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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ational Doragraphycs/자전거

사대강 자전거도로의 실체를 벗겨라

사대강 자전거도로의 실체를 벗겨라



사대강과 국토종주길은 다르다. 유념하도록



 정확히 1년 전 휴가철을 맞아 이명박 전 대통령은 4대강 자전거길 여행을 추천했다. 국내에도 알려지지 않은 여행 명소가 있으니 자전거를 타고 국내를 두루 다녀오라는 내용이었다. 이열치열도 더위를 잊는 한 방법이긴 하지만, 한여름에 아스팔트 위를 장시간 달리는 것은 피서가 아니라 일종의 자해다. 운이 없다면 인적이 드문 곳에서 열사병 혹은 일사병을 상대로 사투를 벌일 수도 있다. 


MB의 남다른 피서 제안은 사실 사대강 사업에 대한 그의 궁색한 변명일지도 모른다. 그도 그럴 것이 지난 정부의 숙원인 사대강 증보가 완공되자마자 다양한 문제가 불거지고 있다. 그러다보니 사대강 옆에 부대시설로 지어놓은 자전거도로도 도매급으로 괄시 받는 것도 납득이 간다. 


 그러나 사대강 사업과는 별개로 사대강 자전거도로가 우리에게 어떤 의미를 주는가는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자전거도로구축은 비단 지난 정부에서 결실을 보는 단기 사업이 아니다. 현재보다 미래에 더 가치를 두고 있는 사업이다. 이것은 또한 환경문제와 교통문제, 건강문제와 같이 경제논리로만 환원할 수 없는 이슈들과 관련이 있다. 여기에서 일일이 자전거도로가 왜 필요한가에 대해 논하지는 않을 것이다.  


 사대강 정비사업과 사대강 자전거도로은 별개로 평가받아야 할 근거는 명확하다. 사대강 정비사업이 취지 그대로 사대강을 정비해야 하는 현안이라면 사대강 자전거길은 미래사업이다. 정치적 혹은 경제적인 견해와 상관없이 사대강 자전거길은 그것 자체로서 자전거 인프라 구성에 어떤 역할을 담당하는지, 혹은 인프라로서 실효성이 있는지 살펴보아야 한다.


 이에 대하여 필자는 크게 두 가지 관점에서 접근 해보고자 한다. 1)하나는 자전거 구입 유형과 자전거 이용 목적에 비추어 사대강 자전거도로가 적절한지 판단해보자는 것이다. 또 다른 하나는 2)안행부가 발표한 전국자전거도로의 정책목표와 그 과정(사대강 자전거도로를 포함하여)이 적합했는지를 평가해본다.


레저로서 자전거 타기와 투어리즘


 2010년 행정안전부가 홈페이지에 게시한 보고서에 따르면 당시 국내 자전거 총수는 약 이천만 대에 달한다. 이는 세 사람에 한 대꼴로 자전거를 보유하고 있다는 것이다. 2013년발 신문기사를 찾아보면 자전거인이 천만 명을 넘었다는 소식도 들린다. 한 국내 자전거 업계관계자는 지난 2년간 저가 자전거 시장 매출이 고공행진을 계속되고 있다는 증언을 비추어 볼 때 설문을 실시한 2009년보다 현재 국내 자전거시장 규모는 상당히 늘었을 것으로 예상한다.


 가격대별 자전거 분포도를 보자면 최근에 자전거를 구입한 사람들 중 약 70% 이상은 30만 원대 이하의 자전거를 구매했다. 물론 30만 원대 이하의 자전거 중에서도 10만 원 이하의 저질 자전거나 흔히 정기구독을 하면 공짜로 주는 중국제 싸구려에서 30만원대의 자전거가 주력이 되었다는 것은 고무적인 일이다. 그러나 자전거 마니아가 유달리 강세를 보이는 한국에서 흔히 말하는 고급자전거, 말하자면 100만 원대 이상의 자전거를 소비하는 계층은 전체 중 1.4%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각주:1]은 의외다. 







 자전거 이용목적에 따른 통계를 살펴보면 레저스포츠 용도로 자전거를 탄 사람들이 53%로 과반을 넘겼으며, 1회 이용 시 평균 주행시간도 1시간 20분으로 가장 길다. 2013년 서울에서 자전거의 교통 분담률이 2.58%임을 감안해보면 한국 사람들은 자전거를 운송수단이라기보다는 레저스포츠의 하나로 소비되고 있음은 확실하다.


