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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ational Doragraphycs/자전거

카본 제품 수리에 대한 오해 바로잡기




카본 제품 수리에 대한 오해 바로잡기



 2주 전 즈음이나 엠엘비파크에 자전거 사고에 관한 글이 게시되었다. 자신이 사이클을 타고 가다가 개 한 마리를 치었다는 것이다. 그런데 그 개는 개목걸이 없이 풀어둔 상태로 도로로 뛰어들었고, 자전거를 탄 사람은 정상 주행 중이었으니 100% 개주인의 과실로 판정이 났다고 한다.


 이야기가 재미있어지는 것은 그 다음이다. 과실이 모두 본인에게 있음에도 개주인은 자전거 주인에게 개가 죽은 것에 대해서 도의적인 책임을 물었으며, 인격적인 모독도 서슴지 않았다고 했다. 이에 분개한 자전거 주인은 자전거 검사 및 수리비용 전부를 개 주인에게 청구할 것이라고 했다. 그런데 그 검사 및 수리비용이라는 것이 무려 980만 원이었다.


자전거 검사 및 수리비용이 980만 원.


 이게 가능하긴 한 걸까? 나도 이 업계에 있기는 하지만 사실 자전거 수리비용에 대해서는 아는 바가 많지 않다. 단지 어깨 너머로 ‘자전거 수리비용이 얼마얼마다 하더라’ 라고만 전해 들었을 뿐이다. 다만 그 자전거 주인의 자전거가 스페셜라이즈드의 최상급인 에스웍스(S-WORKS)이고, 바퀴는 짚(ZIPP)의 상위 기종임을 감안할 때, 신차 가격은 대략 1400만원을 상회할 것임을 참고할 수는 있겠다. 


 1400만 원짜리 자전거의 수리비가 980만 원이라니. 물론 저 액수 사이에 낀 ‘자전거’라는 단어 자체가 비상식적으로 들리는 사람도 있겠으나, 구매가가 저리 비싸니 검사 및 수리비용도 저렇게 나올 수 있다는 생각이 그렇게 이상하게 들리지는 않는다. 그러나 정말 그럴지는 까봐야 아는 법이다. 필자는 관련 업체 관계자와 전문가에게 물어보았고, 이 응답한 내용을 토대로 간략하게 적어보고자 한다.


비파괴 검사는 반드시 해야 하는가?


 이것은 다른 말로 초음파 검사라고도 하는데, 물체 내부의 균열 상태를 알아보기 위해 진동을 가하는 검사이다. 대상을 파괴하지 않고도 검사할 수 있어서 비파괴검사라고 한다. 뭇 사람들의 상식 중에서 카본 프레임 검사 견적이 많이 나오는 이유가 초음파 검사 때문이라고 알고 있다. 또 어떤 사람들은 카본 제품이 사고가 날 경우 겉으로 멀쩡해보일지라도 혹시 모르는 손상에 대비하여 반드시 초음파검사를 해봐야 한다고 한다.


 확실히 비파괴 검사비용은 비싸다. 견적을 산출하는 방법을 정확히 알 수는 없으나 이 검사는 면적당 가격이 올라가는데, 프레임 정도의 크기를 검사하려면 분명 몇 백만 원은 깨진다고 한다. 


 그러나 하나 잊은 것이 있다, 이 검사의 목적은 선박이나 건물처럼 검사를 위해 파괴하기 어려운 대상이나 기업의 원가 손실을 낮추기 위해 대상을 ‘파괴하지 않고’ 검사하기 위한 것이지, 이미 충격을 받은 제품의 손상을 알아보기 위해서가 아니다. 만약 카본 프레임의 수리 견적을 낸다면 육안으로 손상의 유무를 확인하고, 데미지가 있다고 판단될 경우 프레임 교체비용을 청구하는 것이 일반적인 수순이다. 육안으로 보이지 않는, 혹은 없을지도 모르는 내부의 미세한 균열을 알아보겠다고 비파괴 검사를 하는 것은 이치에 맞지 않는다. 비파괴 검사 비용과 수리비용을 생각해보면, 손상이 의심 가는 즉시 새 제품으로 교체하는 것이 모두에게 이득이다.



