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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다반사

언제부터 논리가 만능열쇠였다고


별 것 아닌 진실을 털어놓자면 일상 생활에서 우리는 사실 그렇게 논리적이지 않다는 거다. 텍스트를 기반한 온라인 생활에서는 문장이 갖는 논리적인 힘이나 수미일관한 구조가 나름 중요하다. 그러나 시간을 타고 언어가 흐르는 구술 상황에서는 다르다. 어렸을 적 웅변 대회에 나가서 두 손을 치켜 들고 '힘차게/힘차게/외칩니다아아아!'라는 제스처가 필요했던 까닭도 같다. 구술 언어에서 논리적인 비판은 그렇게 호소력을 갖지 않기 때문이다. 일상 생활에서 우리는 논리적으로 사고하지 않고, 그렇게 사고하려고 연습하지도 않는다. 그러니 자칭 논리왕들이 말도 안 되는 뻘글을 쓰더라도 측은한 마음으로 웃어주자. 그래도 쟤는 노력이라도 하잖아.


논리적인 사고는 오히려 비효율적이다. '백조는 모두 희다'라는 명제는 검은 백조로 인하여 언제든지 반박가능하다. 그러나 우리가 일상 생활을 할 때 필요한 것은 정확한 앎이 아니라 유용한 편견이다. 분석은 결코 새로운 의미를 창출하지 않는다. 기껏해야 완벽한 논리는 'A는 not A가 아니다'라는 동어반복에 그칠 뿐이다. 그러므로 모든 상황을 고려해서 가장 의미 있는 결론을 내려면 어쩔 수 없이 소수의 예외를 배제해야 하며, 현실의 이미지에 가장 가까운 오해를 빚는다. 단지 논리적 비판은 이러한 주장이 갖는 개연성이 언제든지 틀릴 수 있다는 이론적인 가능성을 제시할 뿐이다. 그래서 우리는 모든 백조가 희지 않다는 것을 인정하지만, 백조라는 도식을 유용하게 써먹을 수 있다. 만약 개연적인 판단을 내리지 못한다면 우리는 곧 판단장애에 빠질 것이다.


그러므로 모든 명제에 논리적인 엄중함을 들이대는 것은 무의미한 짓이다. 어차피 현실에 존재가능한 모든 주장은 논리적인 헛점을 갖고 있고 있다. 논리적인 사고는 편견의 폭주를 견제하려는 건전한 비판의 도구로서 사용될 뿐이다. 흔히 상식 있는 사람들이란 철저하게 논리적으로 생각하는 치들을 일컫는 것이 아니라, '있을 법한 일'과 '반드시 그러한 일' 사이를 구분하고 균형감 있게 생각하는 이들을 말한다.


*밥 먹고 살기 힘듭니다. 댓글이나 공감을 준다고 가정 형편이 나아지는 건 아닙니다. 그래도 배는 부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