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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ational Doragraphycs/자전거

서준용, 펠로톤을 관통하라


2013년 투르드 코리아(TDK) 마지막 스테이지 구간 우승을 차지했을 때 모습.



서준용, 펠로톤을 관통하라


영주 경륜훈련원은 고지대라 벚꽃이 늦게 피었다. 듬성듬성 핀 벚나무 아래서 서준용 선수는 영 쑥스러움을 감추지 못했다. 포토그래퍼에게 웨딩촬영 하시던 분 아니냐고 던진 농담은 긴장감을 떨치기 위한 일종의 추임새 같은 것이었다.


서준용 선수는 관록 있는 선수다. 단지 경험이 많을 뿐만 아니라 한때 다운힐 라이더였다가 사이클리스트로 전향, 국가대표까지 지낸 다채로운 이력의 소유자이기도 하다. 그런 베테랑에게 사이클에 대해 물어보니까, 아직 그렇게 잘 알지 못한다는 소탈한 대답이 돌아온다. 조금 당황한 에디터에게 그는 힘주어 말한다. 그래도 이제 조금 내가 무엇을 할지 알겠노라고. 그의 대답은 길지 않았지만 단호했다. 그렇다. 그의 경력에 비추어 보았을 때, 그는 앞으로 무엇을 해야 할지,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할 시기가 아니었다. 해답은 언제나 단순하고 또 가까이 있는 법. 서준용 선수는 어느 때 자신이 어떻게 달려야 할지 알고 있었다. 불확실한 미래를 애써 예측할 필요도 없다. 지금 이 순간만이 그에게는 중요한 듯 보였다. 행동으로 보여줄 것. 그리고 결과로서 말을 하는 것. 단순명쾌하지 않은가.


2012년 12월에 서울시청에 있다가 한국체육진흥공단(KSPO)팀으로 이적했다. 이유가 있다면?

특별한 이유가 있었던 것은 아니다. 새로운 도전과 자극은 필요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환경을 바꾸는 것은 이전에 없던 활력을 준다. 더군다나 KSPO의 박성백 선수와는 과거에 친분이 있어 더더욱 함께 뛰고 싶은 팀이었다. 박 선수와 나는 외국에서 처음 만났고 타지의 혹독한 환경에서 끈끈한 유대감을 쌓았다. 이적을 결심하면서 예전처럼 그와 함께 달릴 수 있다는 사실이 기뻤다.


막상 팀을 옮기니까 달라진 점이 있나?

아침부터 저녁까지 훈련에 몰두하고 대회를 준비하는 것은 어느 팀이나 같다. 다른 팀에 갔다고 해서 특별히 달라지는 것은 없다. 다만 지리적인 위치가 서울에서 영주시로 달라졌다고 할까. 그리고 감독님의 스타일에 따라 훈련 분위기가 조금 달라지는 정도이다.


이병일 감독이 어떤 지도자라고 생각하나?

이병일 감독님은 열린 마음을 가진 지도자이다. 독단적인 지시를 지양하는 대신 선수들의 제안에 귀를 기울인다. 만약 선수들이 원하는 것이 있으면 일과에 그것을 반영한다. 꽉 짜인 틀 속에서 선수들을 관리하는 방식보다는 선수들 스스로가 생각하고 가장 효율적인 훈련법을 찾도록 돕는다. 그러다보니 선수들은 조금 더 자율적이고 주체적으로 훈련에 임할 수 있다.


2013년에는 투르 드 랑카이 대회를 출전했다.

랑카이 대회는 만족스러움과 아쉬움이 교차하는 대회였다. 본래 초반 스테이지에서 힘을 비축했다가 후반에 힘을 쏟는 계획을 세웠다. 그런데 2스테이지에서 선두권에 진입하게 되었고 3스테이지에서도 선두권에 진입하였다. 당초 계획보다 초반 스테이지에서 페이스를 올린 탓인지 체력적인 한계가 왔다. 당시 우리나라는 겨울이 한창이었는데 랑카이는 온후한 기후여서 적응에 어려움이 있던 것도 하나의 이유였다.


요즘은 어떤 훈련을 주로 하는지?

최근까지는 도로 시합 위주로 연습을 했다. 4월 말에는 나주에서 트랙 시합이 열린다. 그러다보면 피팅도 새로 해야 하고 적응 훈련도 해야 한다. 나주대회가 끝나면 5월에 투르 오브 재팬이 열린다. 아마 대여섯 명을 선발해서 참가할 것 같다. 내년에는 아시안 게임도 있다. 준비할 것들이 많다.


고등학교를 다닐 적에는 촉망받던 다운힐 선수였다. 사이클리스트가 된 이유가 뭐였나?

고등학교를 입학할 때 MTB 특기생으로 입학했다. 학교를 다니는 중에도 다운힐 시합에 나가곤 했는데, 때로 사이클팀과 같이 연습을 하기도 했다. 그러던 어느 날 사이클팀 코치님이 경기에 출전해보면 어떻겠냐고 제의를 하셨다. 그렇게 처음 사이클 대회에 발을 들였고 차츰 사이클의 매력에 빠지게 되었다.


MTB를 탔던 경험이 사이클을 타면서 도움이 되던가?

