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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다반사

9월 중순 페북 드립 모음

1.

 밤 열 시다. 야근을 하고 나오면서 야근의 신께 저주를 퍼부었다. 신이시여, 어찌하여 나를 버리시나이까. 집에 도착하면 열한 시인데 대체 무엇을 하란 말입니까. 그러고 버스를 탔는데, 그 안에는 신의 아이들, 야자가 끝난 중고딩들이 겨울철 오리들마냥 앉아 있다. 헐...


2.

 작금의 행정현황에서 아직도 믿을 수 없는 것은 길거리에 재털이며 쓰레기통을 없앤 것이다. 쓰레기통을 없애면 사람들이 쓰레기를 버리지 않는다고 생각했을까? 누군지 몰라도 이 기획 낸 사람은 화장실을 없애면 사람들이 똥을 싸지 않는다고 생각할 지도 모르겠다.


3.

 노르웨이의 악명 높은 테러범 브레이비크가 교도소에서 정치학을 수강한다는 경향일보의 기사를 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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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레이비크는 자신이 저지른 잔학함으로 우리의 민주주의와 법 제도를 시험했다. 노르웨이 사법부와 법정 방청객, 그리고 국민 전체가 보여준 침착함과 이성적인 대응은 우리가 그 시험을 이겨냈음을 뜻한다."


냄비근성이 문제가 아니다. 나쁜 놈에게는 더 큰 악으로 징해야한다고 핏대 세우는 자들은 고대 중국인의 잔혹한 법철학을 벗어나지 못했다. 알량한 도덕율을 죽창 삼아 법정신과 인간에 대한 존엄을 쿡쿡 찌르는 사람이 있는 한, 우리나라의 여론에 저런 성숙한 자세를 바랄 수 없겠지.


4.

 사거리에 신호받아 정차한 75번 버스를 본 노인 김 씨는 전방 50m 위치한 정류장을 향해 전력질중사기 시작했다. 신호가 바뀌자 버스는 무심히 그를 추월했고, 김 노인은 슬로우 모션처럼 앞으로 달리며 멀어져갔다. 


그러나 김 노인은 포기하지 않았다. 정류장에 사람들이 모두 승차하고 버스가 출발하려는 찰나, 문짝을 16비트 업템포로 두드리는 소리가 들렸다. 김 노인의 터치다운. 멋진 도루 실력을 보여준 노인 김 씨에게 박수를.


5.

최근 우루사 광고를 보면 감탄이 절로 나온다. 특유의 로고송, 피로와 건강이라는 주제로 이렇게 다양한 레파토리를 뽑아낼 수 있다니. 만든 사람도 대단하지만 이런 기획을 최종적으로 승인한 간부의 배포도 알 만하다.



우루사 광고



6.

이번 추석에는 새로 패치된 와우 오그리마 공성전을 질펀하게 즐길 생각이었는데, 바빠서 포기해야 겠다. 게임은 인민의 아편이다. 또는 말 안 듣는 애인이다. 스무살 때 너를 처음 만나서 지금까지 8년 동안 즐거웠던 점도 많았지만 학점 안나와서 괴로운 적도 많았다. 나쁜 년. 다음 확장팩 때 보자.


올해 와우 플레이는 글러먹은 듯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