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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칼럼

박정희에 대한 평가의 한계와 그 선결문제들




박정희의 공과를 중립적으로 다루어야 한다는 주장은 선결문제의 오류를 갖고 있다. 먼저 던져야 할 질문은 이것이다. 박정희는 공적과 허물을 중립적으로 다룰만한 위치에 있는 대통령인가? 다시 말해, 다른 정부/정권과 동일한 잣대와 시각으로 다룰 수 있는 정부/정권이냐는 것이다.


이것은 결국 과정과 전제의 문제다. 역대 정부를 한쪽에 치우치지 않고 신중하게 평가하는 시도는 그 역대 정부가 우리 손으로 뽑은 민주주의적인 정부라는 전제에 한해서만 정당하다. 만약 누군가 그 전제를 어겼다면, 평가 역시 다른 잣대를 들이댈 수밖에 없는 것이다. 바로 그 때문에 박정희에 대해서는 정치적 중립이란 미명으로 성과를 상찬하자는 주장은 넌센스인 것이다. 박정희 정부 자체가 정치적인 집단이 아니다. 박정희 일당은 정치집단이 아니라 원래 군인조직이었으며, 더 정확히 말해서는 국가의 수호자인 군대를 사병화하여 청와대를 점거한 무력조직이다. 그들은 민주주의의 절차를 훼손했고, 나아가 의회를 해산해서 민주주의 자체를 말소하려고 했다. 이들은 적어도 민주주의 내에서는 온건한 정치집단으로 간주될 수 없다.


대한민국은 헌법을 통해 민주주의국가임을 스스로 선포한다. 따라서 한국은 민주주의적 견지에서 박정희를 판단해야 하고, 민주주의적 관점에서 박정희 정권이 다른 적법한 정권과 엄연히 다른 위상에 있음을 분명히 해야 한다. 다시 말하지만 박정희 정권은 다른 정권과 그 전제가 다르며, 이 때문에 동일한 잣대로 판단할 수 없다. 간단하게 말해 박정희 정권은 마치 정당한 권력인양 냉정하게 평가받을 깜냥도 되지 않는다. 저속한 예를 들어 미안하지만 동일한 행위라고 해서 누가 애인의 섹스기술을 강간범의 그것과 같은 차원에서 평가하겠냐는 것이다. 강간범의 강제 삽입은 정상적인 섹스와 동질적인 것으로 전제할 수 없다. 그러므로 박정희의 공과를 정치적인 중립에 입각하여 평가하겠다는 것은 강간범의 섹스 테크닉과 애인의 섹스 테크닉을 동일선상에 두고 평가하겠다는 소리와 같다.


(도무지 다른 예가 생각나지 않았어요. 뇌가 타락했습니다. 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