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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리뷰

일루셔니스트, 닐 버거 감독/에드워드 노튼 주연, 2007




독특한 영상미와 비밀스러운 러브 스토리가 만났을 때

-일루셔니스트, 닐 버거 감독


영화 일루셔니스트는 닐 버거 감독이 원작 <환영술사 아이젠하임>을 각색하여 만든 영화다. 마술사의 꿈을 가진 가난한 소년과 공녀 소피와 유년에 나눈 맹세는 마술적인 힘을 갖게 되고, 그들은 15년 후에 우연하게 다시 만나 불같은 사랑을 나눈다. 그러나 러브스토리에 '이물질'이 끼지 않으면 이야기가 재미없는 법. 어김없이 등장하는 방해꾼이 있으니, 레오폴드 황태자는 소피 공녀의 약혼자로 그녀의 가문과 결합하여 황제가 되겠다는 야망을 가진 인물이다. 환영술사가 되어 돌아온 아이젠하임과 소피 공녀는 레오폴드 황태자를 피해 그들의 사랑을 회복하려 한다는 것이 주요 내용. 



장풍!



영화의 내용은 낭만적이면서 신비로운 러브스토리를 장식하고 있다. 그러나 이 영화를 멜로라고 부르기는 어려운데 프레임 안에 흐르는 긴장감이나 주인공이 마술사라는 데서 오는 신비함, 살인 사건을 중심으로 중심 줄거리가 흘러나가기 때문이다. 하기사, 마술사가 나오는 영화이니만큼 처음부터 속임수와 반전이 거듭날 것은 예감할 수 있다. 그러나 이 영화에서 가장 필자를 즐겁게 하는 것은 내용이 아닌 영상이었다. 


영화를 보다보면 빛을 상당히 교묘히 썼다는 것을 느낄 수 있다. 전체적인 명도는 상당히 낮은 것에 비하여 상대적으로 부각시키려고 하는 인물들의 표정이나 실루엣에는 빛을 강조한다. 이러한 극적 대비는 미스테리한 분위기와 맞아떨어질 뿐더러, 역동적이면서 불안한 심경 변화를 잘 표현하고 있다.



강렬한 명암을 넣음으로써 프레임 안 사람들의 심리변화가 상당히 역동적으로 보인다.


사실 강렬한 빛과 어둠, 불안정한 피사체를 프레임 안에 배치했던 것은 닐 버거 감독이 원조가 아니다. 그렇다. 이미 눈치챈 사람들도 있겠지만 이러한 스타일을 처음 완성한 자들은 르네상스의 바로크주의 화가들이다. 



성자 마태의 부름(the calling of saint matthew), 카라바조, 1599



빛과 어둠의 강렬한 대비로 일명 '카라바조풍'을 만든 그의 작품 <성자 매튜의 부름>은 일루셔니스트과 상당한 일치점이 보인다. 우선 배경에 짙은 암부를 넣음으로서 과감히 시야에서 지웠으며 얼굴에 강렬한 빛을 노출시킴으로써 강렬한 대비를 통해 표정의 변화를 잘 캐치하였다. 분명히 그런 점에서 일루셔니스트는 상당히 흥미로운 영화였다. 


전체적인 평을 하자면, 일루셔니스트는 바로크적인 영상의 효과를 살려 차분하지만 어딘지 격정이 도사리고 있는 듯한 분위기를 잘 풀어내고 있다. 마술사과 귀족의 사랑이라는 다소 진부한 소재도 적절한 긴장감과 마술적인 트릭을 섞어 보는 동안 지루하지 않게 한다. 그러나 단 하나의 흠이 있다면 후반부에 밝혀지는 아이젠하임의 트릭 중에서 결정적인 역할을 하면서도, 그렇기에 다른 것은 몰라도 이것만은 밝혀야 했던 환영술 트릭에 대해 어물쩡 넘겼다는 것이다.


바로 이 마술. 그는 어떻게 사라진 것일까?


물론 마술이라는 것이 밑천 다 드러나면 뭐해먹고 사냐고 말을 하지만, 이 '사라짐의 마술'은 영화 후반부를 이끌어나가는 가장 강력한 아이템이었다. 만약 관객들이 영화에 조금 더 몰입할 수 있도록 만들려면 바로 이 부분만큼은 마지막에 설명해줄 필요가 있었다. 단지 그가 '마술사'라서 환영마술이 가능했다고 말하기에는 후반부의 아이젠하임의 모든 트릭이 이 마술에 의존해 있기 때문이다. 결국 다른 트릭들은 밝혀졌음에도 불구하고 이 마술에 대해선 끝끝내 설명해주지 않아 반전이 주는 쾌감이 상당히 떨어질 수 밖에 없다고 해야 할까. 스릴러로 보기에는 영화가 다소 치밀함이 떨어진다는 느낌이 든다. 그러니까, 환영마술은 진짜 마술이야, 아니야?


그리고 이것도, 이건 진짜 마술이야, 아니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