비싼 카본 프레임이라고 수리비용이 더 비쌀까?


 카본 수리에 대한 평균적인 비용은 알기가 어렵다. 업체는 자신의 수리비용을 일관적으로 책정해두지도 않을뿐더러, 거래가 아닌 제3자에게 가격정보를 알려주지 않는다. 다만 카본 수리는 수리에 들이는 원가보다는 기계설비와 공임, 수리 시 발생하는 리스크에 대한 비용이 더 많다는 것을 염두에 두자. 


 카본 수리에는 일괄된 가격정책이 없다. 따라서 수리비용이 비싼가 혹은 비싸지 않은가에 대한 기준마저도 없다.(이런 불투명한 업계의 관행이 카본 수리에 대한 오해를 키우기도 하는 것이지만) 카본 수리는 수리하는 업체마다 다르고, 사고가 난 케이스마다 다르다. 그러나 넉넉하게 잡아도 카본 수리비용은 손상부위 당 100만 원을 넘어가지는 않는데, 그 이상이라면 차라리 새제품을 사는 것이 이득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소비자가 500만 원짜리 프레임과 60만 원짜리 프레임과 수리견적이 다를까? 이는 수리자가 어떤 방식으로 수리하느냐에 따라 달린 것이기는 하다. 그러나 적어도 어떤 카본 프레임이든 동일한 방법으로 해도 수리가 가능하며, 동일한 파손을 같은 재료와 방법을 사용하여 수리하면 가격은 크게 차이가 나지 않는다고 한다. 즉 프레임이 비싸다고 해서 수리비용도 비례하는 것은 아니다.


수리는 완벽한가?


 먼저 자전거 프레임이라는 것이 정확하게 계산된 굵기와 형태를 가지고 있는 튜브들의 조직이라는 것을 기억해두자. 이는 최대한 가벼우면서 필요한 만큼의 강도를 확보하기 위해서인데, 고급 자전거로 갈수록 이러한 설계가 치밀하다. 카본 프레임은 더 이상 더하고 빼고 할 수가 없는, 딱 그만큼의 내구력과 무게를 가질 수 있도록 설계된 물체이다.


 그런데 카본 수리는 손상이 간 카본 적층에 카본 패칭을 붙임으로서 강도를 보강하는 것이다. 손상을 입은 기존 레이어에 카본을 보강하면 무게가 늘어나는 것은 물론이고, 원래 그 부분이 가져야 할 두께, 탄성과 강도까지 모두 변하게 된다. 엄밀히 말해 카본 프레임은 ‘복구’는 있을 수 없다. 다만 깨진 부위를 보강해서 사용해도 문제가 없는 상태로 만들 뿐이다. 



결론


 종합해보자. 1400만원 정도하는 자전거의 검사 및 수리비용이 900만원이 나올 수 있는가? 정확한 견적을 내본 것은 아니지만 부품교체비용이라는 못할 것도 없다. 그러나 검사비용와 카본부품을 수리하는 목적에 들였다면 약간 신뢰도가 떨어진다. 여기에는 두 가지 이유가 있다. 우선 비파괴 검사가 일반적이지 않다. 하고자 하면 못할 것도 없지만, 굳이 값비싼 비용을 감수하면서도 이 검사를 고집할 필요는 없다. 두 번째, 프레임의 품질과 상관없이 카본 수리비용은 큰 차이가 나지 않는다. 또 수리를 하더라도 이전과 같은 성능을 기대할 수는 없다. 정상적인 셈을 할 수 있는 자전거 주인이라면, 같은 값이면 교체를 할 수 있는데 도대체 왜 수리를 해서 이전보다 못한 상태로 돌아가려 하겠는가? 900만 원이라는 검사비용과 수리비는 기술적으로 가능하나, 도의적으로 불가능하다는 의심은 여기서부터 시작된다.



