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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리뷰

디스트릭트9(District9), 닐 블롬캠프 감독/ 살토 코플리 주연, 2009




어느날 외계인이 지구에 불시착했다. 어떤 이유에선지 그들은 병에 시달렸고 인권을 존중하는 외부 단체의 '시선'에 의해 그들은 유엔의 지도 아래 9구역에 난민촌을 형성하게 된다.


그러나 그들은 환영받지 못했고 지적 생명체임에도 불구하고(생각해보라, 그들이 어떤 우주선을 타고 왔는지를) 난민가의 개돼지 못한 삶을 판정 받았다. 그들에게는 인간에 준하는, 어디까지나 형식적인 권리만 부여받는다. 그러나 인권은 천부적인 것이 아니라 정치적 소산이었다. 이것은 인간이 스스로를 위해 자립한 권리다. 따라서 외계인들의 생명은 사실 아무렇게 내팽개칠 수 밖에 없었다.


이 영화는 외계인에 대한 이야기지만 실상 말하고픈는 따로 있는 듯하다. 인간이, 아니 당신이란 사람이 우리와 다른 존재에게 얼마나 잔인해질 수 있는지. 만약 그들이 당신에게 아무런 해를 끼칠 수 없을 때, 아울러 그들이 당신에게 아무런 영향력을 미칠 수 없는 존재일 때, 그들이 지적인 생명체건 아니건 상관없다. 단지 그들은 통제를 받거나 죽음을 받아들이거나 둘 중 하나가 되어야만 하는 사실이다.


다시 말하지만 이 영화는 외계인이 나오는, 그러나 인간에 대한 이야기이다. 그런 면에서 이 영화는 도그빌을 닮았다. 법과 도덕의 직접적 울타리를 벗어난 인간이 얼마나 잔인하고 잔혹할 수 있는지를 노골적으로 표현한다. 인정하기 싫겠지만 지적 생명체를 죽이는 인간, 그리고 여름날 아무렇지 않게 모기를 눌러 죽이는 당신의 이야기이다. (잠깐, 모기가 지능이 없다고 생각하는 그대에게 말하자면, 모기도 위험을 느끼면 발버둥친다. 그리고 적어도 무엇이 위험인지는 안다. 그런 면에서 그들도 지적 생명체다.)


this is diss: 초반 설정은 훌륭하다. 외계인이라는 소재를 가지고 이런 식으로 풀어낸다는 것은 정말 천재적이다. 그러나 중후반부에서 리얼리티 급격히 하강한다. 첫째로 외계인은 그렇게 훌륭한 무기 체계를 갖췄으면서 너무 쉽사리 굴복한 것, 두번째로 우주선을 호출할 수 있는 원격기능를 갖췄음에도 굳이 비행선을 쏘아 올려 보내려고 한 점, 마지막으로 인류의 무기체계를 뛰어넘는 지능을 가졌음에도 너무 수동적으로 행동했다는 것이다. 이러한 리얼리티 붕괴는 영화의 개연성을 파괴한다. 하지만 이런한 단점이 영화의 모든 구성을 헤집어놓은 것은 아니고 단지 후반부의 단지 전개를 위해 다소 무리한 시도를 했다고 해야 하나. 그럴지라도, 이 영화는 재미는 물론 보는 이로 하여금 생명이 가지고 있는 '권리'에 대해 흥미로운 방식으로 생각하게 한다. 그런면에서 이 영화는 가히 수작이라고 보아야 한다.


개정: 필자가 단점으로 지적한 첫 번째 난점과 세번째 난점은 씨네21의 기사를 보고 어느 정도 해소되었다. 이들이 그토록 뛰어난 무기체계를 가졌음에도 왜 이렇게 쉽사리 지구인들에게 통제 당했는가에 대답은 이렇다.


새 장편에 착수하면서 블롬캠프는 단편의 아이디어를 더 확장해나갔다. 그 외계인들은 어디에서 왔는가? 그들 종족의 특이성은 무엇인가? 그리고 그들과 교류할 수 있게 된 단 한명의 지구인이 생긴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그렇게 해서 차츰 구체화된 외계인들의 기원은 이러했다. 외계인 ‘프런’들은 지구와 엄청나게 멀리 떨어진 안드로메다 갤럭시에 위치한 어떤 행성 출신이다. 그들은 거대한 우주선을 타고 행성들을 돌아다니며 조국에서 필요로 하는 온갖 자원을 채취하는 임무를 맡고 있다. 그러다가 까닭모를 바이러스로- 아마 그들이 어디선가 가져온 자원에서 비롯된- 우주선의 지도자층이 모조리 몰살된다. 이 종족은 원래 꿀벌이나 개미들처럼, 맨 꼭대기의 권력자층이 온갖 결정권을 가지고 있고 아래 계층은 지시받은 역할만 수행한다. 바이러스 때문에 우두머리들이 몰살당하고 나자 그들은 패닉 상태에 빠지고, 자신들을 발견한 뒤 폭력을 가하는 지구인들에 맞서 싸울 생각도 하지 못한 채 긴 세월을 보낸다. 그렇게 20년 넘게 시간이 지나면서, 이 군집적인 종족의 ESP가 진화하기 시작한다. 그들 중 누군가, 한명이 마침내 리더십을 발휘하기 시작한다.


 그러나 이러한 세계관은 영화에서 잘 구현되지 않는다. 영화는 기본적으로 러닝타임 내에 모든 것을 보여줘야 하는 닫힌 형식이라고 생각한다. 내러티브를 형성해 방대한 세계관을 갖는 것은 좋지만 적어도 그게 영화에서 보이지 않는다면 여전히 난점으로 작용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