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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다반사

스펙의 과거와 오늘


이거 20대 안에 할 수 있는거요?



우리나라 취준생들이 말하는 스펙의 유래는 원래 Specification, 즉 명세서, 세부 내역서라는 뜻이다. 원래는 잡 스페시피케이션이라고 해서, 사용자가 이 직업을 하기 위한 자격 요건을 적어놓으면 취업자가 '내가 이러저러한 것을 했고 할 줄 안다'는 것을 기술하는 리스트를 적어 내는 것을 말하는 것이라고 한다. 이때문에 자격이 충족되면 스펙을 채웠다고 라고 하고, 반대로 그렇지 않으면 채우지 못했다라는 표현을 쓴다. 이것이 오늘날에는 와전되어서 직업 지원의 충족요건과 상관없이 자신의 이력이나 자격사항을 늘려나가는 것을 스펙을 쌓는다라고 말한다. 한정된 자격 요건을 '채우는 개념'이 아니라 무제한적으로 능력을 '쌓는 개념'으로 와전된 것이다.


그래서일까. 사람들이 스펙을 마주할 때 느끼는 감정은 계획서나 명세서를 마주할 때 느끼는 드라이함이 아니다. 그것은 스펙이 스펙터클(spectacle)해야 하는 안달 혹은 불안감 같은 것이다. 스펙은 스스로를 볼거리로 만들기 위해 활용되는 필수적인 요소다. 스펙이 아니면 개인의 신화는 완성되지 않는다. '나를 팝니다.' '나를 상품화하라' 따위의 비인간적인 카피라이팅이 공중파 광고에 버젓히 올라간지 10년도 넘었지만 요즘만큼 이 용어가 잘 어울리는 시대가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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