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 미제라블의 간략한 후기
레미제라블을 본 직후 느낀 점은 관람하기 불편했다는 것이다. 나는 뮤지컬은 그다지 경험이 없어서 잘은 모르겠지만 이 영화가 어떤 형식을 빌리던간에 결국 이것은 영화이기 때문에 토로할 수밖에 없는 아쉬움이라고 해야하나. 어떤 장면들은 전율이 일 정도로 감동적이긴 했지만 때로 지루했다. 지나치게 잦은 클로즈업은 영화의 속도감을 줄이고 불필요한 집중을 요구하기도 했다. 그럼에도 장엄한 영상과 아름다운 선율은 즐겁다. 킹스스피치에서 탐 후퍼 감독이 보여주었던, 집단적 고양감이 주는 숭고도 적절히 살아있었다. 다만 영화의 장점을 죽이면서까지 뮤지컬적 형식에 얽매일 필요가 있었을까. 영화를 보고나니 레미제라블 뮤지컬은 정말 재미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만다 바크스, 레 미제라블 중에서
뮤지컬 형식이다 보니 가수들의 가창력 또한 영화의 흡입력을 끌어올리는 변수였다. 휴 잭맨은 좋은 의미에서 의외였고 러셀크로는 나쁜 의미에서 의외였다. 이 중년의 두 배우를 제치고 나면 가장 '의외'였던 것은 에포닌 역의 사만다 바크스였다. 자신을 경멸하는 마리우스를 짝사랑하기에 죽음조차 마다하지 않았던 에포닌의 뜨겁고도 비극적 운명은 사만다의 호소력있는 목소리를 만나 정점을 찍었다. 특히 비 내리는 씬에서 그녀의 얼굴이 사선으로 클로즈업하면서 클로징하는 장면은 소름이 쫙 돋을 정도였다. '무슨 배우가 이렇게 노래를 잘해.'하고 찾아보니 원래 직업이 가수. 역시나. 레 미제라블로 영화계에 첫 데뷔한 그녀는 25주년 뮤지컬 레미제라블에서도 에포닌 역할을 맡는다고 한다. 사랑해요, 사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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