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일상다반사

마블 히어로의 티어 등급은 믿을 수 있는 걸까




최근 어벤져스2가 사람들 입에 오르내리면서 불현듯 정체불명의 떡밥이 다시 인기를 얻고 있다. 마블 영웅들의 초능력 등급을 나누어 놓은 티어(tier) 분류다. 이 분류는 영웅들의 초능력을 1~9티어로 나누어 능력치를 객관 평가하려는 자료다. 가장 높은 것은 1티어 등급으로 이것은 마블 세계의 신적 존재를 의미하고 이후의 '가능한' 능력의 등급에 따라 각각 내려간다. 


그러나 엔하위키에 따르면 이러한 티어 등급은 유저들이 설정한 임의적인 측정치일뿐 오피셜 설정과는 무관한 이야기라고 한다. 실제로 외국에서는 비슷한 티어 클래스가 있는데, 해외 기준은 국내에 소개된 티어 등급과 다르다. 우선 국내에서는 1~9티어를 나누고 각각 능력자가 가진 파괴력을 국가, 대륙, 행성, 우주 단위로 점진적으로 확장하는 반면, 해외의 티어 등급은 신, 코스믹, 노멀로 나뉘고 그 카테고리 안에서 다시 최상, 상, 중, 하가 나뉘는 방식(단, 신급은 단일랭크다)이다. 


또하 영웅의 초능력 등급 분류도 조금씩 다르다. 최근 어벤져스로 가장 유명한 영웅인 중 하나인 토르와 헐크는 국내에 소개된 티어 등급에서 9등급의 최약체 클래스로 판정되지만, 현재 개정된 티어 등급에서 토르는 코스믹 로우, 헐크는 티어 하이에 속한다. 사실 생각해보면 신의 아들인 토르가 코스믹 라인에도 못들어간다거나, 어벤져스에서 일대일 대결에서 가장 막강한 힘을 보여주는 헐크가 9랭크에 머문다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 또한 국내에서 소개된 티어 등급에서는 스파이더맨을 아예 누락시켜놓거나 9등급 밑이라고 이야기하기도 하나, 개정판 티어 등급에서는 미디엄 티어에 속할만큼 준수한 영웅이다. 


티어 자체가 굉장히 들쑥날쑥하게 분류되기 때문에 이러한 등급 판정을 마블의 공식적인 입장이라고 받아들이긴 어렵고, 공신력이 있는 것이 아니다. 평가하는 유저 입장에서 히어로의 등급은 얼마든지 바뀐다. 그러므로 인터넷에서 소개하는 티어 등급을 곧이 곧대로 믿으면 마블의 히어로물을 보면서 이상한 편견이 생길 수도 있다.


또한 이러한 티어 개념은 일종의 출력, 혹은 초능력 권한의 크기를 정하는 것이지, 드래곤볼처럼 전투력의 절대치를 평가하는 것은 아니다. 서사라는 것은 단순한 출력의 싸움이 아니라 원인과 결과가 뒤엉켜 만들어지는 것이다. 객관화된 출력치만 가지고 누가 누구보다 강자라고 말할 수 없는 것이, 이야기에는 수많은 변수가 존재하기 때문이다. 모든 서사는 단 한번만 일어난다. 그리고 승패에 확률은 있어도 필연적인 이유는 없는 법. 티어 차이는 무의미하다. 어차피 누가 죽고 살지는 작가의 마음대로, 혹은 '어른의 사정'에 의해 결정되는 것이 가상 인물의 팔자다. 


단, 이러한 티어 랭킹에서 변하지 않는 상위 클래스를 보면 한가지 재미있는 사실을 유추해낼 수는 있다. 먼저, 전지전능하다고 하는 'one above all'는 신의 영역에 든 존재로, 사실상 마블 월드의 창조주격(사실은 본격 작품에 개입하는 작가)에 해당한다. 그 다음 영역에 존재가 질서와 시간(리빙 튜리뷰널)이며 그 밑으로는 '무한(인피니티), 영원(이터니티), 죽음(데스), 망각(오블리비언)이 배치되어 있다는 것이다. 이는 마블 세계가 기본적으로 추상적인 개념 속에서 세워진, 혹은 이러한 추상 개념을 절대적인 힘으로 인식하는 시각에 입각한다는 것을 보여준다. 사실상 마블의 세계는 상상력과 활자, 개념으로 만들어진 세계이기 때문에 가능한 서열이 아닌가 생각이 든다. 



*댓글 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