그러니까 사고 나면 그냥 구매한 샵이나 제조/수입사에 맡기자. 라는 당연한 결론에 도달합니다.



ps

위의 사고가 허위로 쓰인 이야기이며, 사고를 진술한 글쓴이가 해당 홈페이지를 탈퇴했다는 소식을 들었다. 다행이다. 적어도 아무도 죽지 않았으니. 아무리 끈에 묶여 있지 않은 개라도 자전거에 치어 죽어도 싸다는 말을 들을 필요는 없다. 




덧붙이는 글.


이 글을 ㅍㅍㅅㅅ에 기고하면서, 몇 가지 해명거리를 남겼다.


 먼저 그 글의 발단부터 재확인해야 할 성싶다. 일전에 개와 자전거가 부딪히는 사고가 났고 수리비가 약 900만 원이 나왔다. 이 정도 수리비가 가능한가? 결론부터 말하자면 나는 가능하다고 말했다. 왜냐하면 사고차량의 원가가 1000만원을 호가하는 최상급 자전거였기 때문이다. 요는, 어떤 수리 과정을 거쳤는지를 추측하는 것이다. 그게 그 글을 쓰게 된 이유다.


오해의 근원은 해당 자전거의 파손 상태와 수리내역에 대해 정확하게 모르는 것에 있다. 나는 두 가지 가능성을 제시했다. 하나는 파손 부품을 교체한 비용이라는 것이다. 다른 하나는 비파괴검사 후, 카본을 패칭하는 식으로 수리하는 과정을 거친 비용이라는 것이다. 이 두 가지 가능성 모두 견적이 얼마나 나왔는지 모르지만 만약 교체를 한다면 납득할만한 금액이었다. 그러나 후자의 경우라면 조금 더 따져볼 필요가 있다.


후자에 대해서, 나는 결론적으로 그럴 수 있다는 뜻을 내비쳤다. 그러나 굳이 비파괴검사와 카본 수리까지 할 리가 있겠냐는 것이다. 앞서 말했지만 통상적으로 자전거가 고장나면 자전거를 구매한 샵이나 제조/수입사에 수리를 맡기는 것이 수순이다. 그러면 미캐닉이 파손 정도를 파악하고 견적을 매긴다. 미캐닉이 육안으로 확인할 수는 없지만 손상이 의심될 때 비파괴 검사를 권해도 늦지는 않다. 해당 글에서 내가 지적하는 바는 '비파괴 검사는 필수적인 사후처리 절차가 아니라는 것'이다. 손상이 의심되면 바로 교체를 하면 더욱 손쉬운 것이 아닌가? 만약 보상을 해줘야 할 상대가 견적에 대해 의심을 하면 그때가서 비파괴 검사를 할 일이지, 처음부터 비파괴 검사부터 하는 것은 옳은 수순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글의 발단이 되었던 사건 자체가 픽션이며. 모든 전제들이 불확실한 상태에서 쓰인 글이다. 재차 언급하지만 기술적으로 모든 가능성은 열려 있다. 또한 누구를 까려고 쓴 글도 아니고, 비파괴검사를 하지 말아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이 아니다. 단지 정황상 설마 비파괴검사까지는 하지 않았을 것이다. 그게 결론이었다.


만약 위의 결론과 다르게 읽혔다면, 그것은 오독 때문이라기보다는 서술이 명료하지 않았고, 부연설명도 부족했음을 인정합니다. 그 점에서는 ㅍㅍㅅㅅ의 편집인에게도 미안하게 생각해요. 그러나 조금만 까주세요. 안그래도 나 요새 고난의 연속임.ㅠㅠ


ps: 비파괴검사의 종류와 가격까지 지적하는 분들이 계셨다. 올..전혀 몰랐다.


ps2: 보험사 문제를 거론했던 분도 계셨는데, 그건 이 케이스와는 조름 다른 문제 같다. 개에게 생명 보험을 걸어둔 것이 아니라면...


ps3:  ㅍㅍㅅㅅ에 글을 기고한 사람은 나지만, 편집방향과 사진자료 첨부에 관여하지는 않는다. 그래도 엉뚱하게 피해보신 분께 심심한 위로의 말씀을 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