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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ational Doragraphycs/자전거

철마는 달리고 싶다 -국내 MTB파크의 현황과 대안


월간 <더바이크> 7월호. 2013



 얼마 전 지인에게서 제보가 들어왔다. 용평리조트 내 MTB파크가 폐쇄된다는 것이다. 개장한지 불과 1년 만에 용평리조트 MTB파크가 폐쇄를 선언함에 따라 낙담하는 소리가 여기저기서 들려왔다. 대체 용평리조트에는 무슨 일이 있었나?



대체 용평에는 무슨 일이?


 한 달 전 용평 리조트 MTB코스에서 자전거사고가 일어났다. 우연하게도 취재차 용평에 있었던 필자는 이 현장을 직접 목격했다. 사고가 난 곳은 다운힐 피니쉬 라인에 설치된 점프대였다. 가속 구간이 제법 길어서 속도를 줄이지 않고 달린다면 상당히 높이 날아가도록 설계한 구간이었다. 사고자는 점프를 뛰었고 착지에 실패했다. 규모가 큰 점프대에서 떨어졌기 때문에 충격은 엄청났을 것이다. 즉시 몇 사람들이 코스에 들어와 다른 라이더들이 점프대에 진입하려는 것을 막았다. 다른 사람들은 119과 용평 리조트 관계자들에게 연락을 취했다. 얼마 있지 않아 앰뷸런스가 도착하였고 사고자는 인근 병원으로 후송되었다.


 그리고 몇 주 지나지 않아 지인으로부터 급작스러운 제보가 들어왔다. 용평 MTB파크가 폐쇄된다는 소식이었다. 용평 리조트에 전화를 걸어 폐쇄 경위를 물어보니 사업상 이유로 MTB파크을 폐장한 것이라고 했다. MTB코스 폐쇄와 위의 사건이 연관이 있느냐는 질문에는 전혀 관련이 없다는 답이 돌아왔다.


이유가 어떻든 용평 리조트 MTB코스 폐쇄는 산악자전거를 즐기는 사람들에게는 큰 손실일 수밖에 없다. 용평리조트의 MTB파크는 현재 유일무이했던 리조트 내 산악코스였기 때문이다.



월간 <더바이크> 7월호(2013)



사라지는 MTB파크


 그렇다면 다른 MTB관련 시설물들의 현황은 어떨까? 산악자전거 코스개발자인 손창환 씨에 의하면 국내에서 이용 가능한 MTB관련 시설로는 “지자체에서 운영 중인 김천 MTB파크와 제천 아시아 선수권 코스 정도로 파악된다.”라고 말했다. 이외에도 지자체에서 운영하는 MTB시설물이 다수 있으나 이는 기존 임도를 투어코스로 특화한 것으로 본격적인 산악코스로 보기에는 무리가 있다. 이와 비슷한 성격으로 난지공원에 형성된 자전거공원이 공원 내 MTB 파크장과 유사한 형태로 운영 중이다.


 한때 개방했다가 현재 폐쇄된 MTB시설물로는 지산리조트 MTB파크와 용평리조트 MTB파크가 있다. 지산리조트는 2007년 가을부터 2011년 10월경까지 운영하였으며 해당년도 시즌오프를 끝으로 완전히 폐장하였다. 당시 지산리조트 MTB파크는 국내에서 최초로 MTB시설물을 상시개방 및 운영을 하여 동호인들의 지대한 관심을 끈 바 있다.


 한편 가장 최근에 폐장한 용평리조트 MTB파크는 2012년 9월에 개장하여 2013년 5월을 끝으로 폐장하였다. 관계자에 따르면 용평리조트의 경우 지산리조트와 달리 적극적으로 영리운영을 했던 것은 아니라 한다. 다시 말해 MTB시설물 이용은 무료이며, 다만 MTB 시설물 이용을 원하는 방문자에 한하여 특별히 리프트 종일 이용권을 발급하는 방식으로 운영했다는 것이다. 올해 5월 이후로는 리프트 종일 이용권 발급을 종료하고 MTB시설물 폐쇄를 선언한 실정이다.


