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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ational Doragraphycs/자전거

브라이언 쿡슨은 프로 사이클을 구할 수 있을까?


UCI의 새로운 수장 브라이언 쿡슨. 최근에 자신의 연봉을 자진 삭감했다. 5억에서 4억으로... 오, 그래도 많다!



 세계에서 가장 큰 월드 스포츠 페스티발 중 하나이자, 현장 관객수 최다라고 일컫는 투르 드 프랑스지만 근래 위기에 봉착해 있다는 것은 공공연한 비밀이다. 도핑 때문이었다. 랜드 암스트롱 이후 90년대 투르 드 프랑스는 내내 도핑 위반으로 얼룩져 있다. 20일이 넘는 혹독한 레이스 내내 선수들이 자전거를 타다가 죽을 정도로 터프한 경기에서 약물의 유혹은 쉽사리 떨어낼 수가 없었다. 최근에는 투르 드 프랑스에 대한 예산삭감을 논의할 정도로 이 그랜드 투어의 위상은 떨어졌다. 


 심각한 것은 투르 드 프랑스 내에서 도핑 혐의는 비단 선수 개인 차원에서 저질러진 일이 아니라, 구단 전체와 UCI 연맹조차 연루가 되었다는 의혹이다. 랜드 암스트롱은 최근 커밍아웃에서 자신의 도핑 위반을 전전 회장인 하인 베르브르겐이 묵인했다고 말한다. 물론 하인 베르브르겐은 그 혐의를 부인하고는 있지만, 90년대 당시에 공공연히 이루어진 도핑을 UCI 회장이 몰랐다는 것은 개연성이 떨어진다. 설사 몰랐다고 한다면 직무유기나 다름 없다.


 그런면에서 전 회장인 맥퀘이드 또한 책임의 여지가 있다. 과연 이 모든 사실을 맥퀘이드가 몰랐겠는가? 이것은 근거 없는 의심이지만, 분명 맥퀘이드는 오랫동안 UCI을 통솔하면서 겪었던 일들을 공중에게 낱낱히 밝혀보아야 할 의무가 있다. 



맥퀘이드가 다른 건 못했어도 제3세계 사이클링 발전에 공을 들인 것은 사실이다. 실제로 아시아권에서 그에 대한 지지도는 높은 편이라고 한다.



 이런 와중에 브라이언 쿡슨이 새로운 UCI회장으로 추대되었다. 브라이언 쿡슨은 후보시절 자신의 공약으로 조직의 투명성과 도덕성 회복을 울부짖은 만큼 과거 UCI가 쉬쉬했던 문제들을 전면에 제기할 가능성이 높다. (물론 막상 그 자리에 오르면 까발릴 일보다 숨겨야 할 일들이 많다는 것을 알게 될지도 모르겠다. 만약 그런 상황이 온다면 브라이언 쿡슨을 지지했던 여론에게 등을 돌린다는 뜻이 될 것이다.) 현재 투르 드 프랑스에 대한 도덕적인 의심은 결코 가벼운 단계가 아니기 때문에, 브라이언 쿡슨이 이전 UCI회장처럼 도핑 문제에 소극적으로 나선다면 투르 드 프랑스의 국제적 신뢰도는 더욱 위축될 수 밖에 없다.


 다행스럽게도 브라이언 쿡슨의 첫 행보는 깔끔한 편이다. 스스로 보수를 낮추어 공약을 낮췄다. 나머지 공약, 특히 조직의 투명성 강화는 조금 더 지켜보아야 할 일이겠지만 후보시절 자신의 숙원사업으로 내걸었던 만큼 기대가 높다. 맥퀘이드의 치적이라고 할 수 있는 제3세계의 사이클링 발전 사업을 얼마만큼 이어받을지는 모르겠으나, 적어도 아시아권에서 사이클링 문화 육성은 회장 한 사람의 운영 방침으로 어찌할 수 없을만큼 거대하고 잠재력도 높은 프로젝트이다. 이번 년 아시아 지부 월드사이클링 트레이닝 센터 설립과 맞물려서 투르 드 코리아와 몸소 방문했던 맥퀘이드처럼 적극적인 의지는 보여주지 않을지는 모른다. 그러나 아시아 사이클링 개척은 UCI의 미래를 점칠 수 있는 미래사업이기 때문에 UCI 회장으로서는 결코 좌시할 수는 없을 것이다. 


 다만 이 문제를 다루기에 앞서 새로운 UCI 회장은 자신의 수족과 다른 없는 UCI 내부의 털 고르기를 제대로 할 수 있을지를 우선적으로 주목해보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사이클링 문화를 아시아에 전파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지금은 양적 팽창보다는 질적 팽창을 우선순위에 두어야 할 때이다. 도핑 이슈를 어떻게 처리하느냐는 또한 신임 회장의 능력을 판가름하는 잣대가 될 것이다. 



랜스 형은 이제 영구제명... 하지만 랜스의 도핑은 그간 프로사이클링 내부에 왕왕 있었던 도핑 사례의 증상이지 발단은 아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