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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ational Doragraphycs/자전거

Try Again? 삼양사 사이클리스트 이채경


이채경 선수(출처: 더바이크 4월호. photo 이성규)



Try Again? 이채경


editor 함문수


“한 때 인기리에 방영했던 <들장미소녀 캔디>(원작: 캔디 캔디)에서 ‘들장미’란 다름 아닌 찔레꽃을 뜻한다. 이 야생의 장미는 화려하지 않지만 장미보다 고혹적인 향기로 길손을 사로잡는다. 무엇보다도 이 꽃은 병충해의 위협과 척박한 환경에서도 기어코 피어나는 터프한 아름다움이 매력적이다. 찔레꽃은 때로 척박한 환경을 헤쳐 나가는 삶을 비유하기도 한다.


그런 의미에서 이채경 선수는 찔레꽃 같은 사람이었다. 실업팀 경력 4년차에 들어섰지만 알려지지 않은 부분이 많다. 선수 초기 생활을 외국에서 보냈고 부상이라는 오래된 그늘도 있었기 때문이겠다. 이채경 선수의 이름이 조금씩 외부에 돌기 시작한 시점은 지난 2012년 여자 사이클에서 승승장구했을 때, 정확히 말하자면 2012년 여자 사이클 국가대표로 활동했을 부터였다.


2012년 대한사이클연맹 여자 사이클 종합랭킹 2위를 차지했다. 상당한 기량을 가졌다는 말인데, 그간 주목된 바가 없다. 왜 그런가?

고등학교 졸업을 하고나서 천안 시청에 소속되어 호주 전지훈련을 떠났다. 호주에서 8개월을 보내고 부상 때문에 7개월 동안 운동을 그만두었다. 2011년 8월부터 삼양사로 옮겨 다시 사이클에 올랐다. 그러다보니 국내에서 지속적 활동한 기간이 얼마 안 된다. 올해로 4년째 자전거를 타고 있지만 사람들이 ‘신인’으로 알고 있는 건 아마 그런 이유인 것 같다.


이번 인터뷰가 선수로서 첫 번째로 하는 인터뷰라고 하는데, 소감은 어떤가?

전화를 받았을 때, 예쁘게 입고 나오라고 해서 당황했다. 평소 바깥에 나갈 때도 다운 점퍼만 입고 다니는 편이라 꾸미는 것이 익숙지 않다. 화장도 한 번도 해본 적 없는데 어떻게 해야 하나 고민하다가 결국 비비크림만 바르고 왔다. 그리고 사진 촬영이 이렇게 힘든 것인지 몰랐다.(웃음)


인터넷을 찾아봐도 이채경 선수의 프로필이나 사진을 찾을 수 없었다. 원래 주변에 노출되는 것을 피하는 성격인가?

전혀 그렇지 않다. 오히려 외향적이다. 낯선 사람들과도 잘 어울리고. 잘 웃고 하고 싶은 말이 생기면 하는 편이다. 그냥 원래부터 경기 나가서 사진을 찍거나 SNS에 올리거나 하지는 않는다. 딱히 이유가 있는 건 아닌데, 그냥 그럴 생각이 들지 않는다.


언제부터 자전거를 타기 시작했나?

고등학교 때부터 자전거를 시작했다. 운동을 좋아해서 체고에 가기로 마음먹고 부모님들을 설득했다. 체육고교 3년 동안 사이클 단거리 선수를 했다. 졸업한 후에는 시니어 국가대표로 선발될 예정이었다. 그런데 부모님께서는 내가 진학을 하길 원하셨고 이미 일본에 있는 대학에 입학수속을 마친 상태였다. 국가대표직을 포기하고 떠나려는데, 이 길로 가면 도무지 견딜 수 없을 것 같았다. 그래서 다시 마음을 돌려 천안시청 실업팀으로 갔다. 이후 호주로 전지훈련을 갔다. 체류하는 8개월 동안 사이클 선수로서 값진 경험을 할 수 있었다.