어느 정도는 그렇다. 우선 MTB는 높은 심박수를 유지하면서 페달링을 하는 운동이다. 이러한 점은 특히 산악 구간을 치고 올라갈 때 남들보다 이점이 있다고 생각한다. 또한 산악에서 배운 기본기는 사이클에서도 유효하다.


서준용 선수와 마찬가지로 MTB에서 사이클로 옮겨 탄 선수에게 조언을 한다면

MTB는 사이클에 비해 자유롭다. 그리고 스스로 라이딩을 즐기기 위한 경우가 많다. 반면 사이클은 짜인 팀 단위의 훈련이 주를 이룬다. MTB 선수가 사이클팀에 처음 들어오면 이런 분위기의 차이에 많이 곤혹스러워 한다. 분명 힘든 시기가 되겠지만 인내가 필요하다.


다시 사이클 이야기로 넘어가자. 최근 사이클 선수의 해외진출이 점차 활발해지고 있다.

아주 좋은 신호다. 나도 2008년부터 2009년까지 일본 메이탄홈포 컨티넨탈팀에 소속되어 국제 경기를 치렀다. 경험에 비추어 이야기해보자면 환경이 달라진 만큼 고생스러운 점도 적지 않지만, 배울 점 역시 무궁무진하다. 해외 진출의 효과는 거기서 끝나는 것이 아니다. 중요한 것은 선수 자신에게 이로울 뿐 아니라 자신의 후배들에게도 국제무대에서 배운 경험과 팁들을 전수해줄 수 있다는 것이다. 차츰 선수들의 노하우가 쌓이다보면 앞으로 국제무대로 나가는 국내선수가 많아질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국제무대에서 한국선수들이 왕성하게 활동하다보면 유럽 사이클에 쏠린 국내 사이클 마니아들의 시선을 국내로 돌릴 수도 있다고 본다.


올해로 26살이다. 사이클리스트로서 다년간의 경험도 있고 나이도 선수로서는 적은 나이가 아닌데, 솔직하게 말해서 본인이 어디쯤 왔다고 생각하나?

고등학교때부터 사이클을 타기 시작했다. 지금까지 국제 경험도 해봤고 크고 작은 대회를 겪었다. 경험이 아주 없다고 말할 수 없다. 하지만 사실 이제야 내가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지 조금 알 것 같다. 예전에는 막연히 잘 달리면 될 줄 알았는데, 해보니까 그렇지 않다. 어떤 경기에서는 어떻게 풀어나가야 하는지 매번 연구하고 전략을 짜야 한다. 그런 부분에서는 아직도 많이 아는 것 같지 않다. 그만큼 어려운 스포츠라는 것을 절실히 느낀다.


올해의 목표는?

투르 드 코리아. 스프린터 저지를 노리고 있다. 나는 짧고 반복적으로 치고 올라가는 오르막이나 평지가 길게 이어지는 코스를 선호한다. 특히 소수의 펠로톤이 결승점에서 각축전을 벌이는 구도에 자신이 있다.


그 외에 다른 목표는 없나? 결혼이라든지.

(웃음) 결혼은 전혀. 특별히 세워둔 목표는 없다. 일단 눈앞에 있는 경기성적이 제일 탐난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일이고, 또 가장 잘하는 일이기 때문이다. 할 수 있는 한 최선을 다해보고 싶은 것이 계획이라면 계획일까.


좋아하는 일이 가장 잘하는 일이 되기는 사실 쉽지 않다. 실제로 하는 있는 일과 하고 싶은 일이 일치되지 않는 삶을 사는 사람들도 부지기수다. 그런 면에서 서준용 선수가 부럽기도 하다. 마지막 질문을 하겠다. 서준용 선수가 본 국내 사이클의 미래는 어떤가?

축구와 같은 인기 종목에 비하면 사이클은 인기 있는 종목이 아니다. 하지만 사이클 팬들은 꾸준히 늘어나고 있다. 점차 미디어에서도 사이클 소식을 싣고 있고, 무엇보다도 사이클을 타는 동호인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고 있는 실정이다. 앞으로도 사이클 팬층은 더욱 많아질 것으로 본다. 안타깝게도 사이클의 인기가 종목으로서의 사이클, 혹은 사이클 실업리그로의 관심으로 이어지지는 않고 있지만. 모든 것의 실마리는 결국 국내 선수들의 기량 향상과 적극적인 해외 진출에 달렸다.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한국선수가 나온다면 한국의 사이클 팬들도 국내선수를 주목하게 될 테니까.



서준용 선수 프로필


2011 투르 드 코리아 스테이지2 개인도로 2위

2012 가평투어 전국도로사이클대회 크리테리움 2위

2012 KBS 양양 전국사이클선수권대회 제외경기 1위

2012 제93회 전국제육대회 개인도로 2위

2012 투르 드 타이랜드 개인도로 스테이지5 1위

2012 투르 드 코리아 스테이지3 개인도로단체 2위

2013 대통령기 가평투어 전국도로사이클대회

개인도로2단체 1위

2013 투르 드 랑카이 스테이지2 개인도로단체 3위

▶소속팀 : 국민체육진흥공단 사이클팀

▶생년월일 : 1988년 3월 14일

▶신장 : 173cm

▶몸무게 : 65kg



*본 기사는 월간 <더바이크> 5월호(2013)에 게재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