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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ational Doragraphycs/시사

깨시민을 위한 변명


그래도 촛불 시위는 라이터로 하지만 방화는 하지 않잖아? 미국의 점령운동에 비하면 이 얼마나 젠틀한 시위야.



 다소 조심스러운 발언이긴 한데, 한 페친님과 대화 중에 생각난 것을 적어봅니다. 



최근 영화평론가 허지웅 작가의 페북을 수놓는 메인 화제가 결국 "깨시민"이란 집단 지성을 빙자한 독선 무리가 선과 악의 프레임을 통해 자기 편이 아닌 모든 무리에게 무차별적으로 적대감을 드러내는 것이 옳지 않다는 것이다. 


 일부분 맞는 말이긴 하다. 그러나 전적으로 동의를 표하기 어려운 부분이 정작 그 글을 소비하는 사람들에게도 칼날 같은 진영 가르기와 무분별한 배타성을 보인다는 것이다. 즉, 허 작가님 페북에서 좋아요 누르고 덧글 열심히 다는 사람들이나, 허작가님 블로그에 댓글 다는 사람들 중에는 '깨시민vs그외 사람들'의 극명한 구도로 나누고 몰이성적인 배타성을 드러내는 치들도 더러 있다.


 또한 허 작가님 본인 글도 보면 깨시민과 그 밖에 사람들 사이의 애매한 스펙트럼은 아예 무시하고 논리를 펼치는 것도 좀 걸린다. 아마 자신이 이야기하는 바를 강조하기 위해 기타 사항은 논외로 치고 이야기를 하는 것이겠지만, 어쨋건 그의 글에는 깨시민과 깨시민이 아닌 사람들 사이에 있는 사람들에 대한 자비심이 없다. 진영 논리를 내재한 사람과 진영 논리에 저항하는 사람, 이 차이는 사실 칼 같이 자를 수 없는 것이 아닌가. 어차피 우리는 같은 테두리 안에 있고 중심에서 멀거나 혹은 가깝거나의 차이가 있을 뿐이지, 누구도 집단 논리에 자유로울 수는 없다. 깨시민 vs 비깨시민이란 구도도 어차피 임의적인 구도일 뿐이지 실재하는 세력 갈등은 아니다. 


 그리고 구체적인 조직인 친노세력이나 김일성 개객기 못하는 이상한 운동권 세력 말고. 사람이 패거리가 되면 살짝 이성이 맛이가는 것은 어느 정도 자연스러운 것이기도 한데. 깨시민이 만약 실존하는 단체(열성 민주당원이나 그 북한 찬양자들)가 아니라 촛불시위에 감성적으로 동조하는 모든 사람을 지칭하는 거라면, 집단의 목소리에 감정적으로 동조한다고 해서 깨시민이라고 싸잡아 비난하는 것도 과잉 반응이 아닌가. 사실 정치 섹션보면 '나라가 망해갈라고 그러나'라고 개탄 한 번 해보지 않은 사람이 어디있으며, 촛불이 넘실 대는 광장을 보면 가슴 뭉클하지 않는 사람이 어디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