운동을 하기 전에는 어땠나? 다른 운동을 했을 것 같은데.

수영과 육상을 했었다. 운동선수가 꿈이었던 것은 아니었고 공부를 하며 방과후에 취미삼아 하는 수준이었다. 그때는 내가 자전거 선수가 되리라고는 전혀 생각 못했다.


그럼 운동을 본격적으로 하기 전에는 공부를 잘했나?

당연하지.(웃음) 중학교를 목동에서 다녔는데 그 일대 교육열이 장난 아니었다. 도무지 못할 수가 없는 분위기였다. 모범생까지는 아니고 활달하고 반 친구들과 잘 어울리는 편이었다.


호주를 다녀온 뒤 삼양사에 들어갔다. 특별한 계기가 있나?

호주에서 크게 다쳤다. 귀국한 것도 그 때문이다. 다시는 자전거를 타지 않겠다고 결심했는데, 구현진 부산체고 코치님(당시 천안시청팀 소속)이 찾아왔다. 구현진 코치님이 사이클을 좋아하면 그만두지 말라고 설득하면서 삼양사에 있던 김용미 감독님을 소개시켜주었다. 구현진 코치님의 말에 마음이 움직였기도 했고 김용미 감독님 밑에서 성장하고픈 욕심도 생겼다.


이력을 보면 부상의 기록이 꽤 많다. 호주에서도 그렇지만 2012 TDK에서도 큰 부상을 당했다고 들었다.

TDK 스테이지2에서 욕심을 부렸다. 라스트를 남겨두고 속도를 올렸는데 앞에서 누군가 넘어진 것을 피하지 못했다. 헬멧까지 부서질 만큼 큰 사고였다. 지금 타는 자전거도 많이 다쳐서 가슴이 아팠다.


부상을 당하면 무척 고통스러울 것 같다. 다치고 나면 다시 선수 생활하기가 쉽지 않을 것 같은데.

몸이 아플 때 마음이 가장 아프다. 왜냐하면 부상으로 몸이 다치고, 오랜 요양으로 망가진 몸을 다시 예전 수준으로 끌어올려야 한다는 부담감이 엄습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다시 일어날 수 있다고 믿는다. ‘그래, 어차피 다시 시작해도 나는 잃을 것도 없는데.’ 이런 마음으로 이겨낸다. 


다시 일어난 덕분에 2012년에는 많은 것을 해냈다. UCI가 주최하는 태국대회에서 스테이지 우승, 상하이 총민 월드컵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었다. 국가대표로도 발탁되었다.

더 열심히 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국제 대회에서 좋은 성적을 거둔 기분이 좋은 일이다. 한국의 사이클경기규칙과 국제대회의 룰이 다르기 때문에 한국 선수들이 국제무대에서 기량을 발휘하지 못하는 경우도 많다. 국내 선수들도 해외에서 경기할 수 있는 더 많은 기회가 주어져야 된다고 생각한다. 다행히 나는 호주에서 국제경기를 많이 겪어본 것이 도움이 되었다.


지난 해 인상 깊었던 대회가 있다면 하나만 말해 달라.

양양에서 KBS 전국사이클선수권대회가 열렸다. 많은 팀들이 출전했고 각 팀의 기량을 고스란히 보여줄 수 있는 기회였다. 그때 나는 트랙포인트대회에 출전했다. 트랙을 돌때마다 들리는 관중들의 환호성 덕택에 우승을 할 수 있었다. 대회가 끝난 다음에도 많은 분들이 찾아와서 소속과 이름을 물어보고 응원해주었다. 그때 처음으로 관객들의 응원과 관심의 힘을 느꼈고, 이런 에너지를 받을 수 있다면 운동선수를 계속할 수 있겠구나 라고 생각했다.


양양대회에서 단체추발, 도로단체에서 삼양사가 상위에 랭크되었다. 본인이 속한 팀의 강점은 꼽는다면?

