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일상다반사

꼰대를 위한 변명

 




나도 그 젊은 축에 속하지만, 오늘날 '젊은 축'들이 기성 세대를 꼰대라고 타자화하거나 미개하다고 비아냥거리는 거, 솔직히 못 봐주겠다. 그러는 자신들은 자기가 속한 시대 정신과 편견, 몰상식에서 얼마나 자유롭다고 생각하는걸까. 고대인은 인간이 평등하다는 것을 믿지 않았다. 르네상스 이후까지 흑인은 말하는 짐승 취급을 받았고, 양차 세계대전 전후에 이르러서야 여자가 사회 진출을 하게 되었다. 천부인권이라고 불리는 인간의 기본권마저도 사실은 하늘이 준 게 아니라 근대인이 피로써 이룩한 업적이었다. 이전 시대까지만 해도 하늘이 인간에게 내려준 것은 종교와 신민의 지배자, 왕 밖에 없었다.


우리나라는 1945년 독립했다. 그 시절에도 지주는 있었다. 국가는 전근대적인 시스템에 의존하여 돌아갔다. 웃긴 것이, 21세기가 되어 엄청나게 문명화되었다고 하는 대한민국에는 아직도 그 시대를 경험한 사람들이 버젓히 살아 있다. 전후 세대는 망가진 나라를 복구하느라 제대로 된 교육을 받지 못하고 경제 일선에 뛰어들었다. 근대인으로서 가져야 할 교양이나 상식은 먹고사니즘 앞에 철저히 유예되었다. 물질적 조건은 나아졌지만 기성 세대의 세계관은 반공시절에서 크게 나아지지 않았다. 그러다보니 같은 20세기를 살고 있다고 해도 우리의 20세기는 유럽의 18세부터 20세기가 혼재된 수준이다. 세대차가 극심한 것은 당연하다. 젊은 세대의 눈에서 비춰진 노인의 사고방식은 21세기에서 19세기를 돌아보는 것처럼 야만스럽고 끔찍해 보이겠지. 그렇다고 그들을 미개인으로 취급하고 나면 무엇을 얻는가? 무엇을 이해하게 되었나? 미개한 족속으로부터 태어난, 잘나고 똑똑한 여러분의 태생적인 모순을 어떻게 극복할 것인지? 자신을 보라. 다른 시대를 산 사람들을 꼰대라고 욕하는 당신이 누구를 가장 많이 닮았는지.  


*댓글과 밀당하는 나, 댓글밀당남. 잘 읽었으면 공감 하나는 눌러줍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