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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05/05

맞아야 하는 사람은 없다 내가 곱게 자란건가. 어제는 시위가 한창이었고, 현직 경찰 동창은 술을 마시다가 현장으로 출동했다. 주말까지 박탈당한 경찰 공무원이 시위대라면 이를 부득부득 가는 건 이해가 간다. 그런데 아무것도 관계가 없는 사람들이 인터넷에서 '시위대놈들은 경찰봉으로 후려쳐야 한다'고 주장하는 건 이 무슨 가학적 변태욕구인지 모르겠다. 시위하는 사람들이 잘했건 잘하지 못했건 그 사람은 나름의 이해관계가 있어서 정부에 항의를 하는 중인데, 연대하지 못하겠다면 관심이나 끄고 그냥 제 갈 길 가면 모두가 평화롭다. 경찰이 시위대에 좀 밀리거나 말거나 세상은 그렇게 쉽게 바뀌는 것도 아니고, 딱히 그쪽의 세계에 피해를 주는 것도 아니지 않은가. 그런데도 굳이 나서서 공연한 증오감과 공격성을 드러내는 사람들은 이해가 되지 않는.. 더보기
오! 섹스 조금 과장해서 말하자면, 나는 성인들이 청소년에게 육체적 관계를 배제한 정신적 사랑만이 진정한 사랑이라고 가르치는 것이 포르노보다 잘못된 성인식을 가져다 준다고 생각한다. 오해는 과장된 표현에서도 발생하지만 소통의 차단에서 더 많이, 심각하게 발생한다. 왜곡된 의식은 억제당한 욕망에 대한 망상에서 비롯된 것이 아니라, 욕망을 금기시하고 신비화하는 것 자체에 있다고 생각한다. 본성은 억제되어야 하는 것이 아니라 문명을 통해 세련되게 다듬어야 한다. 마치 인간에게 아무데나 배변을 볼 능력이 있음에도 굳이 화장실이라는 건축물을 만들어야 했던 것처럼 말이다. 성을 억제하는 것은 일종의 사회적 키치다. 아름답지 않는 것은 차단되어야 한다는 생각. 섹스가 사랑의 결과이거나 가족계획의 수단 외에는 근절되어야 한다는 .. 더보기
마크 로스코, 압도는 새로운 종류의 관람 매너인가 관련기사http://www.wikitree.co.kr/main/news_view.php?id=214669 현대미술 감상법 중 가장 나쁜 습관은 '벌거벗은 임금님'식으로 작품을 보는 것이다. 훌륭한 작품은 착한 사람 눈에만 보인다. 고로 작품이 훌륭해 보이지 않는다면 당신은 훌륭한 것을 본 시늉이라도 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당신은 예술에 대해 전혀 모르는 사람으로 찍히기 때문이다. 이렇게 되면 해당 작품이 자신에게 어떤 인상을 남겼는지 스스로 헤아리기도 전에, 관객이 작가와 작품의 위명에 눌려 무의미한 찬사와 감탄만 연발한다. 그것은 '위대한 작품'이 아니라 '위대해야 하는 작품'이 된다. 그는 로스코의 작품에 압도당한 것이 아니다. 압도당해야 하는 강박에 압도당한 것이다. 그러나 숭배과 열광은 작품을.. 더보기
꼰대를 위한 변명 나도 그 젊은 축에 속하지만, 오늘날 '젊은 축'들이 기성 세대를 꼰대라고 타자화하거나 미개하다고 비아냥거리는 거, 솔직히 못 봐주겠다. 그러는 자신들은 자기가 속한 시대 정신과 편견, 몰상식에서 얼마나 자유롭다고 생각하는걸까. 고대인은 인간이 평등하다는 것을 믿지 않았다. 르네상스 이후까지 흑인은 말하는 짐승 취급을 받았고, 양차 세계대전 전후에 이르러서야 여자가 사회 진출을 하게 되었다. 천부인권이라고 불리는 인간의 기본권마저도 사실은 하늘이 준 게 아니라 근대인이 피로써 이룩한 업적이었다. 이전 시대까지만 해도 하늘이 인간에게 내려준 것은 종교와 신민의 지배자, 왕 밖에 없었다. 우리나라는 1945년 독립했다. 그 시절에도 지주는 있었다. 국가는 전근대적인 시스템에 의존하여 돌아갔다. 웃긴 것이, .. 더보기
스펙의 과거와 오늘 우리나라 취준생들이 말하는 스펙의 유래는 원래 Specification, 즉 명세서, 세부 내역서라는 뜻이다. 원래는 잡 스페시피케이션이라고 해서, 사용자가 이 직업을 하기 위한 자격 요건을 적어놓으면 취업자가 '내가 이러저러한 것을 했고 할 줄 안다'는 것을 기술하는 리스트를 적어 내는 것을 말하는 것이라고 한다. 이때문에 자격이 충족되면 스펙을 채웠다고 라고 하고, 반대로 그렇지 않으면 채우지 못했다라는 표현을 쓴다. 이것이 오늘날에는 와전되어서 직업 지원의 충족요건과 상관없이 자신의 이력이나 자격사항을 늘려나가는 것을 스펙을 쌓는다라고 말한다. 한정된 자격 요건을 '채우는 개념'이 아니라 무제한적으로 능력을 '쌓는 개념'으로 와전된 것이다. 그래서일까. 사람들이 스펙을 마주할 때 느끼는 감정은 계획.. 더보기
