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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ational Doragraphycs/자전거

좋거나, 즐겁거나! 캐논데일 네오우드 이환걸



출처: 월간 <더바이크>


이환걸은 한마디로 호남(好男)이었다. 웃을 때는 까무잡잡한 얼굴에 커다란 눈이 덩실덩실 춤을 춘다. 대회준비 때문에 자제하고 있지만 친구들과 어울리는 것을 좋아한다고 한다. 호리호리한 몸매에 다소 냉철한 인상을 가진 사이클리스트를 상상했던 에디터에게 그의 모습은 다소 생소하기까지 했다. 그의 호방한 성격은 라이딩을 할 때도 여실히 드러난다. 예컨대 주행 중 에너지 보충을 하는 스타일이 그렇다. 남들이 파워젤이나 에너지 바를 휴대할 때, 이환걸의 저지 뒷주머니에는 큼지막한 소보루 빵이 두어 개씩 들어 있다. 주행 중에 먹기도 힘든 빵을 왜 먹느냐고 물으니 대답은 간단했다. “제가 가장 좋아하는 게 빵이거든요.” 즐겁거나, 좋아하거나. 이 허무하리만치 소박한 이유가 그로 하여금 자전거를 타게 하는 이유 전부다.



처음 사이클을 입문하게 된 계기가 있었나?

처음에 철인3종을 시작했다. 대학교를 다니면서 아이언맨 코스를 준비하는 도중 마음 맞는 사람들끼리 투르 드 코리아를 참가하게 되었다. 당시 C-Summit이라는 신생팀으로 활동했을 때는 아무도

주목하지 않았다. 그런데 처음 출전한 대회에서 단체종합우승을 거머쥐면서 입문과 동시에 수상경력도 갖게 되었다. 이후 철인을 그만두고 사이클에만 매진하게 되었다.


캐논데일 네오우드팀에 합류하게 된 계기가 있다면

개인사정으로 인해 씨서밋을 탈퇴하고 새로운 팀에 들어갔다. 그때 들어간 팀이 벨로씨엘이었는데 당시에 모인 멤버가 캐논데일 네오우드의 주축이 되었다. 벨로씨엘팀을 1년간 운영하다가 후원사가 산바다 스포츠로 바뀌면서 캐논데일팀으로 바뀌었다. 여기에 네오우드라는 또 다른 스폰서가 합류하여 캐논데일 네오우드가 되었다.


캐논데일 네오우드팀의 주력 스폰서는 어느 곳인가?

우선 캐논데일과 네오우드가 있다. 그리고 산티니가 의류를 협찬하고 있다. 양말이나 이너웨어는 아웃왯에서 후원받는다.


캐논데일 네오우드팀은 어떤 팀인가?

한마디로 자유분방한 팀이다. 우리는 단체 훈련보다는 개인 훈련을 위주로 한다. 개인적인 성향이 강하다고 할까. 정기적으로 멤버가 전원 모이기보다는 수시로 마음 맞는 사람들끼리 모여 라이

딩을 즐긴다. 그러다 큰 대회가 있으면 그때 뭉친다. 가끔 해외여행도 같이 가기도 하고.


최근에는 어디를 다녀왔나?

일 년에 두 번 정도 해외여행을 가곤 한다. 겨울에 팀원들과 함께 사이판에서 열리는 헬 오브 마리아나 사이클 대회에 참가했다. 올해에는 이 대회가 괌으로 옮겨서 그곳으로 놀러갈지도 모르겠다. 작년에는 유럽을 갔고 올해는 일본을 갈 예정이다. 여행을 좋아하는 사람들끼리 사비를 털어서 간다. 가끔 팀원이 모여서 이동할 경우에는 캐논데일 네오우드팀 지원금에서 일부분을 후원받기도

한다.


현재 마스터즈대회에서 종합 3위를 달리고 있다. 어떤 대회가 기억에 남나?

단연 나주대회가 인상 깊었다. 나주대회에서는 큰 언덕이 없어서 나에게 유리한 지형이라고 생각했다. 마지막 구간을 어떻게 해나갈지 전략을 세우고 달렸다.


나주 마스터즈 대회는 잦은 사고로 악명이 높았다. 당시 상황을 말해 달라. 

대회경험이 적은 사람들은 승부욕이 강해 앞지르는 사람들에게 추월경로를 잘 내어주지 않아 사고로 이어질 확률이 높다. 결승점에서도 여지없이 사고가 일어났다. 바로 내 옆에서 몸싸움을 하던 두 명이 넘어졌고 그 여파로 나도 넘어질 뻔했다. 선두그룹 후미에 붙자마자 다시 또 충돌사고가 일어났지만 그것도 피해갈 수 있었다.


라스트 구간에서는 어땠나?

