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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다반사

마크 로스코, 압도는 새로운 종류의 관람 매너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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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미술 감상법 중 가장 나쁜 습관은 '벌거벗은 임금님'식으로 작품을 보는 것이다. 훌륭한 작품은 착한 사람 눈에만 보인다. 고로 작품이 훌륭해 보이지 않는다면 당신은 훌륭한 것을 본 시늉이라도 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당신은 예술에 대해 전혀 모르는 사람으로 찍히기 때문이다. 


이렇게 되면 해당 작품이 자신에게 어떤 인상을 남겼는지 스스로 헤아리기도 전에, 관객이 작가와 작품의 위명에 눌려 무의미한 찬사와 감탄만 연발한다. 그것은 '위대한 작품'이 아니라 '위대해야 하는 작품'이 된다. 그는 로스코의 작품에 압도당한 것이 아니다. 압도당해야 하는 강박에 압도당한 것이다. 


그러나 숭배과 열광은 작품을 감상하는 제대로된 방법이 아니다. 가슴 속에 이미 위대한 작품을 보러 간다는 감동이 넘쳐 흐르는데, 눈이 부셔서 작품이 제대로 눈에 들어오기나 할까. 차라리 영화를 볼 때처럼 "이 작품이 얼마나 흥미로운지 내가 평가해주겠어"라는 자신만만함이 필요하다. 


어떤 사람들은 현대미술을 보면서 '잘 모르겠다'라는 말을 하기를 주저한다. 위대한 작가의 작품을 두고는 더더욱 그렇다. 미술사 공부 조금만 해도 알만한 작품의 면전에 대고 "뭐 이런게 명작이라는거야? 뭐가 대단한지도 모르겠네."라고 말하면 교양 없는 K저씨, K줌마처럼 보일까봐 두려운 마음이 있다. 이 두려움을 잊기 위한 가장 손쉬운 방법이 자신이 이 그림을 잘 이해하고 있다고 스스로 설득하는 것이다. 이들에게 감동은 일종의 클리셰다. "마크 로스코 어땠어?" 라고 물어보면 "응, 압도당했어." 라는 대답이 자동반사적으로 나온다.


얼마나 감수성이 뛰어나기에 1950년대의 고전을 마치 오늘 처음 본 작품처럼 통곡을 하고 넋 놓고 볼 수 있는지는 모르겠다. 다만 저 아래에 로스코의 그림을 보며 압도당했다는 고백을 하는 유명인사 중, 대체 이게 뭘 그린건지, 이 벌겋게 칠한 물감이 왜 그렇게 대단한건지 궁금해하는 사람은 한 명도 없다는 점이 의아할 뿐이다. 아니, 마크 로스코의 숭고 개념이 이중 주차나 발렛파킹처럼 일상적인 단어였어? 


*조금 귀찮겠지만 댓글을 남겨주시고 공감을 하나 남겨주시면 내가 아무리 게으름뱅이라도 하루에 글 하나 정도는 쓸 수 있을꺼 같아요. 지구인들아 힘을 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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