달관 같은 소리하고 앉아 있으십니다. 적게 벌고 적게 쓰는 것. 중요한 것은 자신의 행복이지, 타인에게 보여주기 위한 과시가 아니라는 것, 나쁘지 않은 말이다. 그러나 똑같은 교훈이라도 어떤 사람이 하느냐에 따라 의미는 다르게 읽힌다. 문제는 메시지 자체가 아니라 이 메시지의 수신자가 조선일보라는 것에 있다. 어떤 느낌이냐면, 마치 시골에서 밧줄에 묶여 낮잠을 자고 있는 누렁이를 보며 "개팔자가 상팔자다"라고 말하는 사람의 낭만적인 푸념 같다. 그래서 정말로 끼니 걱정 없이 잠만 자는 개가 상팔자일까. 현실의 그 개는 사냥을 할 자유도, 옆집 암놈과 연애를 즐길 수도 없이 화장실과 침실을 분간할 수 없는 똥밭을 굴러 다니고 있는데 말이다. 어떤 사람들은 그러한 개를 보며 지저분한 짐승이라고 생각할지도 모르겠지만, 개는 원래 깔끔을 떠는 짐승.. 더보기
글 잘 쓰는 교실이 미심쩍은 이유 글 잘 쓰는 법을 가르치는 교실이라는 게 있다. 돈 내고 배우는 건가? 참견하자면 내 생각에 세상에는 두 가지 종류의 가르침이 있다. 하나는 잘 하는 법을 가르치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못하지 않는 법을 가르치는 것이다. 어떠한 기술은 잘하는 것과 못하는 것의 차이가 일률적이어서 명백하게 어떻게 해야 잘하는 것이라고 가르쳐줄 수 있다. 예를 들면 레프트 스트레이트의 자세라든가 연필을 쥐는 법, 수학문제 푸는 법 따위 말이다. 이런 것들은 틀리지 않는 법은 물론 어떻게 해야 잘하는 것인지 알려줄 수 있다. 반면 어떤 기술은 틀린 것을 짚어줄 수는 있지만 잘 하는 것에 대해서는 뭐가 정답인지 모르것이 있다. 이것은 순전히 스타일의 문제다. 스타일은 가르쳐서 되는 것이 아니다. 그러니 못 쓴 글을 지적해줄 수.. 더보기
경향일보의 성차별 면접 의혹 http://www.gobalnews.com/bbs/list.html?table=bbs_14&idxno=17293 이어 "제 항의에 많은 분들이 관심을 보이고 동참한 것은, 채용 때의 성차별 의혹 뿐만이 아니라, 항의자에게 침묵으로 일관하는 경향의 태도에 대한 불만도 있었기 때문"이라며 "제 주장이 ‘사실과 동떨어지고 주관적’이었다면서 제시한 2014년도 합격자 성비가 남녀 3:4 비율이었는데, 그건 편집기자직과 출판취재기자직까지 포함한 비율입니다. 제가 아랑에 처음 문제제기할 때 썼던 글은 취재기자 부문이었고 '최종 면접에 오른 여성비율이 7:3정도로 높았음에도, 결과는 3:2 비율로 남성이 다수"라고 반박했다. .-고발뉴스에서 성차별 제기자의 항의 내용 일부 발췌 저번주에는 이런 사건이 있었다. 언론.. 더보기
우리에게 간통법은 필요없다. 간통법이 폐지가 되었다. 이런 것이 논쟁이 된다니. 나에게는 차라리 즉석떡볶이를 언제, 어디서, 누구와, 어떻게 먹을 것인가가 몇 배는 중요한 삶의 문제처럼 느껴진다. 간통은 가부장제에서 여성의 성적 권리를 제한하는 한편, 동시에 강력한 부권을 통제하기 위한 족쇄하였다. 가장의 경제적 능력에 의존하는 가부장제에서 성의 통제는 가정의 안정적인 운영에 기여하고, 나아가 보육과 복지와 같은 사회적인 안전망을 가정의 자율적인 역할에 맡길 수 있었다. 그러나 오늘날에는 이런거 없어도 된다. 실질적으로는 그렇지 않을지도 모른지만-많은 경우 그렇지 않지만- 남녀는 권리와 의무에서 평등한 존재임을 확인받았고, 남자만큼 여자도 경제적인 생활을 영위함으로써 독립적으로 생활할 수 있다. 이제 가장이 부양가족을 먹여살리던 가.. 더보기
이제 그만 애국합시다. 언제인지 모르겠다. 한국 vs 아르헨티나 월드컵 예선전을 할 때였는데, 나는 아르헨티나 저지르를 입고 거리에 나간 적이 있었다. 딱히 내가 아르헨티나 축구팀의 팬이라서는 아니다. 그렇다고 한국팀-정확히 하자. 한국이 아니라 한국 국가대표 축구팀이다-이 바라는 매국노도 아니거니와, 더 솔직해지자면 사실 남들 공차고 노는 것에 하등 관심을 못 느끼는 사람이다. 다만 나는 아르헨티나의 푸른색이 마음에 들어서 운동할 때마다 입고 다녔고, 당시에도 편하게 입고 나갔던 것 같다. 물론 아르헨티나전을 할 당시에 일부러 그 옷을 꺼내 입은 이유 중에는 내심 삐딱이 근성이 전혀 없었다고는 말 못하겠다. 어쨋든 내가 발가벗고 다닌 것도 아닌데 무슨 옷을 입건 내 마음 아닌가. 그래서 어찌되었냐면, 술집에 들어가자마자 나는..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