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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ational Doragraphycs/자전거

국내 최초의 시마노 컨셉 스토어, 울산 바이크 하우스!

서울에서 네 시간을 달려 울산에 갔다. 낚시를 좋아하는 성격도 아니고, 그렇다고 작년 동안 실컷 봤던 바다가 그리워서 간 것도 아니다. 순전히 일 때문이라고 말하면 왠지 삭막하다. 그래도 회사에서 돈을 줘가며 사진 몇 장 찍고 인터뷰까지 하라며 이 먼길을 가게 하다니, 역시 암만 생각해도 이건 출장이라고 부를 수 밖에 없다. 그래도 울산까지 간다니 마음이 설랜다. 왜? 내 돈내고는 돈 아까워서 절대 안잘 대명 콘도 숙박권이 손에 있어서? 아니, 콘도가 아무리 좋아야, 그리고 콘도 옆으로 유장한 강 풍경이 멋이다고 해도 결국 이건 출장을 위한 숙소다. 콘도에서 함께 자는 사람은 대학교 동기도 아니고 더군다나 여자도 아닌 회사 광고부 과장님이시다. 그런 뭐가 그리 좋아? 글쎄, 아마 시마노 컨셉 스토어를 직접 구경하는 일이 유일하게 이 출장이 즐거운 이유일 것이다. 엄청나게 좋아하지는 않고 그래도 조금은 재미가 있었다는 게 정확한 표현이겠다. 그래도 국내에서 최초로 열린 시마노 컨셉 스토어라니 궁금하긴 하지 않겠는가?


울산 남구에 위치한 바이크 하우스. 국내 최초로 시마노 컨셉 스토어가 설치된 곳이다. 시마노 컨셉 스토어는 수입업체인 나눅스 네트웍스가 직접 운영하는 독립 매장이라기 보다는 기존의 바이크 샵과 연계하여 샵 내에 시마노 단독 부스를 설치하고 나눅스가 진열 및 이벤트를 하는 협업 형태다.
 

바이크 하우스 대표인 박선화 사장님.


 바이크 하우스의 대표인 박선화 사장님은 이만한 큰 매장의 오너치고는 젊은 인상이었다. 굳이 나이를 묻지는 않았지만 나와 연배차이가 많이 나지 않은 것 같은데, 못해도 4~5살로 보이는 딸도 있다. 아, 부럽다.

바이크 하우스 매장 내부 모습. 매장에는 직접 자전거를 타고 간단히 시승할 수 있는 공간도 있었다. 뭐, 이런 멋진 매장이 있다니!


매장 내부를 둘러보고 대표님과 인사를 나누었다. 대표님이 인터뷰 직전에 잠시 기다려 달라고 하셔서 그 사이 나는 시마노 컨셉 스토어를 촬영했다. 시마노 로고 컬러를 살려서 컨셉 스토어도 온통 스머프 색깔이다. 흰/파의 조합은 검/빨의 조합만큼 국가대표 색깔 조합이라 무난한 편이었다. 시마노의 기업 이미지가 조금 보수적인 편이라 푸른색 계통이 잘 어울린다.  

샵 내부에 있는 시마노 컨셉 스토어


시마노 컨셉 스토어의 기본적인 방침은 소비자들이 전시장에 온 것처럼 물건을 구경하고, 때로는 진열된 제품을 직접 사용하는 공간을 마련하자는 것이다. 원래 세계적으로 시마노는 자사의 제품을 홍보하고 품질 관리를 위해 미캐닉을 배치한 시마노 서비스 센터라는 것을 운영한다고 한다. 그러나 한국에서 미캐닉 부분은 기술적인 어려움이 있어 서비스하지 않고 디스플레이룸만 제공할 예정이다. 따라서 시마노 컨셉 스토어가 설치된 샵에 놀러가면 최신의 시마노 제품을 한눈에 확인할 수 있고, 큰 매장의 경우에는 Di2와 같은 고가의 물건을 체험해볼 수 있다. 결코 내 돈 주고 살일없는 고가품들을 사용해볼 수 있다니, 이점은 큰 메리트라고 생각한다.

가성비로 따지자면 스타 크래프트의 히드라를 능가한다는, 취미 로드의 끝이라는 105 그룹셋.

로드 구동계에 105 그룹셋이 있다면 므틉 구동계에는 SLX 그룹셋이 있다. 돌도 씹을 기셰의 이빨이 참 튼튼해 보인다.

새롭게 론칭한 시마노 하위 브랜드 프로의 제품들. 자전거 악세사리를 주로 만드는 브랜드다.


아직 1호점 밖에 있지 않아서 정확한 매뉴얼은 공개되어 있지 않지만, 기본적으로 시마노 컨셉 스토어의 디스플레이에는 어느 정도 우선 순위가 존재한다. 먼저, 시마노의 주력 상품인 구동계 그룹들이 가장 잘 보이는 곳에 진열된다. 그 다음은 매장의 인테리어와 크기에 따라 달라지지만 주로 시마노 슈즈나 의류, 하위 브랜드인 프로의 자전거 용품들이 들어오는 것이 일반적이다. 나눅스 네트웍스는 올해 안에 전국에 5개의 시마노 컨셉 스토어를 만들 예정이고 내후년부터는 몇 백개 단위로 스토어를 늘릴 생각이라고 한다. 하지만 컨셉 스토어가 들어올 수 있는 샵의 조건이 있기 때문에 모든 샵이 원한다고 컨셉 스토어를 만들 수는 없다. 아마 올해나 근년에는 급속도로 컨셉 스토어를 늘려나가겠지만 장기적으로는 나눅스 네트웍스에서도 컨셉 스토어의 로열티나 브랜드 희소성을 관리를 하지 않을까 추측해본다.


바이크 하우스 내부의 오브제들. 울산에서 최다 픽시를 보유한 샵 답게 픽시 용품들이 많았다.

샵 한켠의 미케닉 룸

픽시용, 혹은 브롬톤과 같이 가죽질하기 좋은 자전거들을 위한 안장과 가방들

무려 세명이서 운영하는 제법 큰 샵.

사이드 간판. 왠지 수제 햄버거집 같은 로고가 재미있다.


시마노 컨셉 스토어를 지나, 아까는 미처 보지 못했던 샵의 구석구석을 둘러보았다. 매장 자체도 제법 큰 편인데다가 대표와 미캐닉을 합쳐 무려 3명이 운영하는 잘나가는 샵임을 한눈에 알 수 있다. 딱 봐도 몇백만원씩 하는 므틉을 끌고 쫄쫄이에 헬멧까지 완전 무장한 아저씨들이 샵 안까지 자전거를 타고 들어온다. 생활 자전거도 팔겠지만 소위 하이엔드 유저들이 찾아오는 샵임을 알 수 있었다. 고가의 로드, 므틉도 한쪽에 있고, 남은 자리에는 픽시들이 즐비하다. 샵 대표님은 울산에는 아직 픽시 전문 샵이 존재하지 않기 때문에 바이크 하우스가 울산에서는 가장 픽시를 많이 다루는 샵이기도 하다고 말씀하셨다. 나눅스 네트웍스가 왜 시마노 컨셉 스토어 1호점으로 이곳을 택할만하다고 생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