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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ational Doragraphycs/자전거

자전거를 추천해 달라고?

쓸만한 자전거를 추천해주겠다.


내가 자전거 잡지사 다닌다고 하면 자전거 좀 추천해달라는 사람들 많다.

나는 친절하기 때문에 다음과 같이 메뉴얼을 적어놓는다. 


50만원대 이하: 가까운 자전거 가게에 가서 마음에 드는 것을 산다.

100만원대 이하: 가까운 자전거 가게에 가서 마음에 드는 것을 산다.

200만원대 이하: 가까운 자전거 가게에 가서 마음에 드는 것을 산다.

500만원대 이하: 가까운 자전거 가게에 가서 마음에 드는 것을 산다.


요새 자전거는 정찰제이기 때문에 샵주인이라고 마음대로 눈탱이 못씌운다. 그리고 자전거는 한 번 팔고 끝!인게 아니라 지속적인 소모품 교체와 정비가 필수적이기 때문에 얼굴장사를 하는 샵 입장에서도 고객들은 호갱이 아니라 지속적인 거래처이다. 그러니까 인터넷에 자전거 검색질하지 말고 집근처 서비스 좋은 자전거 가게를 검색하라고.


어차피 내가 권하는 거 비싸다고 사지도 않을 거잖아!



요새 내가 미는 자전거. 트렉 6.0 팀 에디션. 우리나라는 엔듀런스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지만, 실상 레이스를 위한 용도가 아니라면 엔듀런스가 답이다. 지오메트리도 편안하고 노면에서 오는 진동을 줄여 피로도를 줄인다. 특히 울툴불퉁한 노면에서 어떻게 성능을 유지할 것인가는 제조사마다 해법이 다르기 때문에 매커니즘적인 매력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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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까운 가게에서 그냥 마음에 드는 것을 사라고 하면, 정말 아무것도 몰라도 만족스러운 구매를 할 수 있나 의아한 사람도 있을 것이다. 아무리 같은 가격이라도 가성비를 따져야 하는 것은 아니가 하는 의문도 들 수 있다.


왜인지는 모르겠지만 한국에서 유통되는 자전거는 거의 다 비슷한 마진율을 갖고 있다. (정찰제 때문인건가?) 때문에 비슷한 사양과 비슷한 성능이면 대체로 가격도 비슷하다. 굳이 따지자면 유럽 브랜드의 자전거가 대체로 비싸고 미국이 그 다음이며, 대만, 국산 브랜드의 자전거 제일 가성비가 좋다. 하지만 의류처럼 말도 안되는 가성비에 디자이너 이름만 붙여서 판매하는 그런 자전거는 없다. 성능은 일반적으로 평준화되어 있고 가격도 마찬가지이다.


그리고 하나 더. 자전거의 스펙은 복잡하지만 성능을 따지는 기준은 매우 단순하다. 자전거는 비쌀수록 가벼워진다. (물론 이것도 파고들면 겁나 복잡하지만) 어쨋건 동일한 목적의 자전거면 비싼 것이 더 가볍다. 사람의 힘으로 움직이는 것이 더 잘 나가려면 결국 무게를 줄일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따져야 하는 성질이 단순하니까 제조사 역시 잔기술을 부리지 않는다. 우직하게 가볍고 성능 좋은 자전거를 만드는 노력은 모두가 공유하고 있고, 결과적으로 거의 모든 자전거 제조기술은 상향 평준화된다. (실은 프레임 제조를 모두 대만 아니면 중국에서 하기 때문에 근본적인 프레임 제작 기술이 공유되는 탓도 있을 것이다만은, 이는 내 추측에 지나지 않다.) 때문에 비슷한 가격대라면 어떤 브랜드를 선택하건 비슷한 성능을 낸다. 차이가 있다면 제조사마다 어떤 방식으로 무게를 줄이는가인데, 이것은 초보자가 굳이 알 필요가 없다.


오히려 중요한 것은 자주가는 자전거 샵과의 관계이다. 자전거는 반영구적이지 않다. 때마다 기름칠을 해주고, 정비를 해주지 않으면 수명이 줄어든다. 가끔 펑크도 나고. 에어컨 기능이 망가진 자동차는 달릴 수 있지만 뭐라도 하나 고장난 자전거는 그냥 부피가 큰 짐덩이일 뿐이다. 그러므로 샵과의 거리가 중요하다. 또한 샵 미캐닉이 착한 놈인가 아니면 나쁜 놈인가, 이상한 놈인가에 따라서 당신은 지옥과 천국을 왔다갔다 할 것이다. 


결론: 가까운데서 마음에 드는 것을 산다. 비싼 거면 샵주인과 충분하게 의견을 교환하고 산다. 샵주인이면 이상하면 다른 곳을 알아보는 게 좋다.



비앙키에서도 본격적인 기함금 엔듀런스가 나온다. 인피니토는 비앙키에서 C2C(편안함을 추구하는 라이딩)계열로 장거리용 로드바이크로 기획된 것이다. 2014년형에는 이것이 본격적인 엔듀런스로 업그레이드된다. 프레임 내부에 진동감쇄수지를 삽입해서 더욱 강력한 승차감을 선사할 것이라고 한다. 아직 타보지는 않았지만, 비앙키의 엔듀런스는 확실히 관심이 가지 않을 수 없다. 물론 가격은 더럽게 비싸서, 아마 완성차를 살 일은 없겠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