김용미 감독님의 카리스마 넘치는 리더쉽과 팀 내 치열한 경쟁으로 좋은 피드백을 이끌어낼 수 있다는 것. 작년에 나아름 선수와 김원경 선수가 가세해서 올해에는 더욱 좋은 결과를 낼 수 있다고 본다.


김용미 감독의 선수시절은 정말 전설적이었다. 이채경 선수가 본, 선수가 아닌 김용미 감독은 어떤 사람인가?

'불같은 사람'이라고 표현하고 싶다. 감독님 성격이 정말 화끈하다. 많이 혼내거나 무뚝뚝한 분은 아니지만, 굉장히 무서우면서 따듯한 분이다. 운동할 때 얼마나 열정적이냐면 웨이트 트레이닝에서 직접 시범을 보여주거나 도로훈련을 할

때 선수들과 함께 사이클을 타기도 한다. 장난기 많은 큰 언니나 엄마 같다가도 혼낼 때는 엄한 선생님이 된다.


감독님을 정말 좋아하는 것 같다. 팀 내에서 친한 선수를 뽑자면?

이주희 선수와 최은진 선수. 나이도 비슷해서 훈련이 끝나거나 쉬는 날이면 같이 영화를 보거나 맛있는 것도 사먹곤 한다. 그리고 룸메이트인 김원경 선수가 고민 상담을 들어주곤 한다.


고민 상담이면 주로 어떤 내용인가?

컨디션 기복이 심한 편이다. 잔병치레나 부상이 많은 것 때문에 혼나기도 한다. 결국엔 자기관리의 문제라는 것이다. 그리고 근래에는 체중조절이 고민이다.


체지방율 말인가? 매일같이 운동을 하는데 체중조절까지 해야 하나?

오르막길이 많은 경기에서 체지방률이 높으면 불리하다. 지금보다 더 가벼워져야 한다.


운동선수라는 것이 역시 아무나 할 수 있는 직업은 아닌 것 같다. 일반인 몇 배나 되는 운동량에다가 ‘다이어트’까지 해야 한다니. 쉬는 날에는 주로 무엇을 하나?

영화를 본다. 최근에 <7번방의 선물>을 봤다. 보면서 펑펑 울었다. 휴가를 받아서 집에 가면 멍멍이와 산책을 한다.


실물이 훨씬 예쁘다. 남자들에게 인기가 많을 것 같은데, 주말에 만나자는 사람들은 없나?

실제로 남자들에게 인기가 없다. 대회를 가도 아는 사람도 적고. 고글을 써서 그런가?(웃음)


자전거 선수라는 위용에 남자들이 기가 죽는 것일지도.(웃음) 선수로서 본인이 가야할 최종 목표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해외로 진출하고 싶다. 아시아 1위를 하는 것이 우선목표다. 한국 사이클도 해외로 나가야하고 앞으로 점차 그럴 것을 믿는다. 올림픽에서 사이클 종목에 걸린 메달이 결코 적지 않다. 선수 개개인의 노력과 기량도 물론이지만 국가적인 지원, 동호인들의 관심과 사랑이 많이 필요한 종목이다. 더바이크 독자들도 사이클을 더욱 사랑해주었으면 좋겠다.


이채경 선수 프로필


010년 호주 NCC 92주년 대회 개인도로 1위

2010년 호주 대표평가전 대회 포인트 1위

2011년 호주 여자 클래식 #1 종합 5위

2011년 제92회 전국체전 개인도로 여자 일반부 1위

2012년 가평대통령배 크리테리움 1위

2012년 태국 투어 오브 타이 3rd 스테이지 1위

2012년 제1회 KBS배 양양사이클대회 포인트 1위

2012년 제93회 전국체전 개인도로 여자 일반부 2위

▶생년월일 : 1991년 10월 5일 ▶소속팀 : 삼양사



*이 기사는 월간 <더바이크> 4월호(2013)에 기재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