 종합해보자. 국내에서 소비되는 자전거의 70% 이상은 30만 원 이하의 생활 자전거이며, 사용자의 과반수는 레저스포츠로서 자전거를 탄다. 30만 원 이하의 생활 자전거가 장장 1,800km에 달하는 전국종주 자전거도로[각주:2]를 횡단할 수 있을까? 물론 가능하긴 하다. 어쨌든 자전거는 의지와 근육의 힘으로 움직이는 것이니까. 그러나 분명한 것은 30만 원 이하의 생활 자전거들이 혹독한 장거리 투어를 완주하기 위해 만들어진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또한 자전거의 교통 운송분담률을 2.5% 정도이다. 옆나라 일본의 자전거 교통 분담률이 25%임을 감안하자면 형편없이 낮은 수치다.


 교통 운송분담률은 결국 사람들이 얼마나 자전거를 이동수단으로 인식하고 실제로 이용하냐를 보여준다. 자전거를 이동수단으로 인식하지 않는 상태에서 자전거를 타는 사람들이 장거리 투어를 떠날 것이라 기대하기란 어렵다. 사이클링 투어는 그 자체로 레저이기도 하지만 이동이라는 개념이 전제되어야 한다. 운송을 하지 않고 ‘레저’으로서만 존재하는 투어는 없다.




레저 vs 운송


 2010년에 행정안전부에서 내놓은 <전국자전거도로기본계획>에서 ‘전국자전거도로 기본계획 최종본’을 살펴보면 재미있는 보고서[각주:3]가 나온다. 이른바 기대효과분석이란 것으로, 자전거도로 및 관련 설치물을 놓았을 때 기대되는 결과를 수치화한 것이다. 이 연구의 목적은 자전거 비이용자가 생활체육으로 자전거를 즐기는 사람이 되고, 한 발 더 나아가 자출족으로 변화되기까지 미치는 변수를 밝히는 데 있다. 


 흥미로운 것은 자전거도로 증가대비 자출족 변화 추이 예측이다. 이 도표는 도시 인구가 약 5만 명이라고 가정할 때 레저 혹은 생활용 자전거도로를 증가시키면 자출족들이 얼마나 늘어나는가를 보여준다. 이 분석을 비교해보면 레저용 자전거도로를 증가시켰을 때보다 생활용 자전거거도로를 확장했을 때 자전거를 타는 인구가 더 효과적으로 늘어남을 알 수 있다. 또한 생활용 자전거도로를 10% 늘리면 자가용 교통 분담률은 떨어지고 자전거의 교통 분담률이 2%에서 3%로 상승한다. 결국 자전거의 운송 부담률을 높이고 자전거로 출퇴근하는 사람들이 많아지려면 강가나 하천에 레저용 자전거도로를 만드는 것보다 일반도로를 리모델링해 만든 자전거도로가 효과적이란 말이다.







 그런데 이 보고서는 다소 비약적인 결론을 내고 있다. 즉, 생활용 자전거도로와 레저용 자전거도로를 모두 개선할 때 자전거 비사용자가 자출족이 될 확률이 높아진다는 것이다. 이 연구의 최종목적이 자출족 증가 예측을 최대화하는 것이라면 추구해야 할 것은 자출족의 순 증가량이다. 단순하게 말해 자전거 출근 인구수를 늘리려면 레저용보다는 생활용이 더 쓸모있다. 따라서 투입자원이 한정되어 있다면 우선적으로 생활용 자전거도로를 개선해야 한다. 그런데 보고서의 끄트머리에는 왜 레저형 자전거도로를 언급하는 것일까?


 아쉽게도 텍스트에는 보고서 작성자의 의중을 읽을 수 없었다. 작성자와 직접 대화를 해보지 않는한 우리가 만족스러운 대답을 찾기는 어렵겠다. 다만 보고서가 유기적인 맥락을 유지하기 위해서 ‘레저 자전거 도로가 어쨌든 필요하다’는 무리한 결론을 끌어낸 것이 아닌가 하는 의심을 제기할 수는 있겠다. 


 보고서에 수록된 모든 설문, 분석, 예측은 하나의 지표로 작용한다. 이러한 지표는 처음부터 어떤 의도를 가지고 보고서에 수록된 것이다. 대체 무엇을 위한 지표일까. 지표가 가리키는 방향은 따라가 보면 2010년 당시 중앙정부가 의욕적으로 추진했던 ‘자전거도로 광역네트워크 건설’이 나온다.



