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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리뷰

악 VS 악 - 더 헌트와 도그빌 비교하며 보기 토마스 빈터베르그의 를 보고 라스 폰 트리에의 을 떠올렸다면 조금 빗나간 것이다. 애초에 도그빌의 내용이 집단이 약자에 대해 얼마나 비도덕적일 수 있는가에 대해 촛점을 맞추었다면, 더 헌트는 군중에 의한 도덕적인 심판이 얼마나 폭력적일 수 있는가를 중심으로 이야기를 끌어낸다. 의 그레이스와 톰이 설정한 선의 관념적 승리가 현실적인 악의 유혹에 어떻게 타락하는가를 보여주는 것에 비해 는 처음부터 사람들의 내면에 감추어준 어두운 그림자를 묘사하고 있다. 평화로운 마을 사람들의 모습과 덴마크 시골의 아름다운 경치와 대조적이게도 어쩐지 침울해 보이는 그늘진 산자락과 사람들의 사냥하는 습성은 아무리 문명화되어도 그 속에 숨겨진 공격성은 지울 수 없다는 메시지를 암시하는 듯하다. 이 공격성은 문명화된 인간에게 아주.. 더보기
미스터 소크라테스, 최진원 감독 / 김래원 주연, 2005 대학시절 논리학 시간에 들은 우스갯소리가 있다. 어느 날 교수가 한 학생에게 “A가 과연 A인가란 질문을 한다면, 자네는 어떻게 되겠나?” 학생 왈, “A는 A가 아닐 것이라고 답하겠습니다.” “어째서?” “만약 A가 A라면 애초에 질문을 하는 이유가 없기 때문입니다.” 당연히 학생의 대답은 틀렸지만, 한 가지 간과해서는 안 될 것이 있다. A에 대해 질문을 하는 배후에는 이미 A에 권위에 도전하려는 저항이 깔려 있다는 것이다. 는 2000년 초를 강타한 조폭 영화의 굴곡진 끝물에서 나왔다. 단순하고 무식해서 웃긴 무법자들의 시대가 가고 무모한 상상력으로 제도권에 편입하려는 ‘잔대가리 주먹’들이 뜨는 것이다. 미래가 없는 동네 양아치 한 명을 붙잡아서 주입식 교육을 통해 강력계의 끄나풀로 활용한다는 그들.. 더보기
서부극과 로버트 레드포드, 그리고 클린트 이스트우드 서부극을 하면 오케이목장의 결투의 보안관 와이어트나 스파게티 웨스턴의 간판스타 클린트 이스트우드를 떠올릴지 모르겠다. 나에게 있어서 최고의 서부극은 였다. 선과 악의 대립이라는 전통적인 서부극의 구도도 아닌 것이, 그렇다고 잔혹하고 비정하기만한 스타게티 웨스턴도 아닌 서부극의 이단아라고 할까. 혹은 서부개척시대의 유물인 의 낭만스러운 종말을 알리는 영화라고도 볼 수 있겠다. 세상 물정 모르는 철부지에 영악한 부치 캐시디와 부치 캐시디의 꼬드김에 속아 온갖 고초를 겪다가 결국 멕시코 경찰의 총격에 생을 마감하는 총잡이 선댄스의 여정은 찬란했던 시대에 대한 애수와 현실의 비루함을 대비함으로써 관객들에게 강렬한 여운을 남긴다. 클린트 이스트우드와 로버트 레드포드 사실 서부극을 논함에 있어 클린트 이스트우드와 .. 더보기
