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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칼럼

철도노조는 우리편인가?

좀 맥빠지는 소리지만, 뜨거운 자들은 뜨거운 자대로 미지근한 자는 미지근한 자대로 시태를 관망하는 입장이 있는 법이다. 이번 철도 파업을 바라보는 내 눈은 그렇게 정의감이나 위기감에 불타오르지 않는다는 게 솔직한 심정이다. 도덕이나 선악의 판단은 다만 내 스스로에게만 적용시켜야 하는 미적 태도인 것이고, 사회에게는 오로지 사회 공동체이기 때문에 지켜야할 모호한 공공의 가치만이 존재한다. 그러나 실제로 현실의 문제 이면에는 대립하는 세력들간의 이권 다툼과 외부인들은 알 수 없는 내부사정과 먹고사니즘이 정밀 회로처럼 연결되어 있기 마련이다.


그런 면에서 공공성 유지를 위해 철도 자회사 분리를 지지하는 나의 입장과 철도 파업자들의 입장은 다를 것이라 생각한다. 실상 이들에게 이 문제는 공공선에 대한 결의와 함께 밥그릇 다툼이 결합되어 있다. 행동을 하는데 있어서 이것은 결코 분리해서 생각할 수가 없다. 그러므로 아마도 우리가 그들과 동일한 이슈에 대해 연대할 수 있을지언정 그들과 진정한 의미에서 '아군'이 될 수 없을 것이다. 마찬가지로 공공에 대한 가치 혹은 '이념', 또는 선의로 움직이는 외부세력과 달리 그들은 실직적 사안을 놓고 반대자들과 갈등을 빚을 뿐이다. 


사태를 걱정하는 우리의 시선은 선할 수 있다. 공공선을 위해 연대하는 우리의 의도 역시 선할 수 있다. 외부자들은 사건에 대해 일정 거리에 놓여있기 때문에 개념적인 접근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갈등당사자는 다르다. 그들에게 이 문제는 실재적이다. 철도 자회사 분리 사건 이면에는 얼마나 많은 회색빛 갈등이 숨어있는지 우리는 모른다. 우리가 그들을 모르는 만큼, 그들의 의중 또한 파악할 능력 또한 없다. 결론을 말하자면 코레일 사측보다 코페일 노동자측이 선하리라는 증거는 어디에도 없다는 것이다. 보이는 것은 오직 행동 뿐이며, 그들의 행동만이 평가의 유일한 잣대가 된다. 만약 내가 '철도노조'가 아니라 철도노조의 '파업'을 지지한다면 그들의 행동과 그 행동으로 인해 기대되는 결과만이 판단의 토대가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