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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다반사

경향일보의 성차별 면접 의혹

http://www.gobalnews.com/bbs/list.html?table=bbs_14&idxno=17293


이어 "제 항의에 많은 분들이 관심을 보이고 동참한 것은, 채용 때의 성차별 의혹 뿐만이 아니라, 항의자에게 침묵으로 일관하는 경향의 태도에 대한 불만도 있었기 때문"이라며 "제 주장이 ‘사실과 동떨어지고 주관적’이었다면서 제시한 2014년도 합격자 성비가 남녀 3:4 비율이었는데, 그건 편집기자직과 출판취재기자직까지 포함한 비율입니다. 제가 아랑에 처음 문제제기할 때 썼던 글은 취재기자 부문이었고 '최종 면접에 오른 여성비율이 7:3정도로 높았음에도, 결과는 3:2 비율로 남성이 다수"라고 반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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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발뉴스에서 성차별 제기자의 항의 내용 일부 발췌

 

저번주에는 이런 사건이 있었다. 언론고시생 카페인 아랑에 경향의 면접 과정에서 성차별을 당했다는 불만글이 올라왔다. 원글의 작성자는 인터넷 게시판을 돌며 이 문제를 끊임없이 제기했고, 언론사를 상대로 여론 아웃복싱을 했다. 의혹이 제기된 마당에 경향은 묵묵부답으로 대응했다. 여론이 경향에 불리하게 돌아가는 것은 눈에 뻔한 일이었다. 기어코 경향이 직접 대응을 하고, 원초 제기자가 더이상 이의를 제기하지 않겠다는 내용을 끝으로 이 문제는 끝이었으나 여전히 개운치 않은 전말이었다.


이번 성차별 논쟁에 대하여 몇 가지 짚고 넘어갈 것이 있다.


1. 면접자 중 여성의 비율이 남성보다 높은 것에 비하여 채용비율은 현저히 낮다고 해서, 그리고 그러한 통계가 경향의 공채에도 적용되었다고 해서 채용과정에서 성차별이 존재하리라는 결론은 비약이다. 물론, 여성 지원자가 높은 것에 반하여 남성 지원자가 면접 통과율이 높은 현상이 압도적으로, 그리고 오랜 시간 지속된다면 그 안에는 남자에게 유리한 어떤 변수가 존재하리라 의심하는 것은 합리적이다. 그러나 이 변수가 어떤 종류인지는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이것이 단순 성차별인지, 아니면 업무 적합도에서 남자가 더 높은 점수를 받을 수 있는 요인이 있는지 살펴보는 것이 우선이다. 이런 과정을 거치지 않고, 이것이 성차별일 것이라 결론을 선점하고 해당 면접관에게 과연 성차별적인 요소가 없었는지 자백하라는 방식은 어불성설이다. 해당 면접에 성차별적 요소가 있었음을 증명해야 할 책임은 그 의혹을 제기하는 사람에게 있는 것이다. 여기에 경향신문사가 무반응으로 일관한 것은 그렇게 부당한 것도, 채용자의 갑질라고도 볼 수 없다. 타진요 때와 비슷한 것이, 의혹을 제기한 사람이 그 의혹이 사실이 아님을 증명하라고 상대에게 해명을 떠넘길 경우 어떠한 성명으로도 이 사람을 만족시킬 방법은 없음을 우리는 안다. 이러한 종류의 의혹제기는 거의 강한 믿음에 가깝다.


2. 물론 면접자와 면접관의 관계는 확실한 권력관계에 있고, 면접의 과정에서 상황을 제어하고 정보를 독점하는 쪽은 면접관이다. 따라서 그 현장에서 실제로 성차별이 일어나더라도 면접자가 이를 입증하리란 매우 힘들다는 것은 인정한다. 그러나 약자의 주장이라고 해서 합리적이지 못한 주장을 합리적이라고 우길 수는 없는 것이다. 이 부분에서는 부당하다고 느끼는 면접자를 도울 수 있는 중재장치가 있었으면 좋겠지만, 이것은 성차별과는 조금 다른 이야기다. 면접에서 자신은 부당한 대우를 받았다고 생각하는 면접자가 어디 여자뿐일까. 면접에도 운이라는 것이 상당히 작용하고, 알다시피 운이라는 것은 모두에게 균등하게 제공되지 않는다.


3. 성차별 제기는 여자에게 일어나는 부당함에 대한 느낌이 아니라 성별로 인하여 부당한 차별을 받았다는 객관적인 지표(차별적 언행, 성적으로 불리한 조건 강요 등)에서부터 출발해야 한다. 왜냐하면 성차별은 피해자라고 주장하는 사람에게도 중요한 문제겠지만 가해자라고 추정되는 사람에게도 사회적 위신 실추와 불명예를 초래하기 때문이다. 최초로 면접에서 성차별을 받았다고 주장하는 사람의 근거는 1)면접관에게 부당한 처우를 받았다. 2)언론입사 지원자 중 남자의 합격율이 여자보다 높다는 점이다. 그런데 이 두 근거 중에서 어느 부분도 성차별이 있었음을 필연적으로 입증하지 못한다. 이러한 사실을 의혹제기자도 알고 있는지, 그녀는 딜레마적 가설을 제시한다. 하나. 실제로 경향신문의 채용과정에서 성차별이 있었으며, 자신은 그 피해자라는 가설. 이때 경향신문은 정말 욕먹어도 싸다. 둘. 만약 경향신문의 채용과정에서 성차별은 없었으며, 단지 우연적으로 자신이 부당한 대우를 받았다는 가설. 이때 경향신문은 면접자에게 공평한 기회를 주지 않고 허술하고 무책임한 면접을 진행했다는 비난이 가능하다. 어찌되었든 자신은 욕할 자격이 있다는 것인데, 그렇게 깔끔한 논증이라고 볼 수는 없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