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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리뷰

[부당거래] 볼 사람은 이미 다 봤는데 리뷰라니... 부당거래의 당연한 사슬



나를 위한 변명, 내가 솔로라고 영화를 안보는 건 아니다.

한동한 착실하게 살았던 시간의 반동일까. 3일간이나 필자는 초딩들과 물총놀이를 하며 블로그를 랩탑 한 구석에 쳐박아놓고 들여다보지 않았다. 간만에 글을 쓰려니 손에 잡히지도 않는다. 오호, 통재라. 글을 써보겠다고 폼을 잡고 모니터 앞에 서니 박봄의 다리는 왜 이렇게 섹시할까. 어느새 내 오른손 손아귀에 있는 쥐새끼는 반쯤 벗은 아낙네의 사진을 헤매고 있었다. 정신을 차려보니 벌써 자정을 넘긴 시각. 에이씨, 오늘도 망했다싶어 다시 웹창을 닫는다. 담배를 피면서 그래도 뭐 좀 할까, 운동이나 하고 잘까 생각도 해보는데 저녁에 흡수한 알콜이 생각난다. 그렇게 많이 먹지도 않았지만 술 먹고 하는 운동은 소용 없다지, 이렇게 자위한다. 그때 생각난 것이 '부당거래'. 저번 주 즈음이던가, 이 영화를 보리라 비싼 포인트를 버려가며 웹하드에서 받았는데 그 다음날부터 바로 게임독에 빠져 내 문서 파일에 덩그러니 남아있던 이 대용량 파일을 처리해야할 적기라고 생각했다.


지금 부당거래를 보고 리뷰를 쓴다는 게 좀 맥이 빠지는 일이긴 하다. 처음에 이 영화가 나왔을 때 필자는 정말이지 보고 싶었다. 그러나 여기에는 전제조건이 붙었다. 여자와 갈 것. 이것은 영화를 보러 가는 나의 필수조건이었다. 사실 언제부터 여자와 함께 극장에 갔냐고 반문할 수도 있다. 부당거래를 본 사람들은 이게 여자와 함께 손 붙잡고 볼 영화가 아니란 것도 안다. 그러나 당시 나는 부당거래의 간략한 스포일러만 확인했을 뿐이고 여자들도 재미있게 보았다는 것만 기억하고 있었다. 이러니 나란 놈의 사고가 얼마나 편리하게 움직이는가를 증명하는 거 밖에 안되는 거 같긴한데...하여튼 그때는 그랬고 대학 후배 중에 예쁘장한 녀석이 있어 밥이나 먹고 같이 영화나 보고 싶었다. 그건 곧 졸업을 앞둔 늙다리 남자 대학생의 희망사항이니까 너무 나쁘게 생각하지 말길 바란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나는 까였고 걔는 친구들과 영화를 봤고 나는 혼자 밥을 먹었다. 부당거래는 무슨...TV에서 틀어주는 다크 나이트-난 이 영화를 5번째 보는거 같은데-나 보면서 김치 볶음밥을 먹은 거 같다. ...참치 볶음밥이었나?




부당거래가 재미있는 이유

서두가 길었다. 어제밤 잉여로운 시간을 달래기 위해 감상한 부당거래는 권력형 비리, 비리형 권력과 먹고 먹기는 사슬관계, 혹은 기생, 공생 관계를 묘사하고 있었다. 영화를 보면 국가적 관심사를 갖게된 아동 강간 및 살해범을 잡기 위해 경찰은 '배우'-가짜 범인'을 잡아넣어 사태를 무마하려는 것을 보게 된다. 우리에게는 섹검과 떡검으로 친숙한 부패한 검사 역할인 주 검사(류승범 분)는 이제 참신하지 않더라도 말이다. 뒤가 캥기는 것은 무엇이든 집어넣고 보는 무대포 경사 최철기(황정민)가 출세를 위해 어떻게 부패한 집단들과 결탁하게 하는지 지켜보다보면 갑갑함과 불안함이 보는 이를 엄습한다.



