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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리뷰

시네마 천국Cinema Paradaiso(1988) 주세페 토르나토레 감독, 자크 페렝 외



시네마 천국, 당신이라는 오래된 필름


 시네마 천국은 현재를 투영하는 삶 속에서 기억이란 영사기를 돌린다. 유년 시절 살바토레와 영사기사 알프레도의 우정, 풋내나는 사랑과 이루어질 수 없는 운명, 고향을 저버리고 성공을 찾아 로마로 떠나는 청년 살바토레의 일생은 보편적인 노스텔지어를 자극한다. 아울러 간간히 묻어나는 2차 대전 이후 이탈리아인들의 순박함과 특유의 코믹씬은 보는 내내 정겨운 미소를 짓게 만든다.


 끝내 아들 같은 살바토레를 로마로 보낼 수 밖에 없었던 알프레도의 마음은 오랜 세월을 넘어 한 편의 필름이 되어 중년의 살바토레에게 전달된다. 그것은 어린 날 살바토레에게 주기로 했었던 영상들, 극장을 경영주인 신부님의 완고한 영화 편집으로 잘려나갔던 각 영화의 키스씬들이었다. 훗날 고향을 떠나 위대한 영화감독이 된 살바토레는 그가 남긴 영상을 보며 주마등처럼 스치는 모든 기억들, 자신을 등떠밀었떤 알프레도와 옛연인 엘레나에 대한 원망이 결국 사랑임을 깨닫는다. 언젠가 알프레도는 이렇게 말했다. "삶은 영화와 같지 않아. 더욱 험난하지..." 


 삶은 각박하지만 추억은 그렇지 않았다. 추억은 낭만이며 한 편의 영화와 같은 것이었다. 주세페 토르나토레 감독은 시네마 천국을 통해 함께 웃고 울었던 순간들이 영사기에 돌아가는 필름 같은 것이라고 보았다. 그것들은 현실이 아니라 기억 속 어딘가 존재한다. 이것은 알싸하게 익은 묵은 김치와 같다. 세월이 지나 젊을 날을 꺼낼볼 때 그것은 황금빛을 물어 자극하는 보편적인 아름다움을 획득한다. 


 이 영화를 만들때 주세페 감독은 겨우 33살이었다. 무엇이 그에게 이런 늙다리 같은 감성을 불어넣었는지는 알 수 없지만, 영화는 지나간 날들을 아름답게 꾸민 애수와 같다는 그의 영화는 놀라운 흥행을 기록했다. 시네마 천국은 1989년 개봉, 1993년 <신시네마 천국>이란 이름으로 무삭제판을 재개봉하였으며 1989년 칸영화제 심사의원특별상,1990년 골든글러브 최우수 외국영화작품상, 아카데미 최우수 외국영화 작품상 등 국제영화제에서 숱한 찬사를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