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2013/09

안녕, 잠자리. 안녕 창문을 열었는데 고추 잠자리가 하나 들어왔다. 그러니까 형광등불에 교란당하는 것은 밤벌레만은 아닌가보다. 기어코 이놈이 형광등으로 돌격하더니 전구와 전구덮개 사이에 갖혀서 나오지를 못하는 거였다. 라이언 일병 구하기도 아니고, 이 놈 하나 구하자고 형광등 덮개를 뜯자니 덮개의 쌓인 먼지며 죽은 하루살이 시체를 마시기는 꺼림칙하다. 이놈은 자기 본능이 시키는 대로 움직인 것 뿐이다. 잠자리와 나는 세계에 대한 이해가 전혀 다르기 때문에 구해줄 의무 따위는 없다고 생각도 했다. 몇 번을 악다구니친 후에 포기한 듯 죽음을 기다리는 잠자리를 보다가 하는 수 없이 의자를 가져와 덮개 잠금 장치를 하나하나 제거했다. 그것도 측은지심인지, 괜한 감정 투사인지는 모르겠다. 이게 살려주면 또 얼마나 살 것이냐. 내가 구.. 더보기
2013년 9월 3주차 페북 드립 모음 1. 포효하는 우리집 강아지 페북에 우리집 강아지 사진을 올리며 이 녀석과 나 중 누가 더 귀엽다는 도전적인 질문을 남겼다. 어느 페친님이 이 녀석처럼 곶아가 되면 귀여워질 수 있다고 조언했다. 아... 2. "영화잡지의 비극은 취재원과 광고주가 같다는 구조적 모순으로부터 기인한 것이다. 취재를 해야하는 대상과 잡지의 돈줄이 같은 것이다. 단지 특정 제작사 혹은 투자배급사의 영화를 비판하지 못한다는 문제를 넘어서는 사실관계다. 이것은 더 많은 부분을 설명할 수 있게 만든다. 한국영화 시장은 2000년대 초반부터 중반까지 비약적인 성장을 거듭했다. 그러나 실상 거품이었다. 2007년부터 얼마 전까지 한국영화 시장은 거의 빌어먹는 수준이었다. 한국영화의 투자대비 수익이 플러스 수치로 돌아선 건 고작해야 작년.. 더보기
<비추천사>꽃들에게 희망을, 이 책은 여러분들의 자녀에게 망상을 심어줄 수 있습니다. 어렸을 때 이란 책을 읽고, 나는 경쟁을 피하고 살았다. 경쟁은 피곤한 것이고, 그 숙고의 시간이 지루했으며, 결과물 또한 비참했다. 나는 줄무늬 애벌레처럼 강인함도 없거니와 위아래로 짖누르는 서열 속에 꿈틀대는 신세가 너무 싫었다. 그렇게 나는 다수에서 도망치고 주류를 조롱했다. 집단의식에 몸을 맡긴채 개별자이길 포기한 대중을 꾸짖고, 속물들의 파이팅 넘치는 세계를 관전하는 속물이 되었다. 그래도 여전히 서열의 잣대는 나를 쫓아온다. 여기까지 도망쳤는데도 나는 행정적으로 집계되고, 학벌에 차별받으며, 연봉에 의해 분류된다. 세상 어디에도 도망칠 곳은 없었다. 더러 나비가 된 자들이 있다는 소문은 들었지만 그게 나라는 보장은 세상 어디에도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나만의 고치를 만들어야 하는가? 알.. 더보기
자전거를 추천해 달라고? 쓸만한 자전거를 추천해주겠다. 내가 자전거 잡지사 다닌다고 하면 자전거 좀 추천해달라는 사람들 많다.나는 친절하기 때문에 다음과 같이 메뉴얼을 적어놓는다. 50만원대 이하: 가까운 자전거 가게에 가서 마음에 드는 것을 산다.100만원대 이하: 가까운 자전거 가게에 가서 마음에 드는 것을 산다.200만원대 이하: 가까운 자전거 가게에 가서 마음에 드는 것을 산다.500만원대 이하: 가까운 자전거 가게에 가서 마음에 드는 것을 산다. 요새 자전거는 정찰제이기 때문에 샵주인이라고 마음대로 눈탱이 못씌운다. 그리고 자전거는 한 번 팔고 끝!인게 아니라 지속적인 소모품 교체와 정비가 필수적이기 때문에 얼굴장사를 하는 샵 입장에서도 고객들은 호갱이 아니라 지속적인 거래처이다. 그러니까 인터넷에 자전거 검색질하지 말.. 더보기
자전거 타는 사람들이 하는 의외의 오해 1, 2 자전거를 타는 사람들의 의외로 하는 오해1 - 프레임편 1. 크로몰리나 티탄에 대한 강한 환상이 있다는 것이다. 티탄과 크로몰리는 탄성이 좋고 강도도 높지만, 역시 한계수명이 있다. 이것은 만드는 기술이 후달려서가 아니라, 만드는 방향에 대한 문제이다. 강도와 강성이 강한만큼 제조하는 입장에서는 최대한 가볍게 뽑아내고 싶은 것이다. 이것은 비싼 프레임일수록 더욱 극단으로 치민다. 즉, 비싼 프레임=튼튼하고 오래가는 프레임은 아니란 말이지. 어찌되었든 비싼 돈 들여서 무거운 프레임을 구입하고 싶은 사람은 없을테니까. 2. 따라서 제조사는 티탄은 7년에서 10년, 크로몰리는 대략 10년 정도를 기대수명으로 본다. 기대수명이란 것이 수명이 넘었다고 아작 부숴지는 것은 아니고 라이더의 라이딩 성향이나 강도에 따.. 더보기
