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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ational Doragraphycs/시사

애플 vs 삼성 : 이상한 나라의 삼성과 카피캣 애플

유명한 짤방. 잡스의 너고소, 그리고 건희형의 역관광고소


  이제 막 한국에 아이폰 3G가 보급될 무렵 필자는 같이 블로그를 운영했던 대학친구들과 애플의 앞날에 대해 이야기를 한 적이 있었다. 논쟁에서 가장 중심에 있었던 주제는 과연 핸드폰 시장에서 애플이 선전할 수 있을까란 질문이었다. 대표적인 비교군으로서는 역시 삼성 핸드폰이었다. 2010년 초였을 당시, 애플은 핸드폰 시장에서 매출 2위, 순이익 1위로 삼성을 크게 위협하고 있었고, 스마트폰 시장에 눈을 뜬 삼성이 갤럭시S가 출시를 앞둔 시기였다. 

 논쟁은 술집을 이어, 맥주를 마시는 편의점까지도 이어졌다. 필자의 친구 중에는 소위 말하는 '애플빠-혹은 앱등이'가 있었는데, 그는 애플의 성공을 확신하고 있었다. 그 이유인즉, 지금까지 애플-솔직히 잡스는-은 남다른 아이디어로 디바이스의 혁신을 추구했고 그것이 애플의 소비하는 이들의 충성심을 낳았다고 말했다. 만약 삼성이 모든 스마트폰을 아이폰 이상으로 상향평준하여 보급한다고 해도 애플은 또 다른 활로는 찾아낼 수 있을 것이란 예측이었다. 이러한 주장은 어느 정도 일리가 있다고 생각한다.  최초의 개인용 컴퓨터(PC), 3D애니메이션 극장시대의 주인공, i-씨리즈의 흥행의 가장 큰 공로자인 잡스에게 능히 걸 수 있는 기대였다. 그리고 실제로 이 글을 쓰는 현재에도 잡스는 i-클라우드라는 개인용 온라인 데이터베이스를 발표했다. 진정한 유비쿼터스 시대가 이제 코 앞으로 다가온 것이다. 그리고 이것은 분명 잡스의 아이디어는 아니었지만 새로운 패러다임에 대한 잡스의 무서운 추진력을 엿볼 수 있는 순간이다.

  그러나 잡스의 승리가 애플의 승리가 될 수 있을까? 애플은 핸드폰 시장, 유비쿼터스 디바이스 시장의 주인공이 될 수 있을까? 이에 대한 필자의 생각은 달랐다. 먼저, 잡스가 스마트폰을 통해 새로운 정보유통의 본격적인 변화를 몰고 오기는 했지만 그 변화가 전혀 새로운 시도는 아니었다는 점. 즉, 잡스는 기존의 기술적 가능성을 집약하여 차세대 통신매체로 넘어가는데 지대한 영향을 미쳤지만 그 기술 자체의 개발도, 차세대 통신매체의 예고에도 아무런 기여를 한 바가 없다. 그는 '새로운 것'을 발명한 것이 아니라 기존의 것을 '통합'하여 이미 예고된 '새로운 시대'를 앞당기는데 결정적 역할을 했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유비쿼터스의 아이콘이 된 스마트폰이 보급화되고 나면 애플 그리고 잡스가 해야할 일은 무엇일까? 또다른 모바일 디바이스의 혁신? 아니면 현 체재의 유지와 보수?

 이 두가지 길 모두 애플에겐 삼성이라는 커다란 벽이 있다. 먼저, 모바일 디바이스의 혁신은 기술의 발전으로만 이루어지는 것으 아니다. 현재 하이브리드 차량의 유통이 원활하지 않은 것처럼 하드웨어의 상용화는 회사의 손익분기와도 연결이 되는 사정이다. 2011년 6월 기준으로 이제 국내에 4G, 정확히 말하자면 LTE[각주:1](Long Term Evolution: 장기간에 걸친 혁신)를 이용한 스마트폰이 상용화된다고 한다. 그러나 본격적으로 LTE의 시대가 열리기 위해서는 더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 그나마도 상대적으로 3G구축이 덜된 LG가 4G구축에 열을 올리고 있고 나머지 회사들은 기존에 구축해놓은 3G망을 포기할 수 없는 입장에 가깝다. 만약 애플이 4G를 이용한 새로운 정보유통체제를 구축한다고 해도 국내에 상용화되기까지는 몇 년의 시간이 흐를 것이다. 문제는 이것이다. 외국이 차세대 통신기술을 쓰거나 말거나 국내 브로드밴드의 발전은 느리다는 것-혹은 일부러 늑장을 부리고 있다는 것-이다. 

  두 번째, 아이폰의 유지와 보수에 있어서 애플은 삼성을 이기지 못한다. 사실 애플이 이토록 국내에서 인기를 끌었던 것은 스마트폰의 대명사처럼 굳어진 이미지와 미니멀리즘을 반영한 세련된 디자인이 구매자의 입맛을 당겼기 때문이다. 객관적인 자료는 없지만애플에 충성도가 높은 구매자를 제외하고 일반적으로 핸드폰을 소비하는 대중들에게 애플보다는 삼성의 브랜드 파워가 더 강력할 것이라 예상할 수 있다. 최근 뉴스를 보니 삼성이 스마트폰 부문 국내판매 1위로 등극했다.  이제 곧 갤럭시S2도 나올 것이지만 유통, 마케팅, 사후처리 등에서 아이폰은 삼성의 상대가 되지 못한다. 더군다나 삼성전자의 고전적인 전략은 경쟁사의 디바이스를 연구하여 보다 훌륭한 후발기기를 재빨리 만들어 시장에 판매하는 방식이었다. 앞서 말했듯 스마트폰 이후 또 새로운 디바이스의 출현은 몇 년후의 일이 될 것이고 제아무리 '느린' 삼성이라도 애플을 따라잡기에는 충분한 시간이 될 것이다.[각주:2]