결승점까지 2km을 남겨두고 이형모 선수가 치고 나오자 그 뒤를 성종민 선수가 추격하는 양상이 벌어졌다. 그러나 거리가 많이 남은 상태라 이형모 선수가 뒤처지기 시작했다. 기회가 왔다고 생각했다. 그때 나는 선두그룹에 있었다. 맞바람이 불고 있어서 당초 300m부터 어택을 하기로 했던 계획을 수정해서 200m에서 마지막 스퍼트를 올리려고 했다. 순간 우측에서 데릭이 앞으로 치고 나왔다. 그리도 동시에 강종철 선수도 스퍼트를 올렸다. 뒤늦게나마 경쟁구도에 끼어들었지만 전세를 뒤집지는 못했다.


이환걸 선수가 바라본 마스터즈 대회는 어떤가?

특별히 유감스러운 부분은 없다. 일각에서 마스터즈 대회의 도로통제가 미흡하다는 불평이 나오는 것으로 알고 있다. 하지만 선두그룹에서는 도로통제가 잘 되는 편이다. 후미로 갈수록 도로통제력이 떨어지기 때문에 그런 이야기가 나오는 것 같다.


한동안 사이클을 타지 않았다고 하는데, 다시 대회에 나가는 이유가 있나?

하는 일이 바빴다. 매일 힘들게 운동을 하다 보니 슬럼프가 오기도 했다. 이렇게 열심히 탈 필요가 있냐는 생각이 들어 한동안은 설렁설렁하게 자전거를 탔다. 그러다가 어느 순간부터 예전에 활약하던 사람들은 보이지 않고 낯선 사람들이 포디엄에 올라가는 것을 보았다. 그게 승부욕을 자극했다. 예전에 저기에 내가 올랐었는데. 포디엄에 올라가본 경험이 있는 사람이면 그 쾌감을 잊지 못한다. 그래서 이번 겨울부터 다시 사이클을 타기 시작했다. 살을 빼고 음주를 절제했다. 겨울에도 도로로 나가 꾸준히 자전거를 탔다. 그리고 미사리대회에서 MTB로 올해 첫 우승을 했다.


본인은 어떤 스타일의 라이더라고 생각하나?

예전에는 마른 체형이어서 클라이밍에 강했다. 운동을 쉴 때에 비하여 살이 많이 빠졌지만 예전 체형과는 많이 바뀌었다. 체격도 좋아지고 체중도 늘어났다. 덕분에 단거리 스프린트가 강해졌다. 상대적으로 클라이밍은 약해졌다. 덕분에 고도가 들쑥날쑥한 코스에서는 전혀 맥을 못 춘다.


라이딩을 하면서 자신만의 습관 같은 것이 있다면 하나만 말해 달라.

라이딩 중에 빵이나 과자 등을 주머니에 넣고 다닌다. 남들이 에너지바 같은 것을 먹을 때, 나는 단밭빵이나 소보루 빵을 먹는다. 특별한 이유는 없고, 단지 밀가루 음식을 좋아하니까. 비단 빵 종류 아니더라도 달달한 과자도 좋다. 라이딩 중간에 이런 밀가루 음식들을 먹고 달리니 사람들이 “소가 여물 먹고 일하는 것 같다”고 놀리기도 한다.


자전거를 타는 것 외에 다른 취미가 있다면

없다. 자전거로 퇴근을 하고 나면 잘 시간이다.(웃음) 가끔 시간이 나면 여자친구와 맛있는 음식을 먹으러 다닌다. 죽마고우들과 가끔 동네에서 맥주를 즐긴다.


술을 자주 마시는 편인가?

예전에는. 지금은 상당히 절제한다. 마셔도 맥주 한두 잔. 혹은 아예 마시지 않을 때도 있다.


마지막 질문을 하겠다. 만약 이환걸 선수가 자전거를 타지 않았다면 어떤 취미를 가졌을까?

한때 수영강사도 했었으니 아마 수영을 하지 않았을까? 철인경기를 준비하면서 수영은 오래전부터 해온 운동이다. 또는 아예 처음부터 시작한다면 보다 익스트림 스포츠를 하고 싶다. 온 몸이 녹초가 될 때까지 움직이는 강렬한 운동을 좋아한다. 특히 클라이밍과 같이 산악에서 하는 운동은 한번쯤 시도해보고 싶다.


하고 싶은 운동을 보니 내려가는 것보다 올라가는 것을 좋아하는 체질인가 보다. 앞으로 마스터즈 대회 순위 상승도 기대해보겠다. 뒷주머니에 소보루 빵을 넣고 1등을 하면 제과점에서 스폰서 제의가 들어올지도.



이환걸 선수 프로필

2008 5 Tour de korea 단체종합 우승

2009 5 Tour de korea 단체종합 준우승

2010 5 Tour de Korea 단체종합 우승

2013 2 미사리 사이클로크로스 MTB 종합 1위

2013 3 강진 MCT마스터즈 개인종합 우승

2013 4 나주 MCT마스터즈 개인종합 3위

2013 5 춘천 배후령 힐클라임 MTB 남자시니어 1위

▶소속 : 캐논데일 네오우드

▶생년월일 : 1985. 05. 24

▶키 : 176cm

▶체중 : 70kg


*이 기사는 월간 <더바이크> 7월호(2013)에 게재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