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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칼럼

자기계발서에 대한 GQ의 뒤늦은 험담에 대한 험담




 GQ를 오랜만에 봤다. 한때 내가 사랑했고, 여전히 남성지의 현재와 미래를 책임지리라 생각한 잡지였다. 새해를 맞아 몇 가지 기고문이 네이버에 올랐다. 제목은 <새해 첫날 서점에서 자기계발서를 들추고 있는 사람들에게>이다. 날짜를 살펴보니 2014년 1월에 게재한 글이다. 내용인즉슨 자기계발서는 빤한 내용에 당장 당신의 처지에도 맞지 않으니 때리치라는 것이다. 말이야 맞는 말이다. 한 5년 전에 이 글이 실렸으면 좋았을 것이다.


 경제 환란기를 틈타 자기계발서가 유행을 탄지 어언 5년도 더 되었다. 자기계발서의 원조격인 <7가지 습관>은 고전의 반열에 들어선지 오래다. <마시멜로 이야기>나 <모리와 함께한 화요일> 등등 역시 권장 연령대가 한참은 내려간 책이 되었다. <6주만에 몸짱되기> 같은 제목마냥 '이렇게만 살면 대박이 날 수 있다.'라고 호언장담을 하는 책은 많았다. 그러나 현실이 그렇게 녹록한가 말이다. 6주만에 몸짱이 되는가 안되는가는 시간이 지나면 금방 뽀록이 난다. 물론 여기에는 독서자가 책의 내용을 그대로 실천에 옮겼냐는 물음이 남지만, 자기계발서의 조언들이 실천적이지 않다는 불평은 유효하다. 공수표를 남발해대던 자기계발서의 붐이 사그러드는 것은 자명했다. 종교가 아니고서야 그 밑천 없는 장사를 언제까지 유지할 수 있겠나. 다만 억울한 것은 때맞춰 한몫 챙긴 자기계발서의 저자와 출판사가 아니라, '행복하려면 미래를 생각하지 마라' 혹은 '행복하려면 미래를 계획하라' 따위와 같이 양립할 수 없는 제목의 책마저 한 책장에 진열해 둔 독자들이다.


 지큐의 새침한 태도를 가늠해보면 예전부터 자기계발서에 대한 시선이 곱지 않았던 것 같다. (과거에 자기 계발서에 관련한 기사가 있었는지는 기억이 나지 않는다) 하지만 지금에 와서 이런 내용이 무슨 의미가 있겠나. 문화 현상 중에서는 오로지 현시점에서만 유의미한 것이 있고, 이것에 대한 비판 역시 그것이 진행 중일 때에서 써야만 힘을 얻는다. 특히 역사적 갈무리를 하기에는 지나치게 변덕스럽고 호들갑스러운 유행 풍조에 대한 비판글은 비판 대상의 성질에 맞추어 핫하고 즉석적으로 발행되어야 한다. 지큐의 태도는 마치 이명박 정부가 물러나자 터진 봇물처럼 사대강 비판 기사쓰는 언론을 보는 듯하다. 주춤거리는 상대에게 주먹을 휘두르는 것이 주류 잡지의 파워라는 것일까. 아니면 꺼진 불도 다시 보자는 안전제일주의의 구호일까.


 앞으로 우리 시대에 자기계발서가 또 다시 유행할지는 모르겠다. 적어도 단기적인 관점에서 유행은 순환적인 속성을 보인다. 역사의 반성이란 근엄한 자들에게나 존재한다는 듯, 그들을 꼰대 취급(요새 말로 '선비' 취급)하는 반대편의 꼰대들은 익숙한 것을 새로운 것인양 선언한다. 만약 그때가 되면 지금 책장에 꽂힌 자기계발서를 재활용하는 경우도 생길까? 장담할 수는 없지만 아마 그렇지는 않을 것이다. 미니스커트에 유행이 제3의 전성기를 맞든, 제5의 전성기를 맞든 70년대에 부모 세대가 입었던 미니스커트를 다시 꺼내입을 수 없는 것과 마찬가지다. 유행하는 것은 캐치프래이즈이지, 물건 자체가 아니기 때문이다. 그런데 만약 자기계발서가 다시 유행을 탄다면, (혹은 이와 유사하게 유행이 지나면 비로소 한심하게 느껴지는 소비유행이 되돌아왔을 때) 지큐는 어떤 기사를 낼 것인가? 여전히 독자들더러 '그때 너는 멍청하게 행동했어.'라고 말을 할텐가?


 지큐는 신년부터 왜 내가 과거에 멋모르고 샀던 자기계발서를 상기시키는가. 그들은 왜 뒤에서 혹은 뒤늦게서야 무력하기 짝이 없는 목소리를 내는가. 왜 이리도 식상한가. 또는 비겁한가.


지큐 - 새해 첫날, 서점에서 자기계발서를 들추고 있는 사람들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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