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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비추천사>꽃들에게 희망을, 이 책은 여러분들의 자녀에게 망상을 심어줄 수 있습니다.


꽃들에게 희망을. 될지 안될지는 모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해봐야 하는거 아니겠어.




 어렸을 때 <꽃들에게 희망을>이란 책을 읽고, 나는 경쟁을 피하고 살았다. 경쟁은 피곤한 것이고, 그 숙고의 시간이 지루했으며, 결과물 또한 비참했다. 나는 줄무늬 애벌레처럼 강인함도 없거니와 위아래로 짖누르는 서열 속에 꿈틀대는 신세가 너무 싫었다.


 그렇게 나는 다수에서 도망치고 주류를 조롱했다. 집단의식에 몸을 맡긴채 개별자이길 포기한 대중을 꾸짖고, 속물들의 파이팅 넘치는 세계를 관전하는 속물이 되었다. 그래도 여전히 서열의 잣대는 나를 쫓아온다. 여기까지 도망쳤는데도 나는 행정적으로 집계되고, 학벌에 차별받으며, 연봉에 의해 분류된다. 세상 어디에도 도망칠 곳은 없었다. 더러 나비가 된 자들이 있다는 소문은 들었지만 그게 나라는 보장은 세상 어디에도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나만의 고치를 만들어야 하는가? 알 수 없는 일이다. 베팅을 하는 것은 언제나 본인의 선택이다. 확실한 것은, 하늘을 날고 싶다면 다소 어려운 곳에 인생을 걸어야 할 때도 있다.


개좆같은 새끼야, 개좆같은 세기: 그런데 왜

그들보다 내가 더 아프냐아?


황지우 시인, <우울한 거울2> 중에서 발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