9월 중순 페북 드립 모음 1. 밤 열 시다. 야근을 하고 나오면서 야근의 신께 저주를 퍼부었다. 신이시여, 어찌하여 나를 버리시나이까. 집에 도착하면 열한 시인데 대체 무엇을 하란 말입니까. 그러고 버스를 탔는데, 그 안에는 신의 아이들, 야자가 끝난 중고딩들이 겨울철 오리들마냥 앉아 있다. 헐... 2. 작금의 행정현황에서 아직도 믿을 수 없는 것은 길거리에 재털이며 쓰레기통을 없앤 것이다. 쓰레기통을 없애면 사람들이 쓰레기를 버리지 않는다고 생각했을까? 누군지 몰라도 이 기획 낸 사람은 화장실을 없애면 사람들이 똥을 싸지 않는다고 생각할 지도 모르겠다. 3. 노르웨이의 악명 높은 테러범 브레이비크가 교도소에서 정치학을 수강한다는 경향일보의 기사를 보고.기사 읽기 "브레이비크는 자신이 저지른 잔학함으로 우리의 민주주의와 법 제.. 더보기
9월 초 페북 드립 모음 1.프레시안에 이런 기사가 떴다. 제목이 이렇다. 진중권, 김대호, '이석기는 발달장애라구요?' 사건의 기원은 이석기의 RO조직 어쩌구에 대한 진중권 교수의 조롱에서 시작된다. 이석기의 철없는 혁명 프로젝트에 대해 진 교수는 '발달장애의 짓거리'라고 말했다. 그런데 이게 장애인 인권론자의 비위를 건드린 것이다. 장애의 한 종류인 발달장애를 빗대어 조롱함으로써 모든 발달장애자들을 능멸했다는 것이 기사 초반의 요지였다. 결국 이 기사의 중심 생각은 '발달장애자를 조롱의 언어로 쓰지 말자.', 대충 이런 내용이다. 다만 이석기와 장애비하발언을 엮는 재주가 신묘하다. 언어는 그 맥락과 룰에 따라 파악해야 한다. '발달장애'라는 말이 진짜 '발달장애자'들에게는 예민한 말인지 몰라도, 상대를 조롱하기 위해 쓴 그 .. 더보기
소설 <파이트 클럽>, 척 팔라닉, 랜덤하우스, 1998 남자를 만드는 방법, 농도 구십팔 퍼센트의 증오에 그보다 세 배 많은 애욕을 섞는다.-남자들은 모두 파이트 클럽에 대해 알고 있다 이제껏 은 디스토피아적 블록버스터로서 평가되었다. 이 소설에 매료된 사람들은 이 어두운 영웅신화를 완성하기 위해서 노튼의 삶이 그제까지 얼마나 무료했는지를 설명하며, ‘밑으로 가는 해방’을 주장했던 타일러 더든의 중오가 무엇을 향해 있는지, 그 폭력의 대상인 세계가 얼마나 인간에게 적대적인지에 대해 정당화한다. 한 가지 간과한 점이 있다. 설령 우리가 척 팔라닉의 염세적인 관점에 동의할지라도, 에 대해 충분히 납득할 수 없다는 것이다. 혁명의 관점에서 이 작품은 자의식의 과잉과 극단적인 마초이즘, 세기말의 말세 신드롬 이상은 아니다. 염세주의, 폭력에 의한 해방감, 파괴에 대.. 더보기
사대강 자전거도로의 실체를 벗겨라 사대강 자전거도로의 실체를 벗겨라 정확히 1년 전 휴가철을 맞아 이명박 전 대통령은 4대강 자전거길 여행을 추천했다. 국내에도 알려지지 않은 여행 명소가 있으니 자전거를 타고 국내를 두루 다녀오라는 내용이었다. 이열치열도 더위를 잊는 한 방법이긴 하지만, 한여름에 아스팔트 위를 장시간 달리는 것은 피서가 아니라 일종의 자해다. 운이 없다면 인적이 드문 곳에서 열사병 혹은 일사병을 상대로 사투를 벌일 수도 있다. MB의 남다른 피서 제안은 사실 사대강 사업에 대한 그의 궁색한 변명일지도 모른다. 그도 그럴 것이 지난 정부의 숙원인 사대강 증보가 완공되자마자 다양한 문제가 불거지고 있다. 그러다보니 사대강 옆에 부대시설로 지어놓은 자전거도로도 도매급으로 괄시 받는 것도 납득이 간다. 그러나 사대강 사업과는 .. 더보기
먹느냐 마느냐 그것이 문제로다. - 개고기를 먹지 말자는 주장에 대한 반론의 한계 이 글은 개고기 식용금지 주장에 대한 반박에 대한 비판입니다.(...그러니까 개고기를 먹지 말자고 하는 주장은 잘못되었다고 말하는 사람의 주장이 잘못되었다고 말하는 주장. 이해가 가시나요?) 개고기 도축 금지를 주장하는 사람에 대한 반박글은 아래 링크를 타고 가면 나와있습니다만, 굳이 읽어보시지 않으셔도 무방합니다. ㅍㅍㅅㅅ-" 어머 이 귀여운 닭을 어떻게 먹어요? 개고기를 먹지 말자는 주장에 대한 반론이 가지는 한계 개고기를 먹지 말자는 주장을 하는 사람은 자신이 키우는 개를 먹지 않겠다는 개인적 신념을 확대하여 모든 개를 먹지 말자고 주장한다. 물론, 이 주장을 이성적으로 보았을 때는 많은 난점을 지적할 수 있겠다. 그러나 세상에는 이성적인 접근 말고도 무수한 채널이 있다. 이성적인 접근을 포기하면,..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