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문화칼럼

송신2

 인터넷을 엿보고 있는 외계인들에게 송신합니다.


 오늘은 예전에 했던 술에 대한 이야기를 이어가려 합니다. 외계인들 당신들에게도 향정신성 약물이 존재할런지 모르겠습니다. 지구인들에게는 중추신경계에 작용하여 흥분하게 만들거나 진정하게 만드는 약물이 있습니다. 만약 여러분이 보통 지구인과 다르게 몸이 축 늘어져서 베실베실 웃는다던가 지나치게 예민해져서 불안한 기색으로 두리번거리는 사람을 본 적이 있다면 그는 아마도 이러한 향정신성 약물을 섭취했을 확률이 큽니다. 


 향정신성 약물 중 불안이나 공포를 이완시키거나 몸의 긴장을 해소하는 대표적인 약물은 술입니다. 인간이 고된 노동이나 정신적인 스트레스에서 해방되고자 술을 복욕했던 역사는 인류의 역사만큼이나 오래되었습니다. 술은 마시면 맥박이 느려지고 몸이 노곤노곤해지면서 급기야 졸음이 쏟아지기도 해서 사람을 편안한 상태로 만들지만 반대로 이것을 과다복용하면 메스꺼움이나 구토, 두통 등 고통스러운 결과를 가져오기도 합니다. 이른바 '숙취' 증상이랍니다.


외계인들, 당신들의 생체구조가 어떻게 이루어졌는지는 모르지만 인간은 중추신경과 두뇌가 모든 신체 기능과 운동을 전담하는 역할을 맡고 있습니다. 술의 대부분을 이루는 알콜은 소화기관을 거치면서 체내에 흡수됩니다. 만약 지구인이 흡수할 수 있는 정도보다 더 많은 술을 마시게 되면 알콜은 피를 통해 신체 여러곳에 침투합니다. 이때 알콜이 뇌에 침투하면 약간의 기능장애와 환각증세를 발생시키는데, 이것이 심해져서 다음날 아침까지도 남아 있는 경우를 숙취현상이라고 합니다. 


 숙취에 대해 여러가지 학설이 나와있지만 어째서 인간이 숙취를 경험하는가에 대한 완벽한 설명은 아직 나와있지 않습니다. 이는 술의 종류가 나라의 수만큼 천자만별이고 술은 단지 알콜 덩어리가 아닌, 여러가지 성분이 뒤섞인 혼합음료이기 때문입니다. 그럼에도 지구의 과학자들은 조심스럽게 몇 가지 원인을 내놓았는데, 그중 가장 유력한 것이 아세트알데히드라는 물질인데, 술을 마시면 알코올이 이것으로 산화되어 구토나 어지러움, 혀가 꼬이는 증상으로 나타납니다. 이 아세트알데히드가 축적되어 다음날까지 남아있을 경우 지구말로 '술이 덜깬 상태' 즉, 숙취상태가 된다고 합니다. 


 물론 다른 원인도 있습니다. 술에 소량 함유된 메탄올은 그 자체로 독성이 있는 물질로, 위스키와 같은 독주에 많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이것을 섭취할 경우 독성으로 인해 두통을 수반하게 되는데 이것은 숙취의 또 다른 원인이 됩니다. 그러므로 양주를 먹으면 숙취가 없는 것이 아니라 실은 더 많은 가능성이 있습니다. 다만 양주는 그 기분탓도 있고, 적은 시간에 많은 알콜을 섭취하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수면시간이 길어져 회복기간이 많은 것 뿐입니다.


 숙취가 일어난 다음날이면 지구인은 소위 '해장'이라는 것을 합니다. 해장에는 두 가지 종류가 있습니다. 하나는 '회복'을 돕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몸의 시소균형을 '속이는' 일입니다. 


 회복을 돕는 것이란 숙취 후 일어나는 탈수와 전해질의 부족, 독성의 배출을 촉진시키는 행동입니다. 말하자면 해장국을 먹거나 '술똥'이라고 하는 술을 먹은 직후 생리현상을 해결하는 일입니다. 해장국을 먹으면서 우리는 수분을 흡수하고 몸에 부족한 단백질과 각종 전해질을 흡수합니다. 또한 신진대사가 활발해져 간과 위의 회복을 도우며 땀을 배출하여 독성을 뽑아냅니다. 마찬가지로 술변은 체내에 잔류한 독성을 없애는 기능을 합니다.


