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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다반사

달관 같은 소리하고 앉아 있으십니다.




적게 벌고 적게 쓰는 것. 중요한 것은 자신의 행복이지, 타인에게 보여주기 위한 과시가 아니라는 것, 나쁘지 않은 말이다. 그러나 똑같은 교훈이라도 어떤 사람이 하느냐에 따라 의미는 다르게 읽힌다. 문제는 메시지 자체가 아니라 이 메시지의 수신자가 조선일보라는 것에 있다.


어떤 느낌이냐면, 마치 시골에서 밧줄에 묶여 낮잠을 자고 있는 누렁이를 보며 "개팔자가 상팔자다"라고 말하는 사람의 낭만적인 푸념 같다. 그래서 정말로 끼니 걱정 없이 잠만 자는 개가 상팔자일까. 현실의 그 개는 사냥을 할 자유도, 옆집 암놈과 연애를 즐길 수도 없이 화장실과 침실을 분간할 수 없는 똥밭을 굴러 다니고 있는데 말이다. 어떤 사람들은 그러한 개를 보며 지저분한 짐승이라고 생각할지도 모르겠지만, 개는 원래 깔끔을 떠는 짐승이다. 다만 그럴 수밖에 없는 환경이 개를 더럽게 만드는 것이다. 


조선일보의 해석은 거꾸로다. 개는 원래 더러운 짐승이고, 그 곳은 개가 바라는, 그리고 나름 행복할 수 있는 환경이라고 이야기한다. 물론 복날마다 개에게 닥치는 비극은 전혀 거론되지 않는다. 


이게 제대로된 진단일까? 조선일보가 20대 워킹푸어를 보는 시각은 식민지 시대에 백인이 원주민을 보면서 느끼는 감정과 다를 바가 없다. 현상에 대한 근본적인 분석이나 그 이유에 대한 반성은 찾아볼 수도 없이, 단지 상대를 타자화하여 자신들과 다른 인종으로 치부함으로써 상황을 쉽게 보려는 태도 말이다. 그래서소위 '달관세대'는 정말 적게 일하고 게으르기 때문에 지금 그들이 받는 보상이 합당하는 것일까. 아니면 반대로 자신들은 더 열심히 일하는 대신에 더 큰 보상을 가져간다고 애둘러 말하고 싶은 걸지도 모른다. 나름 열악한 근무조건을 감내하고 계약직과 인턴직을 전전하고, 스펙 쌓기에 급급한 요즘 사람들에 비해 그들은 도대체 얼마나 대단한 청춘을 보냈다고.


*밥 먹고 살기 힘듭니다. 댓글 아니면 공감을 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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