자전거 네트워크와 국토종주 자전거도로


 안행부의 <전국자전거도로 마스터플랜>에 따르면 자전거도로는 위계에 따라 국가자전거도로와 지자체자전거도로로 나뉜다. 국가자전거도로는 지방과 지방, 도시와 도시를 연결하는 광역자전거도로이다. 이와 달리 지자체자전거도로는 지방이나 도시 내부에서 자전거로 이동할 수 있게끔 만드는 것이다. 이름에서 알 수 있듯 광역자전거도로는 중앙정부에서 시행하며 도시 내부의 자전거도로는 지자체 소관으로 되어 있다. 국토종주 자전거도로는 물론 전자에서 속한다.



이것이 자전거도로 최종 마스터플랜이다. 이것은 그러나 전설의 레전드가 되었다...


어려우면 패스. 그냥 자전거에는 긴 도로와 짧은 도로가 있으면 긴 도로는 국가정부처가, 짧은 도로는 지자체가 담당한다고 생각하자.



 중앙정부가 당시 의욕적으로 계획한 광역자전거도로는 생활형 자전거도로라고 보기 어렵다. 물론 주어진 인프라를 어떻게 이용하느냐는 궁극적으로 이용자의 몫이나, 어떤 이용자에게 유리한 인프라인가는 건설자의 의도에 달린 것이다. 물론 자전거여행이 목적이 아니더라도 자전거 광역도로망은 필요하다. 자전거를 타고 도시를 벗어나 어디로든 갈 수 있는 인프라는 구축하는 자체가 자전거를 이동수단으로 인정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위성도시에서 대도시로 출근하는 자동차 운전자와는 달리 자전거 운전자가 광역 자전거도로를 이용해 출퇴근을 하기는 어렵다. 자전거 출근자는 편도 거리 10km를 기점으로 현저하게 줄어드는 추세를 보이기 때문이다. 또한 광역 자전거도로는 본격적인 레저형 도로가 아니다. 광역 자전거도로의 일부 구간 인근에 사는 주민을 제외하면 광역 자전거도로를 온건히 이용하는 사람은 특정 목적을 가진 몇 사람들로 한정될 것이다. 광역 자전거도로가 상징적으로나 네트워크 구축에서 필요한 것은 사실이나, 이용수요와 필요성에서 중차대한 사안은 아니다.


 국토종주자전거도로와 사대강 자전거도로는 더더욱 그렇다. 이 전용자전거도로의 목적은 처음부터 ‘투어’로 정해져 있으며, 때문에 아주 특수한 부류만 이용하는 자전거도로이다. 또한 안행부의 자전거도로 마스터플랜에서 국토종주자전거도로는 내륙을 관통하는 광역도로로서 타 도로와 연결되었을 때에야 그 활용가치가 높다. 또한 국토종주자전거도로 종주후기를 검색해보면 도로 인근에 쉬어갈 곳이나 피드존(FeedZone: 쉼터나 식당지역 등)이 부족하다는 불만사항이 나오곤 하는데,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도 지자체 자전거도로와 국토종주자전거길는 조금 더 밀착할 필요가 있다.


 유일하게 본격적인 생활형 자전거도로라고 할 수 있는 도심 자전거도로는 지방정부가 책임진다. 자전거도로망에 관심을 갖는 지차체의 수는 적을뿐더러 각개전투처럼 지역마다 판이한 양상을 보인다. 청주처럼 완전도로망을 시도하여 자전거와 자동차, 보행자를 모두 만족하는 도로사업을 전개하는 도시도 있긴 하지만. 대부분 지자체는 하천이나 강가 주변에 레저형 자전거도로를 만드는 것이 고작이다. 이마저도 하지 못하는 중앙정부는 자전거도로 건설을 중단하거나 도로 철거하기도 한다.[각주:4] 자전거 이용자들과 주차공간과 차선을 나누어야 하는 운전자들의 반발이 크기 때문이다.



결론


 다소 장황했던 이야기를 되돌려 원래 질문으로 돌아가 보자. 국토종주자전거도로와 사대강 자전거도로는 필요한 것인가? 장기적으로 생각한다면 대답은 ‘예스’다. 결국 인프라라는 것은 과유불급보다는 다다익선이다. 그 자전거도로를 관광 목적으로 사용하건, 인근 주민들이 레저스포츠의 장으로, 혹은 장거리 도로로 쓰이건 상관없다. 자전거도로가 늘어날수록 자전거를 타는 사람들은 대체적으로 늘어나게 되어 있다. 레저용이든 생활용이든 자전거 이용이 쾌적하기만 하면 인프라로서 기본적인 몫은 하는 것이다.


