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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ational Doragraphycs/시사

박원순 서울시장 당선, 시민은 이겼지만 민주당은?

진정한 개드리니즘의 꽃. isad. 나경원측은 '1분' 게시했다고 주장했지만 4시간 동안 저걸 보았다는 사람들은 뭘 본거란 말인가? 필자는 이게 왜이렇게 웃기는지.



박원순 서울 시장에게는 미안하지만 필자는 나경원이 떨어진게 더 기쁘다. 당선되었다는 말보다는 이겼다는 말이 더 좋다. 문화나 시민 사회에 대한 깊은 이해와 관심도 없이 단지 형식만 갖추어 지지율을 모으려는 한나라당식 선거전략에 '빅엿'을 먹인 사건이었다. 공약과 정책이 아니라 떠오르는 박원순 열풍을 네거티브로 잠재우려한 결과주의적인 자세도 필자가 나 후보를 곱잖게 보는 이유였다. 나경원 측의 예상보다 시민들은 풍부하고 객관적인 정보를 접하고 있었다. SNS덕분이다. 정보력이 있는 시민들은 이미지나 기만적 언론 플레이에 속지 않았다. 오히려 나경원 측이 '꼼수'를 쓸 수록 그것은 조롱의 대상이 되었다. 지금까지 한나라당이 밀어붙였던 선거전략이 더이상은 먹히지 않는다는 뜻이다.

박원순 서울 시장의 승리는 박원순 개인의 승리가 아니다. 그것은 한나라당에게 더 이상 자신들의 앞날을 맡길 수 없다는 시민들의 단호한 의지였다. 이번 선거에서 두드러지는 특징은 바로 30, 40대가 한나라당에게 등을 돌렸다는 점이다. 경제 활동에서 가장 활발히 움직이는 그들의 '실용주의'는 상위 1%만을 위한 나경원에게 표를 주지 않았다. 이념으로서의 계급이 아니라 현실적인 위치에서 자신들의 계급을 의식한 시민들은 누가 '우리쪽'인지를 명백히 알게 되었다. 이것은 80년대 대학생의 계급 투쟁이 아니라, 먹고 살기 위한 기성 세대의 계급 투쟁이었다. 풍부한 정보력에 이데올로기라는 장막이 걷히고 인터넷의 힘은 정치권의 프로파간다를 무력화시켰다. 눈에 보이는 것은 정권을 바꾸지 않으면 당할 수 밖에 없다는 냉혹한 현실이었다.

야권이 전부 박원순을 지지한 것은 한나라당의 독주를 막고자하는 이유도 있지만 저변에 흐르는 시민들의 마음을 제대로 읽었기 때문이다. 야권이 모두 박원순을 지지하여서 시민들의 마음이 움직인 것이 아니라 시민들의 마음이 그곳에 있었기 때문에 야권이 그곳에 몰린 것이라는 말이다. 이러한 면에서 야당 모두는 이번 선거의 수혜자는 될 수 있어도, 기여자라고 말할 수는 없다. 박원순 시장이 당선이 사실상 결정되었을 때 민주당 인사들에게 감사를 표한 것은 함께 선거 운동을 했던 노고에 대한 감사이지, 그들 덕택에 시장이 되었음을 말하지는 않는다.

되려 10.26 재보궐 선거에서 진정한 참패를 당한 것은 민주당 측이다. 서울 시장 선거는 민주당이 지지한 후보가 시장이 되었지만 다른 지역 선거에서는 한나라당에게 밀렸다. 분명 지방에는 나름의 지역색과 분위기라는 것이 존재하는 것여서 서울의 민심과 지방의 민심이 어느 정도 차이가 있는 것은 사실이나, 전국적으로 민주당이라는 프리미엄이 그다지 매력적이지 않다는 것을 보여주는 선거였다. 

민주당의 자세가 어정쩡하기 때문이다. 비록 제 1 야당으로서 한나라당에 반대하는 기조가 강하기는 해도, 민주당의 정체성은 여전히 모호하다. 아니, 오히려 정당 스스로가 모호한 자세를 취하는 것을 고집하고 있다는게 더 옳겠다. 일부 의원들을 제외하면 많은 민주당 의원들이 지지율을 의식한 정책과 선거 전략을 짠다. 이렇게 짠 선거 전략과 정책들에게 진정성이 느껴질리 없다. 시민들은 생각다. '그래, 뭔지는 모르지만 좋은 말이긴 한데, 대체 한나라당 후보와 다른 점이 뭐지?'

FTA비준안을 놓고도 민주당은 그랬다. 보궐 선거 하루 직전, 비준안을 본회에 통과시키자는 한나라당 제안에 강력히 반대한 사람은 민주노동당과 정동영 의원 및 몇몇의 의원들 뿐이었다. 이번 FTA는 재협상을 할 필요가 있음이 명백한데도 민주당은 눈치게임을 하고 있다. '시민들은 어떻게 생각할까? 우리가 FTA 본회 상정 거부하면 지지율이 떨어질까, 올라갈까?' 민주당은 결국 게임을 시장 선거 이후로 미룬다. 시장 선거에서 국민들 마음을 판단해보고 결정하겠다는 생각으로 보인다.

박지원 의원. [한국재경신문]비즈니스앤 『강인선 Live』민주당 박지원 의원편에서 퍼옴



 선거 이후, 박원순이 서울 시장이 되었음에도 민주당의 어정쩡한 자세는 고칠 줄 모른다. "FTA 찬성, 혹은 재협상 필요를 공약으로 넣고 총선에서 붙어보자"는 박지원 의원의 발언은 실망스러웠다. FTA 재협상은 국민들에게 물어볼 문제가 아니라 국익과 국민들을 위해 반드시 해야할 안건이다. 마땅히 재협상해야하는 FTA를 선거에 이용하겠다는 발상은 지지율을 위해서는 뭐든지 하겠다는 한나라당식 전략과 크게 멀지 않다. 표가 움직이는 쪽으로 정책을 정하는 민주당의 자세는 좋게 말하자면 국민의 소리에 귀기울이는 행동일테지만 필자가 보기에는 이기는 편에 붙겠다는 째째한 전략이다.

민주당은 늘 혁신과 진보를 말하지만 알맹이가 없다. 듣기 좋지만 텅빈 타이틀 속에 그때그때 상황에 맞추어 무엇을 넣을지 고민하는 표정이 역력하다. 이러니 먼저 아젠다를 내놓고 치고 나가는 것도 없다. 이렇게 '엣지' 없는 정당이니 그놈의 혁신이, 진보적 정신이 국민들에게 와닿을리 없다. '내가 이런 말하면 쟤네가 날 어떻게 볼까? 싫어할까?'만 고민하는 소심한 사람이 당최 매력적으로 보일 수 있느냐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