   마지막으로 애플이 죽었다 깨어나도 핸드폰 시장 부문에서 삼성을 이길 수 없는 한 가지 이유, 그리고 애플이 요즘 소송경쟁에서 '글로벌 호구'가 될 수 밖에 없는가에 대한 이유를 생각해보자. 후발주자로 핸드폰 업체에 뛰어든 애플로서는 기존의 특허권으로 보호되고 있는 핸드폰 기술이나 디자인에 대해 막대한 로열티를 지불할 수 밖에 없는 실정이기 때문이다. 이것은 삼성이나 노키아 등과 같이 이미 그 분야에 앞서 발을 담근 기업들이 갖고 있는 권력이다. 한참 유행했던 '너고소'짤방으로 뒷북을 치면서 필자는 어째서 특허권이 새로운 시대를 연 공로자를 '카피캣-따라쟁이란 뜻(CopyCat)'으로 만들었는지 생각해본다. 특허권을 이용하여 선발주자가 후발주자의 발전을 방해하는 것은 공정한 경쟁을 훼손하는 것이다. 이는 지적 재산권이 만들어낸 폐해라고 생각한다. 지적 가치에 있어 우리는 개발자를 존중하고 마땅한 보상을 해주어야 하는 것은 옳은 일이다. 그러나 때로 우리는 특허권을 무기로 자신의 이익을 독점하려고 하는 이기적인 모습도 보게 된다. 특허권, 지적 가치에 대한 상업적인 독점권은 적 가치에 있어서는 의견이 분분하지만 필자는 지적 가치는 공공의 이익을 위한 것이며 특히 '상업적 목적을 가진 특허권'에 대해 반대하는 입장이다. 지적 가치를 보호하고 개발자에게 보상하는 방법이 만드시 금전적, 상업적이여야 한다는 발상도 우리 사회의 병폐다.

 스마트폰 시장이 점차 넓어지면서 공룡기업 삼성이 슬슬 가속을 내기 시작했다. 아직 스마트폰의 태동기였던 작년 이맘때즈음 한 논쟁에서 애플은 삼성과 대등하게 보였지만 점차 삼성의 덩치와 시장 '짬밥'에 밀리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특허권으로 무장한 삼성과 노키아가 애플에게 '삥'을 뜯으며 야금야금 스마트폰 시장을 잠식하고 있는 요즘, 애플은 i-클라우드라는 가상 웹하드를 내놓았다. 잡스의 설명에 따르면 이 'i-클라우드'는 단순한 웹하드가 아니라 온라인 데이터베이스로 활용될 것이라고 한다. 지금 우리가 개인용 컴퓨터에 중요한 문서를 저장해놓고 MP3나 온라인 각종 저장매체에 정보를 운송하는 방식과는 달리, 우리가 주로 사용하고 있는 작업공간 자체를 온라인으로 옮기겠다는 취지 같았다. i-클라우드가 활성화된다면 우리는 마치 개인 컴퓨터에 저장된 정보와 애플리케이션을 다른 디바이스에 옮기듯이, 언제 어디서나 우리가 설정해놓은 작업 환경을 온라인으로 불러올 수 있다. 개인용 컴퓨터를 소형화시키는 것도 모자라 아예 온라인 안에 집어넣겠다는 시도이다.

  이러한 데이터베이스의 이동이 새로운 것은 아니다. 실제로 우리는 이전까지만 문서나 동영상 등을 컴퓨터에 저장해두고 그것을 데이터베이스 삼아 다른 디바이스로 전송했지만 요즘은 그렇지 않다. 어느 책이나 CD, 파일보다도 온라인에서 조성된 블로그, 까페, 소셜 네트워크는 훌륭한 데이터베이스가 된다. 필자 역시 대학노트가 어디갔는지 찾을 수 없어도 홈페이지에 업로드해놓은 파일을 가지고도 당시 배웠던 내용을 상당부분 복원할 수 있었다. 데이터베이스의 이동은 조금씩 일어나고 있다. 과거 스마트폰의 출현과 마찬가지로 애플의 i-클라우드는 이러한 유비쿼터스의 시대에 더욱 박차를 가하는 역할을 한다.

   마르크스의 말을 빌리자면 도구는 육체의 연장선상에 있다. 지금까지 개인용 컴퓨터와 스마트폰을 통해 우리의 손은 세계 어느 곳이든 닿을 수 있었다. 여기에 애플의 공로가 작다고 말할 순 없을 것이다. 그것도 모자라 애플은 인간의 작업 환경까지도 온라인화하려고 한다. 이러한 시도가 성공할지 아닐지는 아직 알 수는 없지만 그것은 분명 예견된 미래[각주:3]다. 다만 성큼성큼 다가오는 삼성을 피해 애플이 어디까지 달아날 수 있을지 궁금해진다.

 
  1. 이것 또한 정확한 의미에서 4G가 아니라 4G가 될 것으로 지목되고 있을 뿐이다. [본문으로]
  2. 실제로 옴니아의 실패 이후, 갤럭시 씨리즈가 아이폰의 절대적 아성을 무너트리는 것에는1년이 채 걸리지 않았다. [본문으로]
  3. 언제 어디서든 전세계 통신망에 접근할 수 있는 유비쿼터스 시대는 분명 예고되었다. [본문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