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 햇수로 2년이 지났기 때문에 모든 사람이 알겠지만, 히어로물을 가장한 이 영화는 사실 히어로물이라고 불러야 하는지도 의심스럽다. 300에서 단순한 플롯으로 영상미를 추구했던 잭 스나이더 감독은 왓치맨에서 보다 진보적인 영웅물을 선보인다.
이미 스파이더맨3, 다크 나이트를 통해 영웅의 일그러진 면모를 스크린에 담으려는 시도는 이미 있었다. 스파이더맨 3가 인간적인 약점과 히어로적인 의무감 사이에서 방황하는 영웅을 그려내고 있다. 그리고 다크 나이트에서는 추앙받는 영웅이 아니라 사람들에게 혐오와 멸시를 받는, '음지'에서 '양지'를 지향하려는 영웅의 고뇌를 엿볼 수 있다.
기존의 히어로물과의 차별성
왓치맨에는 6명의 히어로가 등장한다. 닥터 맨하탄, 오지맨디아스, 나이트 아울, 로어셰크, 코미디언, 실크 스펙터가 그들이다. 물론 오프닝 화면에서 보였든 와치맨 이전에 1대 히어로들이 존재했다. 그들은 2차 대전 당시부터 전쟁 후까지 활동하였다. 그 이후 베트남전과 냉전 시대에 활동한 영웅 2세대가 바로 와치맨이다. 1대 와치맨 중에 2대에 걸쳐 활동한 히어로도 있는데 그가 코미디언이다. 코미디언은 영화 초반에 오지맨디아스에게 살해당하지만 그의 영향력은 영화 중반부까지도 미친다.
기존의 히어로물과 다르게 이들은 태생적으로 '인간'이라는 것이다. 슈퍼맨은 외계인이고 베트맨은 대재벌 한량이다. 하나는 초인적 능력을 가진 외계인으로서 다른 하나는 엄청난 재력을 바탕으로한 최첨단 하이테크 장비를 가지고 영웅 노릇을 했다. 엑스맨들의 능력은 돌연변이라는 간변한 이유로 설명된다. 그에 비하면 와치맨들의 능력은 제각각이다. 그리고 그마다 능력의 차이도 심하다. 영화를 보면 알 수 있지만 닥터 맨하탄의 능력은 역대 히어로 중에 최강이다. 그는 거의 세계에서 신으로 추앙받을 능력을 갖고 있다. 그러나 사실 그를 제외하면 모든 히어로는 단지 남보다 뛰어난 인간에 불과하다.
선악의 구분도 분명하여서 히어로들은 근본적으로 선할 뿐 아니라 '무엇이 선하고 무엇이 악한 것인가'와 같은 선과 악적인 딜레마에 빠지지 않는다. 이는 언제나 악의 역할을 충실히 해주는 악당이 있기 때문이기 하다. 와치맨에서 히어로들은 선을 대변하지 않는다. 하기도 그럴 것이 악을 대변하는 '악당'이 영화에서는 이렇다 나오지도 않는다. 기본적으로 와치맨의 원작자는 '악'이 인간과 거리감이 있는 존재로 보지 않는 듯하다. 기존의 히어로물이 선량하지만 힘없는 대중, 이를 괴롭히는 악하고 잔인한 반사회적 인물(악당), 악당을 막으려는 선하고 힘 있는 영웅(히어로)라는 구도가 있다면 와치맨에서 이러한 구도가 무너진다. 와치맨들은 인간 그 자체를 대변한다. 선과 악이라는 이분법적 구조는 더이상 보이지 않는다.
이들을 영웅인가?
이들은 인간을 대변한다. 정확히 말하자면 그들은 인간성에 대한 심볼에 가깝다. 사회의 어두운 면을 희화화하는 코미디언, 받은 유산이 많아 별 걱정 없이 살면서 때로 어려운 이를 도우려는 아울 나이트, 폭력적이고 잔인하지만 악과 선을 나누어 판결하려는 로어 셰크, 신을 풍화화하는 인물인 닥터 맨하탄, 단순히 야밤에 몸 풀기 좋아하는 실크 스펙터, 그리고 오지맨디아스
오지맨디아스는 위의 히어로들과 다르게 인류의 평화를 생각한다. 다른 히어로들은 한때의 영웅심리 혹은 사회의 어두운 면에 대한 반작용에 불과하다. 그러나 오지맨디아스가 가진 인간성에 대한 불신과 평화에 대한 히어로적인 고뇌는 수백 만의 인간을 죽여 전 인류의 평화를 조성하는 것이다. 수백 만의 인간을 죽여 평화를 조성한다는 것이 히어로적인가? 이 도덕적 모순에서 때로 우리는 오지맨디아스의 손을 들어줄 수도 있다. 따라서 이 대목에서 그가 선한가 라는 질문에 대답하는 것은 어렵다고 할 수 있겠다.
추가적으로...단순히 영화만 봐서는 오프닝에 대한 피상적인 추측밖에 할 수 없는데 이는 와치맨의 오프닝이 원작에 대한 간략한 일화만을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와치맨의 역사를 좀 더 알면 전체적인 스토리가 더욱 재미있어 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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