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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리뷰

트랜스 포머 3 : 달의 그림자 -그래도 2편보다는 낫구나

 남자의 꿈과 로망은 세 가지로 축약할 수 있다. 자동차, 여자, 그리고 메카닉. 어렸을 적 아카데미 로고가 적힌 조립 완구를 가지고 놀지 않은 남자가 있던가? 레고를 가지고 놀다보면 서너시간이 눈 깜짝할 새에 흘렀던 경험이 있는 사람이라면 이 말에 공감할 것이다. 필자는 트랜스 포머를 처음 애니메이션으로 접했다. 그리고 성인이 된 즈음 트랜스 포머는 압도적인 CG액션으로 영화관을 점령했다. 그래, 세월이 지나도 남자의 로망은 사그러지지 않는다. 단지 진화해나갈 뿐. 어차피 남자는 다 애 아니면 개 아닌가? 어른이 된 애들을 또 흥분시키는 트랜스 포머 3가 왔다. 오토봇, 어태-ㅋ!


트랜스포머 3의 포스터. 전작에 비해 스토리가 복잡해졌다. 이에 대해서는 호불호가 갈리는 편이다. 이런 블록 버스터 영화에 복잡한 스토리라는 것이 득인지 실인지는 직접 봐야 알겠지만 전작이 지나치게 단순한 나머지 3편의 복잡한 스토리를 초반에는 신선함으로 다가온다. 달과 지구라는 우주급 스케일 역시 기대를 하게 된다.

역시 옵티머스 프라임. 그는 역시 프라임이다. 사실상 오토봇과 디셉티콘의 전투라는 건 옵티머스와 그 외 잔챙이들이 티셉티콘 개떼들을 학살하는 내용이다. 독일 명차들은 미국 차들로 위장한 오토봇 잔챙이들에게 신나게 발리고 그 중 옵티머스는 원샷원킬의 신조를 가지고 디셉티콘 무리들을 학살한다. 그래도 전작에서 한 번 죽은 전과(?)가 있어서 인지 옵티머스의 전투는 언제 죽을지 모른다는 아슬아슬함이 있다.

이번 편에서 최악의 적으로 등장하는 쇼크웨이브지만 이 로봇 한거라고는 지렁이 같은 거대 로봇 타고 다니면서 건물 휘어감고 용가리 흉내낸 것 빼고는 한 일이 없다. 2편에서도 너무 많은 케릭터들이 대책없이 난장판을 만들어 놓는 바람에 덩치만 요란하고 비중은 한 없이 외소한 케릭터들이 많았는데 쇼크 웨이브도 그렇다. 그저 건물을 부숴 화려한 CG를 자랑하는 비중의 로봇이었다.

범블비. 1편에서는 등장하자마자 부상병, 2편에서는 사지에서 겁없이 날뛰는 주인공 보호하랴 정작 전투에는 거의 열외였다. 필자는 범블비가 정말 약한 로봇인줄 알았다. 3편에서는 범블비의 활약을 대거 볼 수 있다는 건 정말 다행이다. 그러나 역시 범블비는 공격이 아니라 보호가 주된 업무일까. 범블비가 보여준 최고 액션은 폭발에 날아가는 주인공을 공중에서 차에 태우는 액션이었다.

배반의 장미 센티널. 한때 프라임의 스승이었던 이 사람이 이번 스토리의 메인 보스다.



  트랜스포머 3 는 전작에 비해 뭐가 바뀌었을까?

뭐가 바뀌었냐고? 아마도 마이클 베이는 전작의 실패요소를 다음과 같이 요약한 것 같다. 하나는 지나치게 현란한 CG와 속도감있는 영상, 두 번째로는 비중 없는 케릭터들의 난입, 세번 째로 플롯상 비정상적으로 짧은 문제의 해소다. 먼저 2편에서 속도감 있는 영상미와 현란한 CG는 눈이 아플정도였다. 그리고 진짜 필자는 영화를 보는 내내 정신이 없다. 영상이 다이나믹하고 스펙터클한 것도 한 두번이지 영화보는 내내 필자의 동체시력은 스크린 안에 있는 기계들을 쫓아다녀야 했다. 로봇들의 섬세한 디테일도 시각 정보의 과잉일 뿐이었다. 1편이 성공할 수 있던 요인인 로봇의 CG컷을 한층 강화하려는 의도인 것 같았지만 그 장점은 아쉽게도 1편에서 끝나야 했다. 1편에서 이미 놀라움과 즐거움을 경험한 사람들이 2편에서 양적으로만 비대해진 CG기술을 좋아할 리 없었다. 3편에서도 엄청난 수준의 디테일을 보여주지만 무엇보다 속도감 있는 영상 편집이 줄었다는 것은 다행이다. 적어도 스크린에서 치고 박는 쇳덩어리들이 착한놈인지 나쁜 놈인지 구분은 할 수 있으니 말이다. 그렇지만 모든 전투화면을 슬로모션으로 처리하는 것은 너무 안이한 생각이 아닌가.

 또, 당최 싸우는 것들이 아군인지 적군인지 구분도 안되고 무언가 한가닥해 보일 것 같은 적들이 재수없게 떨어지는 폭탄에 산산조각나는 것을 보아야 했던 게 2편이었다. 이번 편은 최후의 전쟁답게 스케일은 커졌지만 케릭터는 줄었다. 덕분에 상대적으로 오토봇들 하나하나의 전투씬은 늘어난셈. 반면 디셉티콘들은 개떼로 등장하기 때문에 하나의 케릭터라기보다는 배경화되었다. 2편이 다수 대 다수의 전투였다면 3편은 소수 대 다수의 전투였다. 오토봇들의 케릭터가 더욱 잘 들어낼 수 잇었겠지만 여전히 3편에도 비중 없는 케릭터들이 쓸데 없이 등장한다. 대표적인 잉여 케릭터가 쇼크 웨이브다. 무언가 설명은 거창한데 실질적으로 전투에 임하기도 전에 프라임한테 두 동강이 난다. 2편이나 3편이나 옵티머스가 다해먹는 구조를 버리지 못했다. 그러다보니 2편에서 옵티머스가 부활하고 10분만에 모든 상황을 정리한 허탈한 구조가 나왔고 3편에서도 남들은 싸우거나 말거나 옵티머스가 혼자 다 해결한다. 다른 오토봇 잔챙이들은 잔챙이답게 디셉티콘들과 놀아주면서 멋진 배경만 만들어주면 옵티머스가 전투를 시작해서 곧 엔딩까지 나온다.  약 3시간에 달하는 동안 복잡해진 스토리의 전개가 제법 궁금해다가도 이야기가 후반때까지 지루한 스토리를 보고 있으면 2편이나 3편이 호평을 못받겠다는 생각을 한다.

 그러나 역시 트랜스포머3 다. 2편에 이어 벌서 엄청난 악평이 달린 영화이지만 1편이 주었던 놀라움과 화려한 CG를 즐길 수 있는 것은 분명 장점이다. 그러나 영화보는 내내 영화가 아니라 '로봇물'이나 '로봇블록버스터'를 좋아하는 이들에게만 즐거운 시간이 되지 않을까 싶다. 어차피 트랜스포머라는 건 그런 영화다. 화려한 CG와 액션, 살아숨쉬는 로봇들이 주는 상상력이 우리를 즐겁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