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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ational Doragraphycs/자전거

의외의 남자 이형모


카메라를 향해 특유의 손동작을 보이는 이형모 씨




'오늘은 잘할 수 있어.’ 아마추어 사이클계의 톱클래스 선수인 이형모 선수의 좌우명이다. 그런데 정작 더바이크가 만난 이형모 선수는 ‘오늘은 운동 쉴 수 있어’, 라든가 혹은 ‘나도 화낼 수 있어.’라고 고민을 토로했다. 그는 그만큼 소탈하고 인간적이었다. 물론 그런 모습까지도 성실하고 겸손하게 보인다는 것을 본인은 모른다는 것 같지만 말이다.


이형모 선수는 자전거물품과 의류를 판매하는 알피엠스포츠의 마케팅 직원이다. 동네 형님 같은 편안한 인상을 가진, 대한민국의 평범한 직장인에 지나지 않은 그가 특별한 까닭은 아마추어 사이클리스트로서의 독보적인 실력 때문이겠다. 대학시절 에베레스트를 정복한 산악인이었다가, 부상 이후 철인3종경기에서 두각을 보인 그는 자신의 주특기인 사이클 종목에서 프로선수 못지않은 기량을 발휘하고 있다. 특히 세계적인 미국횡단경주인 RAAM(Race Across AMerica)에서 50대 이하 2인 1조전 1위를 차지한 일화는 유명하다. 스포츠인으로서 그의 성실함과 열정은 이미 명성이 자자해 국내에서 사이클 좀 탄다는 동호인치고 이형모 선수를 모르는 사람이 없다고나 할까.


몇 해 전부터 그는 기부운동을 하면서 자전거계의 ‘기부천사’로 칭송받고 있다. 사람들과 매번 라이딩을 할 때마다 더도 말고 덜도 말고 천 원씩 기부를 받는다. 막강한 실력에 푸근한 마음씨까지 갖춘 그는 사이클 초난강의 트레이드마크로 알려졌던 ‘러브’ 손동작을 자신의 아이콘으로 만들었다. 



MTB라이더이자 철인3종경기, 사이클리스트, 전문 산악인이라는 많은 수식어가 따라다닌다. 그 중 자신은 어떤 사람이라고 생각하는가?


대학교 시절부터 해외원정을 다녔다. 졸업하고 에베레스트까지 올라가게 되었지만 부상 때문에 접어야 했다. 철인3종경기는 산을 그만두면서 생긴 목표였다. 무작정 시작을 하면서 정상급 철인 선수가 되고픈 마음이 있었다. 동호인 중에서는 잘 타는 편이라도 그 이상의 세계와는 달랐다. 철인을 그만두니까 오히려 내가 가장 할 수 있다고 생각한 것이 사이클이었다. MTB는 입문할 때 아주 잠깐 접해본 것이 전부였다.



사이클리스트에 가깝다는 뜻으로 받아들이겠다. 사이클도 그렇지만 운동을 시작할 때마다 그 바닥에서 정상을 찍어야 성이 풀리는 스타일 같다. 


철인경기와 사이클은 나에게 그렇게 다른 운동이 아니었다. 철인경기 중 수영은 나에게 늘 마이너스 포인트였다. 달리기는 남들만큼 하겠는데, 도무지 수영은 극복이 되지 않았다. 그래서 세운 전략이 수영으로 기록이 뒤지면 사이클로 만회하자는 것이었다. 그런 것이 어느 순간부터는 사이클에서의 이점이 수영에서의 불리함을 상회할 정도가 되었다. 이미 철인대회에서 사이클에 대한 훈련이 되어있는 상태였기 때문에 사이클로 전향하는 것도 무리가 없었다.



살인적인 운동량으로 악명 높다. 운동 밖에 모른다는 주변의 증언이 있던데?


나도 다른 사람과 크게 다르지 않다. 하루에 정해진 목표운동량이 있다. 어떤 날은 전부 완수해서 뿌듯한 날이 있고 어떤 날은 그게 잘 안 되는 날도 있다. 단지 남들보다 이 운동을 오래했기 때문에 서너 시간 높은 강도의 운동을 지속해도 쉽게 지치지 않을 뿐이지. 나만의 싸움에서 늘 이기는 것은 아니다.    



직장인으로서 스포츠라는 취미를 가지는 것도 어려운데, 아마추어에서는 톱클래스다. 운동과 직장을 병행하면서 어려움은 없나?