뷰리풀마인드(2001), 론 하워드 감독, 러셀 크로 주연 뷰리풀마인드(2001), 론 하워드 감독, 러셀 크로 주연 이런 부류의 영화는 정말로 연출이 싸움의 전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소재와 플롯은 이미 정해졌다. 이 영화는 실화를 기반으로 하므로 전체적인 줄거리를 손댈 수는 없다. 결국 노벨상 수상자이자 정신병을 앓고 있는 존 내쉬의 캐릭터와 역경을 얼마나 드라마틱하게 잡아내느냐가 대목이다. 연기의 달인이자 묵직한 역할을 해온 러셀 크로의 기용은 더할 나위 없이 훌륭한 선택이었다. 감독을 맡은 론 하워드는 독창적이라기보다는 탄탄하고 성실한 성격이었다. 그는 존 내쉬의 인간승리를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스토리로 승화하는데 성공한다. 평행이론에 대해 뷰리풀마인드를 볼 당시에는 그가 어떤 이론을 만들었는지 관심이 없었는데 다시금 영화를 보니 그 '내쉬균형'이라.. 더보기
굿 윌 헌팅, 구스 반 산트 감독/맷 데이먼 주연, 1997 천재에게 투영된 대중의 욕망, 그리고 성장의 의미굿 윌 헌팅, 구스 반 산트 감독/맷 데이먼 주연, 1997 사실 의 시나리오가 독특하다고 보기에는 어렵다. 시작부터 이미 주인공의 운명은 예정되었고 그의 조력자들 역시 마찬가지다. 그의 친구들, 그를 도우려는 교수들은 뛰어난 재능을 가졌지만 정신적인 문제를 가진 늦깎이 사춘기 소년의 껍데기를 벗기는 도구 그 이상의 중요성을 갖지 않는다. 심지어 연인 스카일라 역시 그의 유토피아적 종착역일 뿐 주인공과 대등하지는 않다. 어차피 저 놈은 잘 될 거야. 요는 어떻게 그렇게 되냐는 말이지. 이미 영화 도입부부터 관객들은 대략의 구도를 예상한다. 답은 이미 정해졌어. 넌 대답만 하면 되어. 뚝딱뚝딱. 설계도에 따라 주인공이 바쁘게 움직인다. 주인공과 조력자들은 진.. 더보기
도시를 배경으로 한 영화들 - 미드나이트 인 더 파리(Midnight in the Paris), 킬러들의 도시(In Bruges) 1. 미드나이트 인 더 파리, 우디 앨런 감독/오웬 윌슨 주연/ 2011 이 영화는 한 미국인 소설가가 우연한 계기로 파리의 20세기 초로 시간 여행을 한다는 이야기이다. 1920년 파리는 예술가들의 집결지였고 정말 어마어마하 사람들을 배출한 곳이기도 하다. 문화/예술계의 '사기케',문화밸런스 시망의 도시, 시티 오브 먼치킨이었던 1920년 파리를 여행하면서 주인공은 헤밍웨이, 피츠제럴드, 거트루드 스타인, 파블로 피카소, 살바토르 달리, 루이스 부뉴엘 등 당대의 예술/문화인을 만나 교류한다. 1920년대의 여인 아드리아나와 주인공이 나누는 로맨스도 흥미로웠지만 개인적으로 살바토르 달리가 나오는 장면에서 혼자 박수를 치고 웃었다. 와 이분이 나올 줄이야. 영화에서는 귀엽게 미치셨더라구요. 좋아하는 작가가.. 더보기
디스트릭트9(District9), 닐 블롬캠프 감독/ 살토 코플리 주연, 2009 어느날 외계인이 지구에 불시착했다. 어떤 이유에선지 그들은 병에 시달렸고 인권을 존중하는 외부 단체의 '시선'에 의해 그들은 유엔의 지도 아래 9구역에 난민촌을 형성하게 된다. 그러나 그들은 환영받지 못했고 지적 생명체임에도 불구하고(생각해보라, 그들이 어떤 우주선을 타고 왔는지를) 난민가의 개돼지 못한 삶을 판정 받았다. 그들에게는 인간에 준하는, 어디까지나 형식적인 권리만 부여받는다. 그러나 인권은 천부적인 것이 아니라 정치적 소산이었다. 이것은 인간이 스스로를 위해 자립한 권리다. 따라서 외계인들의 생명은 사실 아무렇게 내팽개칠 수 밖에 없었다. 이 영화는 외계인에 대한 이야기지만 실상 말하고픈는 따로 있는 듯하다. 인간이, 아니 당신이란 사람이 우리와 다른 존재에게 얼마나 잔인해질 수 있는지. 만.. 더보기