그렇다. 부당거래는 예전에 '공공의 적'과 같이 조금은 흠이 있는 경찰이 진짜 악질인 색히들을 패고 엎고 죽이는 내용이 아니다. '와일드 카드'처럼 그나마 디테일한 형사생활을 묘사하려고 한 것도 아니고. 부당거래는 공권력의 비리와 힘의 먹이 사슬이 어떻게 얽히는지 보여준다. 검사는 부패한 기업과 결탁하고 경찰은 청와대의 눈치를 보고 그 밑으로는 연줄 없는 형사에게 가짜 범인이라도 찾아올 것을 명령한다. 형사는 깡패를 쥐고 뜯고 깡패는 그 부하 깡패를 조진다. 부하 깡패들은 가짜 범인에게는 감옥에 들어가서 죽으라면 죽어야하는 절대 권력이다. 누가 누구에게는 절대적인 힘이고 그 누구는 또 다른 누구에게는 한없는 약자의 세계가 그려진다. 강자와 약자를 구분하는 것은 오로지 폭력과 권력이다. 이렇게 각 인물들은 자신의 이익을 위해 상대방을 이용하고 관계는 극도로 대립적인 구도를 그려간다.


황정민이 연기한 최철기의 몰락은 흥미롭다. 승진에 대한 욕심에서 시작한 그의 부당거래는 사건이 진행될 수록 점차 수렁으로 빠져들게 된다. 경찰로서의 자존심, 카리스마로 살던 그가 굴욕을 보이기 시작한 것은 그가 꾸민 연극이 검사 주양에게 덜미를 잡혔을 때다. 극 초반에는 패는 연기, 말 한마디만 하던 황정민이 주 검사에게 사죄를 받기 위해 옷을 벗고 봐달라고 애걸복걸하는 장면은 부당 거래에 응한 경찰의 몰락을 예고한 것이다. 최철기는 종국에 이르러서는 가장 가까운 부하를 죽이고도 그 사체를 사건 처리에 이용하는 비정한 모습까지 보여준다. 결국 그는 한때 자신의 충성스러운 부하들에게 살해당한다.





이런 극을 보면 사람들은 찝찝함과 불편함을 감출 수 없다. 으례 액션 영화에게 사람들이 기대하는 것은 간결한 스토리와 선은 악을 이긴다는 상큼한 카타르시스다. 그러나 부당거래는 그런 것이 없다. 선한 역할이라고 믿었던 최철기는 부당거래로 타락하고 심지어 이  협박에 못이겨 가짜 범인이 되었던 이동석이 알고보니 진짜 강간범이었다는 씁쓸한 결말이다. 최철기는 모든 것을 알게된 부하들에게 살해당하고 부패한 검사인 주 검사는 모 언론에 자신의 비리가 폭로되지만 큰 타격을 입지 않는다. 부정한 큰 권력은 그대로 있고 이 거래에서 목숨을 잃고 희생당한 것은 작은 권력들이었다. 그러나 그들마저 동정할 일고의 가치도 없게 만드는 케릭터들의 악함에 관객들은 극장을 나서며 갑갑함을 느꼈을 것이다. 그게 뭐, 싫다면 어쩔 수 없지만. B급스러운 영화를 만들고픈 감독의 욕심 때문일까. 혓바늘이 얼얼해지도록 이빨로 자꾸 긁어보는 것처럼 이 씁쓸한 엔딩 때문이 한동안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았다.


딴지1. B급 영화스러운 결말을 노렸겠지만, 최철기의 쫄다구 형사들이 복수를 한답시고 가차 없이 최철기의 암살을 지시하는 것은 리얼리티가 떨어졌다. 아무리 배신감을 느껴도 몇 년 동안 '형님'으로 모시던 사람을 일개 양아치의 총에 죽게하는 설정은 좀 억지스럽다. 더군다나 총에 맞은 최철기를 차로 치고 또 욕까지 하는 장면은 최철기를 비참한 죽음으로 끝내기 위해 스토리를 억지로 끌고 간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