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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구 빨아 재끼기] 캡틴! 오 마이 캡틴! - 넥센 히어로즈 이숭용 선수 은퇴경기


 오랜 시간 주장을 맡아 별명이 '숭캡'. 통산 2001경기 타율 2할8푼1리 (6139타수 1727안타) 162홈런 857타점. 화려한 성적은 아니지만 꾸준함으로 이뤄 낸 한 팀에서 2000경기 출장이라는 최초 대 기록. 넥센 히어로즈의 10번 이숭용 선수를 이토록 잘 표현할 설명은 없을겁니다. 지난 9월 18일 그의 은퇴경기를 다녀왔습니다.

현대 유니콘스 영광의 시대를 이끌어온 '캡틴' 이숭용

 너무 여유를 부린 탓인지 약간 늦어 은퇴식 1부를 보진 못했습니다. 그래도 1회 말 공격에 맞춰 야구장에 입장했지요. 상대 팀은 삼성, 선발은 아이러니 하게도 2009년 넥센에서 트레이드된 장원삼 선수. 까다로운 현재 페넌트레이스 1위 팀이지만 넥센은 아랑곳 하지 않는 분위기였습니다. 이 날 경기는 그 이상의 의미가 있는 경기였으니까요.

이 날 7번 타자로 나선 이숭용이 첫 타석에 들어섭니다

이숭용의 선수 생활 마지막 타석입니다


 

 2회 마지막 아웃카운트 하나를 남기고 이숭용 선수가 타석에 들어서자 넥센 응원석에서 환호와 박수갈채가 쏟아져 나옵니다. 평소 잠잠한 넥센 응원석을 고려해보면 믿어지지 않을 정도였습니다. 사람들은 모두 기립해 이숭용을 연신 외쳐댔죠. 모두 이숭용 특유의 오픈스탠스 타격 자세를 눈에 담아 두려 집중하는 듯 했습니다. 오늘 이후면 다시 볼 수 없는 장면이니까요. 경기는 넥센 3회와 5회 집중타로 4점을 선취해 리드해 가고 있었습니다.

뜬공으로 아쉽게 아웃당했네요

 

이숭용 선수의 마지막 땅볼 처리 장면. 이젠 다시 볼 수 없는 모습이죠

 5회 이후 클리닝타임에 이숭용 선수의 은퇴식 2부가 진행됐습니다. 마지막이라는 키워드가 잘 어울리게 스산한 가을바람까지 불어와 은퇴식을 더욱 무게감있게 만들더군요.

레드카펫을 밟으며 마운드와 홈플레이트 사이로 걸어가고 있습니다

 

이휘재, 유재석, 팀 동료, 가족 등 여러 사람들이 보내준 영상 메세지를 보고 있네요


한화 이글스 류현진 선수가 은퇴 기념 영상 메세지를 전달하고 있습니다

 각계 각층...은 아니지만 유재석, 류현진, 강정호, 이광근 코치, 그리고 가족들이 이숭용 선수를 위한 메세지를 보냈네요.

이숭용 선수가 선수 생활 마지막 베이스 런닝을 하고 있네요

 

말 그대로 산전수전 함께 겪은 감독과 선수가 진한 포옹을 나눕니다

 은퇴식 세리모니는 각 루를 지날 때마다 이숭용 선수의 어린시절부터 고마웠던 지인들과 만남으로써 진행됐습니다. 그리고 마지막 3루에서는 힘들었던 현대 막바지부터 함께 해온 김시진 감독과의 포옹을 끝으로 다시 원래 자리로 되돌아옵니다.

은퇴 소감을 말하는 이숭용 선수

중간 중간 눈시울을 붉히기도 했지요

숭캡도 마지막이라 생각하니 눈물이 안날 수가 없겠죠

기립한 팬들

잠실에서 유명한 열혈 형제들이죠

 다시 자리에 선 이숭용 선수. 은퇴 소감을 말하는 순간순간 감정이 복받쳐 오르는 걸 보자니 저도 울컥하더군요. 그리고 인기 없는 넥센 구단이지만 정말 많은 팬들이 찾아주었습니다. 그만큼 성실함의 대명사이자 프로야구 역사상 가장 훌륭한 조연으로 손색이 없다는 뜻이겠지요. 팬들은 정말 이숭용 선수를 마음속 깊이 기억하고 있을겁니다. 저 또한 후배들에게 마지막으로 한 마디 할 때 눈물을 보이던 이숭용 선수의 모습이 잊혀지지 않겠죠.

팬들을 향해 절하는 이숭용 선수

후배 선수들이 헹가레를 하고 있습니다

가장 가까이서 본 이숭용 선수

턱돌이가 이숭용 선수의 태평양 시절 유니폼을 들고 있습니다

 이렇게 이숭용 선수의 은퇴식은 끝났습니다. 그리고 경기는 어찌 됐냐고요?

넥센의 마무리 손승락 선수

4:2로 숭캡 떠나는 길을 승리로 장식한 넥센

그래도 홀가분한 표정이네요. 즐거워 하니 다행입니다

 삼성 최형우 선수에게 투런 홈런을 맞긴 했지만, 잇다라 나온 계투진들이 잘 막아줘서 이숭용 선수 마지막 경기를 승리로 장식해줬습니다. 질까 조마조마 했지만 다행이네요. 이숭용 선수도 마지막에 엄청 좋아했죠.

 넥센 히어로즈 팬카페 회원들이 만든 현수막입니다. 태평양에선 '미스터 인천' 김경기(현 SK코치)에 도전장을 낸 패기 넘치던 신인, 현대에선 당대 최강팀을 꾸려가던 캡틴, 넥센에선 영원히 잊혀지지 않을 히어로. 정말 멋있는 야구인생을 살았다고 밖에는 표현할 방법이 없습니다. 카리스마 넘치는 외모와는 달리 부드러운 성격의 소유자로 알려진 이숭용 선수. 이제는 제 2의 야구인생을 지도자로서 살아갈 텐데요. 지도자가 된 후에도 캡틴으로서의 면모를 십분 발휘해, 이번에야 말로 조연이 아닌 주연으로 야구 역사에 영원토록 기억되었으면 좋겠습니다. 너무나 멋있고 아름다운 은퇴식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