 여기서 질문을 바꿔보자. 그렇다면 사대강 및 국토종주자전거도로는 다른 자전거도로 정책보다 우선해야할 필요가 있는가? 다시 말해 사대강 자전거도로가 다른 자전거도로보다 효율적인가? 이것에는 강한 의구심이 든다. 자전거를 타는 용도가 대다수 레저를 위해서라고 하나, 전술했듯 자전거를 타고 동네 한 바퀴를 도는 사람들과 100km가 넘는 자전거도로를 왕복하는 엘리트 동호인들은 같지 않다. 이와 같은 이유로 광역자전거도로망을 레저용로 규정해야 할지, 아니면 생활용으로 구분해야 할지는 불분명하다. 사실 모든 자전거도로에서 이 구분을 명료하게 할 수는 없다. 이것은 어디까지 스펙트럼 상에서 레저에 가까우냐 생활에 가까우냐로만 말한다. 예컨대 레저용 도로의 핵심은 전용하는 인프라 자체에 있다. 생활용 도로의 핵심은 이동의 개념에 있다. 전자를 살리려면 다른 교통수단에게서 방해받지 않고 달리는 환경을 제공해야 하고 후자를 살리려면 촘촘한 도로망을 구성해야 한다. 자전거도로는 기본적으로 이 둘을 모두 지향하고 있으며, 사정에 따라서는 레저용 도로도 생활용 도로로 이용할 수 있는 것이다.  더군다나 강을 따라 설치된 자전거도로는 지방과 지방을 최단거리로 잇는 광역 자전거도로망으로서 가치 역시 낮다. 


 전술한 바와 같이 자출족의 증가와 자전거 사고 예방이라는 측면에서 가장 실용성이 높은 것은 도심 내 자전거도로망이다. 안행부가 마련한 보고서가 내놓은 각종 지표가 생활형 자전거도로의 확장이 중요하다고 말해주고 있음에도, 정작 안행부 자신은 사대강 자전거길을 우선적으로 추진했다.


 과연 사대강에 자전거도로를 건설하는 것이 자전거 문화 발전에 가장 이로운 방향이었을까? 참고로 2010년 당시 안행부의 목표 중 하나가 2013년까지 자전거 교통 분담률을 2%대에서 5%대로 끌어올리는 것이었다. 안행부가 정말로 이 목표를 이루려 했다면 보고서에 기술한 바대로 생활형 자전거도로에 더 많은 투자를 해야 했다. 그러나 2013년 현재 자전거 교통 분담률은 여전히 2.5%로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다.



참고한 것


안행부 발표, 전국자전거도로 기본계획 수립연구 최종보고서

안행부 발표, 국가자전거정책 마스터플랜


아래의 안행부 사이트 정책자료 자료실에서 열람할 수 있습니다.

http://www.mospa.go.kr/gpms/ns/mogaha/user/userlayout/bulletin/userBtView.action?userBtBean.bbsSeq=1012132&userBtBean.ctxCd=1002&userBtBean.ctxType=21010006&userBtBean.categoryCd=1069

  1. 여기에 대하여 3월 14일발 한국경제의 기사를 참고할 만하다. 한경에 따르면 작년 삼천리와 알톤의 매출합계는 약 1,623억 원(삼천리 1,090억 원, 알톤 533억 원)으로 국내 전체 자전거 시장의 73%를 점유하고 있다고 한다. 이를 추산하면 국내 자전거시장의 매출규모는 약 2223억 원 정도이다. 지난 정부의 요란했던 자전거 정책에 비해 시장 규모는 크지 않다. (http://www.hankyung.com/news/app/newsview.php?aid=2013031394711 참고) [본문으로]
  2. 사대강 자전거도로와 전국종주 자전거도로는 구분해야 한다. 전국종주도로는 한강과 낙동강 자전거도로를 포함해, 인천부터 부산을 잇는 그랜드투어이며 사대강도로는 전국종주도로에는 포함되지 않은 금강, 영산강 자전거도로와 같이 개별적으로 건설된 자전거도로 4개를 총칭하는 말이다. [본문으로]
  3. 보고서 6절 <기대 효과> [본문으로]
  4. 아주일보 2011. 7. 10발 기사 “<헛바퀴 도는 자전거 정책> (상①)설치·철거 반복…예산 낭비 심각” (http://www.ajunews.com/common/redirect.jsp?newsId=20110710000122) [본문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