 매년 삼천리 산악자전거 대회가 열리는 무주리조트의 경우에는 조건부 임시개방임을 명확히 하고 있다. 따라서 무주리조트는 대회를 열기 원하는 영리단체의 요청이 있을 때만 일시적으로 코스를 개설했다가 대회가 끝나면 다시 코스를 해체한다.


 현재 MTB파크의 현황을 살펴보자면 용평리조트, 무주리조트, 지산리조트와 같이 규모 있는 코스와 대회를 운영할 역량을 갖춘 MTB파크는 폐쇄의 운명을 맞거나, 애당초 상시개방을 목적으로 개설되지 않았다. 현존하는 MTB시설은 지자체에서 개발한 것으로, 본격적인 산악자전거코스라고 부르기에 적합하지 않은 형태가 대부분이다.



MTB파크가 매력적일까?


 잘 다듬어진 MTB파크는 물론 매력적이다. 천혜의 자연경관을 갖춘 관광시설에 막대한 자금을 투입해 만든 코스라면 더더욱 그렇다. 그러나 이것은 어디까지나 코스를 이용하는 ‘수요자’들의 시각에서 그렇다. 정작 코스를 관리하고 사후책임을 떠맡아야 하는 ‘공급자’의 입장에서는 어떨까?


 MTB파크 상시운영 가능성에 대해 산악시설물 관계 관계자들은 하나같이 고개를 저었다. 가장 큰 이유는 ‘수익성이 낮은 사업’이라는 것이다. 한 관계자에 의하면 “MTB는 익스트림스포츠이기 때문에 사고발생률은 높은 반면 이용하는 사람들은 적어 수익이 나지 않는 사업모델”이라고 말했다. 다른 관계자는 “리조트에서 슬로프를 개조하여 MTB파크를 만들면 스키장 개장준비 기간과 MTB파크시즌 사이에 조율이 필요하다. 스키장을 조기개장할 경우 상대적으로 짧아지는 자전거 시즌 동안 수익을 내기란 쉽지 않다.”라고 설명했다. 코스개발자인 손창환 씨는 “투자자 입장에선 시장성을 보기 위해 본격적인 시설 투자 보다는 천천히 추세를 보며 시설 투자 부분에 소극적인 입장이나, 사용자 입장에선 코스 만족도가 높지 않으면 비용을 지불하기 망설여지는 문제”를 지적했다.


 또 다른 문제로 안전 관리에 대한 부담을 들었다. “안전관리에 명백한 관리소홀이 없는 한 시설이용에 있어 책임은 사용자에 게 있지만, 실제로 부상자가 발생하였을 경우 사후처리에 대한 부담은 존재한다.”라고 전했다. 특히 사고자와 리조트 간의 법적 분쟁으로 번지게 되면 재판 결과와 상관없이 리조트의 이미지에 큰 타격을 입기 때문에 사업진행을 꺼리는 이유도 있다.


 정리하자면 MTB파크 운영은 리스크 관리 및 시설 운용에 지속적인 비용이 발생하지만 그에 비해 수익은 떨어진다는 것이 관계자들의 주장이었다. 이는 영세한 다운힐 및 올마운틴 시장 형편과 영리를 추구하려는 리조트의 입장, 시설을 이용 시 책임에 대한 라이더들의 인식부족이 복잡하게 작용한 결과이다.



누구의 책임인가?


