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일전 오세훈 전 시장의 무상급식 투표때 필자와 서울에 사는 사촌 동생의 대화. 정치적 성격이 있다는 것 자체가 마치 기피해야되는 것처럼 인식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민주주의의 본류라고 하지만 그리스의 시민과 오늘날의 시민은 다르다. 그리스 시대의 시민이란 주체성을 가지고 자기 자신, 나아가 가정과 국가에 대한 지배에 능한 자를 시민이라고 보았다. 스스로 생산을 하며 국가에 기여를 하고 전쟁에는 스스로 무장을 하고 나가 싸우는 그리스 시대의 시민 사회에서는 남에게 의존하여 사는 부랑자나 노예, 의무를 받지 않은 외국인들은 시민이라고 보지 않았다. 모든 인간에게는 하늘에게 부여받은 평등한 권리가 있다고 주장하는 현대의 민주주의에서는 다소 폐쇄적이고 계급적인 사회로 보일 수 있겠다.
그러나 훌륭한 시민의 덕목까지 다른 것은 아니다. 비록 오늘날의 민주주의는 직접 국정에 참여하는 형식이 아니라 선거를 통해 대리인을 선출하는 대의 민주제이지만 시민의 덕목과 의무는 남아있다. 그것은 개인과 가정, 사회의 지배자로서 자신의 권리와 의무를 스스로 행하는 것이다. 그것은 곧 '주인으로서의 주체성 확립, 지배자의 의무'이기도 하다. 그리스인들은 '지배자'로서 자신의 가정과 재산을 보호하기 위해 전쟁터에 기꺼이 나갔으며, 국가적 안건에 대해서 직접 참여하였다. 일개 도시국가가 아닌 우리의 사회에서 그리스인들과 같은 것을 할 수는 없지만 대신 투표라는 제도가 있다. 투표는 말 그대로 자신의 목소리를 대변해줄 사람을 선출하는 것이다. 투표를 통해 현대 시민들은 자신이 원하는 바를 말하는 후보를 선출하거나, 적어도 자신의 견해에 반대하거나 자신의 권리에 반하는 후보자를 낙선시킬 수 있는 권리를 가지고 있다. 대통령이나 국회의원이 사회적 지위와 권력을 누리는 것도 다름아닌 그들의 위치가 곧 그들을 지지하는 시민들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직접 민주제가 아니고서야 투표는 민주주의 시민이자 국가의 지배자로서 자신의 권리를 행사할 수 있는 대표적인 제도인 것이다.
안타깝게도 대한민국의 많은 사람들, 특히 젊은이들은 정치에 대한 혐오를 갖고 있다. 앞서 필자가 이야기한 바도 있지만 그 이유는 매스미디어에 보여주는 정치판이라는 것이 이념끼리의 전쟁이나 권력에 눈 먼 자들끼리의 다툼으로 비춰지기 때문이다. 여기서 정치는 마치 문화의 한 장르처럼 현실에서 유리되기 시작한다. 정치에 이골이 난 사람들은 누가 나오든 '어차피 똑같은 놈들'이라는 생각을 갖기 시작한다. 정치에 대한 기피, 무관심, 혐오가 시작되는 순간이다.
그러나 이 나라의 주인은 시민이다. 시민은 우리 모두를 지칭하는 말이다. 그리고 투표를 할 수 있는 모든 사람들을 말한다. 투표할 수 있는 사람이야말로 이 나라의 주인이다. 현대에는 모든 사람들을 '주인'이라고 말하지만 그리스인들의 냉정한 시선으로 말하자면 노예는 얼마든지 있다. 그것은 자신이 주체적으로 국정에 참여하는데 않는 사람들이다. 누가 되었던간에 똑같다는 무력감과 정치판 어찌되어도 나는 과여하지 않겠다는 생각이 있는 이상 그들이 정치의 주체가 될 수 없다.
현대 민주주의에서 주인이 되는 길은 투표에 참여하는 것이다. 그리고 그곳에서 자신의 의사를 피력하는 것이다. 투표를 하지 않는 이들은 스스로 이 국가의 주인이길 포기한 사람들이다. 그리고 그런 사람들을 위해 발로 뛰어줄 정치인은 아무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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