직장을 다닌다고 해서 정해진 틀에 사로잡혀 있는 것은 회사의 생산성과 회사원의 자기개발 모두에 좋지 않다고 생각한다. 운동을 하기 때문에 회사 입장에서도 이득이 되는 길은 있다. 자율적인 분위기 속에서 업무를 하고 자기 관리를 할 때 회사원은 최적의 실적을 낸다고 믿는다. 



더바이크 카툰을 그리고 있는 금개구리의 만화를 보면 망사 내의를 입은 모습으로 묘사된다. 어떻게 생각하나?


본래 결승선을 넘으면 옷매를 가지런히 다듬는 것이 예의지만, 처음 아웃웻의 내의를 입고 간 날 어떻게든 홍보를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저지를 벗고 다닌 것이 그대로 캐릭터로 굳어졌다. 다른 이야기인데, 이미지가 굳어진다는 것은 무서운 일이다. 일단 사람들에게 어떤 인상으로 각인되면 다른 모습을 보여주기 어려워진다. 가끔은 남이 바라보는 이형모란 사람은 나와 달라서 불편함을 느낄 때가 있다.



구체적인 예를 든다면?


예를 들어 사람들이 생각하는 이형모는 밝고 긍정적인데다가 운동을 열심히 한다. 물론 주변 사람들이 그렇게 나를 바라봐주는 것은 고마운 일이다. 하지만 실제의 나는 항상 그렇지 않다. 나는 자유롭게 산다. 때로 화도 나고 운동이 하기 싫을 때도 있다. 아주 가끔 사람들의 시선이 내 삶을 가두는 틀처럼 느껴질 때가 있다. 

 


하루의 일과에 대해 말해 달라.


주중에는 아침 여섯시에 일어나서 함께 라이딩을 한다. 그게 약 2시간. 그리고 자전거로 출근하는데 1시간이 걸린다. 일과가 끝나면 다시 집에 가는 데 1시간이 걸린다. 주말에는 주로 시합을 나간다. 



최근에 이사를 했다는데.


전에는 고시원을 살았다. 고시원을 살 때에는 좀처럼 집에 들어가기 싫었다. 그래서 더 훈련을 열심히 했는지도.(웃음) 이사를 간 곳은 1층인데다가 넓어서 마무리 운동을 하기 좋다. 짐볼과 롤러를 벌써 장만했다. 주차장이 바로 옆이라 자전거를 두기도 편하고.



나만의 운동비법이 있다면?


집중력이 중요하다. 특정한 운동 매뉴얼은 그다지 없다. 있다고 해도 직장이 있으니 지키기가 어렵다. 대신에 운동을 할 때는 굉장히 집중하려고 한다. 특히 자신의 몸 상태를 스스로 느끼는 것에 신경을 많이 쓴다. 시합을 할 때에는 자신의 컨디션이 어떤지 면밀하게 검토해야 부상 위험을 줄이면서 최상의 성적을 낼 수도 있다. 



지인들의 말에 의하면 자전거 밖에 모르는 사람이라고 한다. 


그 말이 맞는 것 같다. 근래에는 시간을 내서 하는 취미는 자전거 외에 딱히 없다. 앞으로 하고 싶은 일은 몇 가지 있다. 하나가 철인경기를 다시 시작하는 것이다. 그리고 피팅에 대한 이론이나 파워미터를 활용한 트레이닝법도 배울 계획이다. 나를 위해서라기보다 많은 사람들에게 자전거를 제대로 즐기는 법을 알려주고 싶다. 이것도 결국 자전거 취미의 일종이긴 하지만.



애주가라고 들었다. 평소 주량은 어떻게 되나?


정신 차려서 마시면 소주 두 병 정도 마신다. 근래에는 그렇게 즐기지는 않는다. 술자리를 주선하지는 않고. 그래도 사람들 만나는 것이 좋아서 누가 부르면 종종 술을 마신다.



술을 좋아한다니 의외다. 말술이라는 이야기도 있다.


전혀 그렇지 않다.(웃음) 대학교 시절 산악부에 다니면서 처음 술을 마셨다. 그때는 워낙 술 마시는 것이 일상과 같았다. 군대를 가기 전까지 산을 오르면서 ‘음주수행’을 한 덕택에 술에 자신감이 붙었다. 하지만 군대를 다녀온 이후로는 자주 마시는 편은 아니다. 30대가 넘으니 술을 마시면 몸이 나빠지는 것이 느껴지더라. 그래도 함께 어울릴 자리가 된다면 피하지 않는다.