 실제로 MTB파크를 이용하다가 발생하는 사고는 누구의 책임일까? 이는 사고의 원인이 시설에 대한 안전관리 소홀인가, 아니면 사용자 자신의 실수에 의한 것인가에 따라 달라진다. 전자와 같이 시설물에 명백한 결함이 있음에도 관리를 소홀히 하여 사고를 유발하였다면 시설물 운영자에게 책임을 물을 수 있다. 그러나 코스를 이용함에 있어 자신의 실력을 과대평가해서 생긴 사고나 실수에 의한 사고일 경우에는 사고자 본인이 책임지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


 산악코스 개발자인 손창환 씨는 “익스트림 스포츠가 활성화된 해외 사례들을 예를 들면, 모든 익스트림 장르의 스포츠를 즐기는 당사자는 활동 중 발생하는 안전책임에 대한 모든 물적, 인적 귀책사유에 대하여 본인의 책임 하에 레포츠를 즐긴다.”라고 말했다. 또한 리조트의 한 관계자는 “MTB는 상해를 전제로 하는 보험에서 보장하지 않는 익스트림 운동군에 속하며, 익스트림 운동 중 모든 부상은 개인의 책임에 있다.”고 한다.


 현재까지 MTB시설물 이용 중 발생한 사고와 관련한 법적 판례는 아직까지 없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다만 MTB와 유사한 익스트림 운동인 스키에서의 판례를 살펴보면, 사고의 원인이 전적으로 망인의 과실에 있을 경우, 시설물 소유자 및 관리자가 안전배려의무 위반한 것으로 볼 수 없다고 나와 있다.(선고 92나34898) 이와 비슷한 판례로 스노우보드 초급자가 스키장 규정을 위반하고 스키장을 활강하다가 보호펜스 철제기둥에 출동한 경우, 보호펜스의 설치 및 보존상의 하자에도 불구하고 피해자의 과실에 기인한 사고라는 이유로 손해배상을 기각하였다.(선고 95가합60464)



월간 <더바이크> 7월호(2013)



 익스트림 스포츠를 즐기다 발생한 사고에 있어 안전에 대한 고지 및 안전시설의 유무, 또는 시설의 결함을 어느 정도까지 볼 것인가는 미묘한 문제다. 그러나 원칙적으로 사고의 원인이 자신이라면 가장 큰 책임이 자신에게 있음은 분명하다. 



문제의 실마리와 제안 


 산악코스 개발자 손창환 씨는 “전문화된 상시 전용 파크의 필요성과 사업적인 비전을 제시하여 사업자들의 인식을 전환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는 결국 산악자전거를 즐기는 사람들의 규모에 대한 문제다. 산행을 즐기는 라이더들이 늘어나면 지차체 또는 사업체에서도 이들을 위한 시설을 개발할 것이다. 또한 손 씨는 라이더들의 인식 전환 역시 중요하다고 말했다. 안전하게 시설물을 이용하는 것은 일차적으로 본인에게 책임이 있다는 것이다.


 리조트 관계자들은 같은 이유로 라이더들의 인식이 바뀌어야 한다고 입을 모아 답했다. 수익이 적은 것도 모자라 사고에 대한 부담까지 떠안고는 MTB파크를 운영할 엄두를 내지 못한다는 것이 그 이유다. 국내에서 자전거를 타는 인구는 꾸준히 늘어나고 있지만, 스키를 즐기는 인구에 비하여 산악자전거를 타는 인구는 턱없이 적다. 전국에 스키장을 보유한 리조트는 많지만 MTB파크를 보유한 리조트는 한 곳도 없는 이유는 그 차이에서 나온다. 


 그러나 상황이 절망적이기만 한 것은 아니다. 당장 자전거 선진국인 유럽처럼 다운힐러의 인구수는 늘릴 수 없지만, 적어도 다운힐을 즐기는 사람들의 인식을 선진국 수준으로 끌어올릴 수는 있다. 익스트림 스포츠를 즐기는 동안 자신의 안전에 대한 책임은 자신이 진다는 인식이 정착할 수 있다면, 여름 동안 시즌오프를 하는 리조트에서도 새로운 수익모델로서 MTB파크를 재고할 여지가 있기 때문이다. 산악코스 개발자인 손창환 씨는 “최근 본격적인 산악 라이딩을 즐기는 사용자들이 늘어나는 시점이다. 사업자 또는 지자체 역시 이러한 점들을 고려하여 상시 MTB파크의 운영에 대한 협의가 진행 중이다.”라고 말했다.


*본 기사는 월간 <더바이크> 7월호(2013)에 게재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