일루셔니스트, 닐 버거 감독/에드워드 노튼 주연, 2007 독특한 영상미와 비밀스러운 러브 스토리가 만났을 때-일루셔니스트, 닐 버거 감독 영화 일루셔니스트는 닐 버거 감독이 원작 을 각색하여 만든 영화다. 마술사의 꿈을 가진 가난한 소년과 공녀 소피와 유년에 나눈 맹세는 마술적인 힘을 갖게 되고, 그들은 15년 후에 우연하게 다시 만나 불같은 사랑을 나눈다. 그러나 러브스토리에 '이물질'이 끼지 않으면 이야기가 재미없는 법. 어김없이 등장하는 방해꾼이 있으니, 레오폴드 황태자는 소피 공녀의 약혼자로 그녀의 가문과 결합하여 황제가 되겠다는 야망을 가진 인물이다. 환영술사가 되어 돌아온 아이젠하임과 소피 공녀는 레오폴드 황태자를 피해 그들의 사랑을 회복하려 한다는 것이 주요 내용. 영화의 내용은 낭만적이면서 신비로운 러브스토리를 장식하고 있다. 그러나 이 영화를 .. 더보기
시네마 천국Cinema Paradaiso(1988) 주세페 토르나토레 감독, 자크 페렝 외 시네마 천국, 당신이라는 오래된 필름 시네마 천국은 현재를 투영하는 삶 속에서 기억이란 영사기를 돌린다. 유년 시절 살바토레와 영사기사 알프레도의 우정, 풋내나는 사랑과 이루어질 수 없는 운명, 고향을 저버리고 성공을 찾아 로마로 떠나는 청년 살바토레의 일생은 보편적인 노스텔지어를 자극한다. 아울러 간간히 묻어나는 2차 대전 이후 이탈리아인들의 순박함과 특유의 코믹씬은 보는 내내 정겨운 미소를 짓게 만든다. 끝내 아들 같은 살바토레를 로마로 보낼 수 밖에 없었던 알프레도의 마음은 오랜 세월을 넘어 한 편의 필름이 되어 중년의 살바토레에게 전달된다. 그것은 어린 날 살바토레에게 주기로 했었던 영상들, 극장을 경영주인 신부님의 완고한 영화 편집으로 잘려나갔던 각 영화의 키스씬들이었다. 훗날 고향을 떠나 위대.. 더보기
레 미제라블(2012, 탐 후퍼 감독/휴 잭맨, 러셀 크로 주연) 레 미제라블의 간략한 후기 레미제라블을 본 직후 느낀 점은 관람하기 불편했다는 것이다. 나는 뮤지컬은 그다지 경험이 없어서 잘은 모르겠지만 이 영화가 어떤 형식을 빌리던간에 결국 이것은 영화이기 때문에 토로할 수밖에 없는 아쉬움이라고 해야하나. 어떤 장면들은 전율이 일 정도로 감동적이긴 했지만 때로 지루했다. 지나치게 잦은 클로즈업은 영화의 속도감을 줄이고 불필요한 집중을 요구하기도 했다. 그럼에도 장엄한 영상과 아름다운 선율은 즐겁다. 킹스스피치에서 탐 후퍼 감독이 보여주었던, 집단적 고양감이 주는 숭고도 적절히 살아있었다. 다만 영화의 장점을 죽이면서까지 뮤지컬적 형식에 얽매일 필요가 있었을까. 영화를 보고나니 레미제라블 뮤지컬은 정말 재미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뮤지컬 형식이다 보니 가수들의 가창력..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