이형모 선수와 함께 달리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오해가 있다. 이형모와 아침 운동을 한다고 하면 어떤 사람들은 “거기 가면 죽는다.” 혹은 “거기는 괴물들만 가는 곳이다.”라고 말하기도 한다. 전혀 그렇지 않다. 아침 라이딩에 오는 사람들을 보면 여자 라이더들도 있고 초보들도 온다. 아침 여섯시 반에 성내천 합수부에서 모여 미사리 인라인 경기장 근처로 이동한다. 라이딩 거리는 약 50km 내외. 순환코스를 달리기 때문에 실력이 없으면 없는 데로, 있으면 있는 데로 누구나 자기 훈련목표치를 채울 수 있다. 


아침 라이딩은 어떤 식으로 진행이 되나?


주로 독주 연습을 많이 한다. 미사리 조정경기장 맞은편에 있는 인라인 경기장에서 순환훈련을 한다. 실력이 있는 사람들이 앞에서 끌고 부족한 사람들이 뒤에서 따라간다. 뒤에 있는 사람들은 잘 타는 사람과 함께 뛰면서 실력이 향상되고 앞에 선 사람들은 바람을 맞으면서 달리니까 주행능력이 향상된다. 아침시간이라 사람이 없을뿐더러 한강주변이라 바람이 강하다. 강풍을 이겨내면서 그룹을 이끌면 실력이 늘 수밖에 없다. 



바람을 맞으며 달려야 한다니. 생각만 해도 괴롭다.


오르막길보다 힘든 것이 맞바람 주행이니까. 그래도 뒤에서 함께 따라오는 사람들을 생각하면 즐거운 마음으로 달릴 수 있다. 또, 라이딩할 때마다 천 원씩 기부금을 낸다. 더 많이 내려는 사람이 있어도 받지 않는다. 더 내고 싶으면 다음번에 또 나오라고 말한다. 아침 라이딩에 오면 맞바람과 친해지고, 그만큼 강해질 수 있다. 또, 어려운 사람도 도울 수 있다.



동호회 생활을 오래했다고 들었다. 현재 이형모 선수가 바라보는 국내 동호회들의 역량과 분위기는 어떤가?


기존에 있던 전통적인 팀들의 강세도 여전하지만 신규 동호회들의 실력도 나날이 발전하고 있다. 그러나 아쉬운 점도 있다. 새롭게 결성된 동호회 사람들이 대회성적에만 집착하는 모습을 보이는 것이다. 로드경기는 혹독하고, 또 위험한 경기다. 단지 잘 달리는 능력 외에 머신 컨트롤이나 안전하게 경기를 운영하는 방법이 필요하다는 것을 간과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최근 마스터즈 대회와 같은 엘리트 동호인 대회에서 사고율이 높은 까닭 중 하나는 이러한 요인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다른 문제점을 지적하자면


이것도 비슷한 맥락이다. 이미 실력과 명성을 갖춘 팀들이 포디움에 올라가는 것에만 연연하는 것처럼 보일 때 역시 안타깝다. 전통적인 팀들은 눈앞의 성적보다는 더 좋은 경기문화와 매너 보급에 솔선수범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시합을 할 때 서로 견제만 하거나, 뒤에서 숨어 있다가 라스트스퍼트로 이겨볼 생각만하면 경기가 재미없어진다. 승부를 볼 때는 봐야겠지만 그 과정에서 잘 타는 사람들이 경기를 재미있게 만들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이형모 선수를 보면서 전의를 불태우는 초보들에게 무슨 조언을 해주고 싶나?


평롤러를 권하고 싶다. 평롤러는 기본 중 기본이다. 몇 라이더들은 기본기를 소홀히 하고 오직 빨리 달리는 것에만 집착하는데, 그래선 안 된다. 프로 선수들도 처음 자전거를 배울 때는 평롤러를 탄다. 고정롤러훈련과 같이 힘을 키우는 훈련은 그 다음이다. 




이형모 프로필


음력 1978. 12. 5

신장 174cm 체중 65kg


수상경력

2010 춘천 하프 철인 3종 경기 동호인 1위

2010 대관령 힐클라임 대회에서 40분 04초로 역대기록 갱신

2011 RAAM 50세 이하 2인팀 우승

2012 투르 드 코리아 스페셜 개인종합 2위

2012 구미 MTB대회 상급마스터 1위

2013 가평 마스터즈 리그 1위

2013 트랙 자전거 대회 최고기록 갱신

2013 금산 MTB대회 상급 마스터 1위

2013 인천 마스터즈 리그 1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