 무기가 현대전에서 실제로 발휘하는 전쟁 수형 능력은 지난 아프가니스탄 전에서 입증된 바 있다이라크아프가니스탄 전에서 미군의 신형 탱크는 다수의 구식 탱크들을 압도하기에 충분했다이는 현대전에서 더 이상 병력과 장비의 개수는 중요치 않다는 것을 실감케 한다.

 

 오히려 북한의 다양하고 적극적인 외교 퍼포먼스는 북한이 대외 사정에 얼마나 의존하고 있는가를 보여준다우리 나라의 몇몇 정치인들과 미국의 정치가가 지극히 정치적인 사안들을 두고 자국민들의 적개심을 불러일으켜 북한을 공포국가로 분류하고 있을 때북한은 무섭게 보이도록 스스로 분장해야만 했다.

 

 지금은 많이 언급되지 않고 있지만 통일 전 독일은 현재 북한과 남한의 모습과 비슷한 면모가 있다이를테면 서독이 동독을 흡수 통일하기 직전 양 국의 관계가 그렇다동독에게 서독의 압도적인 경제력과 군사력그리고 주변을 에워싸고 있는 강대국의 존재는 늘 자주와 정권 유지를 위협하는 요소들이다거대한 물 웅덩이와 만난 물 한 방울이 흔적도 없이 흡수되는 것처럼 거대한 자본력그로인한 경제 주권의 침탈은 충분히 예상할 수 있는 일이었다때문에 북한 정부는 남한과 주변의 강대국들이 침략에 대한 만성적인 두려움을 갖고 있다.

 

 만약 북한이 사회주의를 포기하고 시장을 개방하면 어떻게 될까첫째로북한의 대부분 주민들은 일자리를 잃게 된다사회주의적인 시스템이 무력화되기 때문에 공장에서 일을 하더라도 배급이 더 이상 나오지 않기 때문이다먹고 살기 어려워진 북한 주민들은 휴전선을 건너오거나 압록강두만강을 너머 중국러시아에서 생존을 도모할 것이다북한의 토지는 대부분 거대 자본이 매입한다고향 땅에 남은 북한 주민들은 지극히 값싼 노동력으로 팔려 노예와 다름 없는 생활을 할 것이다그들에게 냉혹한 시장 논리에 맞설 힘은 시작부터 존재하지 않았고 북한 정부는 어마어마한 자본에 휩쓸려 사라질 것이다.

 

 개방 여파는 남한에도 곧 밀려온다일단 북에서 내려온 극빈층이 서울 등 대규모 도시로 유입되는 것은 불가피하다그런데 이들을 먹여 살리기 위한 능력이 남한이 가지고 있을 지 의문이다우리 사회는 2천만 명이 넘는 북한 난민들을 수용할 사회경제적 여유가 있는가지금도 실업난과 빈부의 격차가 점차 사회적인 문제로 대두되는 현 시점에서 이런 문제에 대한 대비책을 마련할 수 없을 것 같다따라서 무방비로 노출된 난민 문제 때문에 국내 치안이 불안해지고 잊따라 일어나는 많은 사회적 문제와 경제 쇠퇴는 충분히 예상할 수 있는 일이다.

 

 실상 북한이 남한의 주도권 아래 들어온다는 보장은 어디에도 없다냉혹한 국제 관계에서 과거의 영토혹은 소유물이었다는 이유만으로 그것에 대한 소유권을 손쉽게 획득할 수 있다라는 생각은 지나치게 낭만적인 발상이다오히려 북한 난민에 대하여 수용능력이 없는 남한보다 중국과 러시아는 광대한 영토와 거대한 경제 규모 덕분에 북한 주민들의 생존을 보장하기에 더 유리하다북한이 이대로 자멸한다면 어느 국가든지 우리나라보다 유력한 인수 후보가 될 수 있다.

 

 북한 문제는 다양한 시각으로 제기되고 있지만 결국 해결책은 한가지뿐이다동독이 서독에게 흡수당할 때 급작스러운 개방은 동독 주민의 생존권을 위협하고 "차라리 옛날이 좋았다"라는결국 사회주의로 회귀하길 바라는 복고적 분위기만 조성했다우리나라의 경우현재로써는 서독처럼 북한을 흡수할만한 경제력도 없거니와 통일 그 자체가 국가에 큰 타격이 될 것이다따라서 북한이 남한과 통일하기 위해서는 일단 경제적으로 현격한 차이를 최대한 줄여야 한다그리고 북한 정부가 망할 지라도 북한 주민들의 생존을 보장할 만큼 생산량을 끌어올려야 한다그런 의미에서 김대중 전대통령의 햇볕 정책은 어느 정도 옳았다이는 단순히 "퍼주기 정책", "친북 빨갱이 정책"이 아니라 통일 직후에 예상되는 혼란을 막을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이다이러한 장기적인 투자 없이 우리가 북한이라는 가난한 신부를 맞아들일 수 있는 방법은 아마 없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