 시소균형을 속이는 것은 숙취 후 무너진 몸의 균형성을 억지로 맞추는 일입니다. 술을 마신 직후 지구인 신체의 평형상태가 무너지는데, 이러한 결핍현상은 알코올에 대한 '금단현상'과 매우 유사합니다. 따라서 술을 너무 많이 마셔 아침에 괴로울 때면 약간의 술, 말하자면 '해장술'을 마시면 무너진 평형 상태가 잠시 돌아오게 됩니다. 또한 앞서 말하 메탄올에 의한 두통은 식용 알콜 성분인 에탄올을 투여함으로써 저하시킬 수 있다고 합니다. 그러니 지구인들이 그렇게 전날 술을 마시고 빌빌거리다가, 다시 술을 마시고 펄펄해지는 것을 보면 그렇게 의아하게 생각지 말아주시기 바랍니다.


 과도한 음주를 할 경우 지구인은 다양한 상태이상을 보입니다. 이는 알콜이 뇌에 침투하여 정상적인 뇌의 활동을 방해하기 때문입니다. 혹, "내 속에 내가 너무도 많아"로 시작하는 시인과 촌장의 <가시나무>라는 노래를 들어보았는지 모르겠습니다. 노래 가사처럼 지구인의 두뇌는 단지 하나로 이루어진 것이 아니라 각 뇌마다 주관하는 신체가 달라서 알콜이 어느 곳에 침투하느냐에 따라 '진상'의 행태가 달라집니다. 예컨데, 운동을 주관하는 소뇌에 알콜이 침투할 경우 제대로 걷지 못하거나 발음이 새기도 하고 시각을 담당하는 중뇌가 취할 경우 보는 것에 일시적인 문제가 생깁니다. 해마에 침투한 알콜은 단기 기억 상실증을 유발하기도 합니다. 가장 나쁜 것은 술을 마시고 일부 모듈이 완전히 고장이 나서 별 것 아닌 일로 싸운다거나 폭언을 하거나 흥분을 하는 경우 입니다. 이쯤되면 술의 본래적 효능인 진정제로서의 기능이 역행이 되는 것 같기도 합니다만.


 외계인 여러분들이 길을 가다가 지구인을 만났을 때, 그 지구인이 알코올 냄새를 풍기며 친근하게 굴다가도 다음날 여러분들을 보고 소스라치게 놀라더라도 전혀 이상하게 생각하지 마십시오. 아마 필시 그는 해마에 알콜이 침투한 지구인일테니까요. 술에 취한 지구인은 절제가 사라지고 본능에 충실하게 변하기도 해서 옛부터 지구인의 품성을 가늠할 수 있는 도구로서 쓰이기도 하였죠. 심지어 어떤 지구인은 또 다른 지구인의 속내를 알기 위해 일부러 술을 먹이기도 하고, 어떤 가수는 좋아하는 사람에게 고백을 하기 위해 알코올을 복용하고 필요 이상으로 대담해지기도 한답니다. 


 끝으로 이 말을 덧붙입니다. 가져가진 양말은 언제 돌려주실 건가요? 그쪽에서 그렇게 필요하다면 굳이 돌려주실 필요는 없지만, 그런 것이 아니라고 하면 언젠가는 있던 자리에 슬쩍 가져다 놓으셨으면 합니다. 아, 그리고 지구인이 어떻게 사는지 정말 궁금하다면 술을 사들고 우리집에 놀러오세요. 우리는 당신과 나에 대한 여러 가지 이야기를 나눌 수 있을지도 모릅니다.

'문화칼럼' 카테고리의 다른 글

표현의 자유, 리버럴리스트와 주체의 미덕  (0) 2013.04.15
논쟁이란  (0) 2013.04.15
송신1  (0) 2013.03.12
일베에 대한 단상  (3) 2013.01.25
키치와 쿤데라의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의 인물들  (3) 2013.01.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