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영화리뷰

서부극과 로버트 레드포드, 그리고 클린트 이스트우드

내일을 향해 쏴라(1969), 조지 로이힐 감독/ 폴 뉴먼, 로버트 레오포드 주연 :: 원제는 butch cassidy and the sundance kid로 19세기 말부터 20세기 초까지 은행강도질을 했던 부치와 선댄스의 이야기를 극화한 영화이다. 물론 실존인물.



서부극을 하면 오케이목장의 결투의 보안관 와이어트나 스파게티 웨스턴의 간판스타 클린트 이스트우드를 떠올릴지 모르겠다. 나에게 있어서 최고의 서부극은 <내일을 향해 쏴라>였다. 선과 악의 대립이라는 전통적인 서부극의 구도도 아닌 것이, 그렇다고 잔혹하고 비정하기만한 스타게티 웨스턴도 아닌 서부극의 이단아라고 할까. 혹은 서부개척시대의 유물인 <서부극>의 낭만스러운 종말을 알리는 영화라고도 볼 수 있겠다. 세상 물정 모르는 철부지에 영악한 부치 캐시디와 부치 캐시디의 꼬드김에 속아 온갖 고초를 겪다가 결국 멕시코 경찰의 총격에 생을 마감하는 총잡이 선댄스의 여정은 찬란했던 시대에 대한 애수와 현실의 비루함을 대비함으로써 관객들에게 강렬한 여운을 남긴다.  


<석양의 무법자>(1966), 세르지오 레오네 감독 / 클린트 이스트우드 주연 :: 우리나라에서는 무법자 시리즈로 잘 알려져있지만 최근 영화 '놈놈놈'에서 오마쥬 대장으로 다시금 재조명된 영화. The Good, The Bad and The Ugly가 원제다. 서양에서 정통 서부극이 한물 간 사이 이탈리아에서 B급 영화로 시작한 이탈리안 서부극, 일명 스파게티 웨스턴은 클린트 이스트우드의 인지도와 함께 새로운 서부극의 활로를 개척했다. 선악의 구별이 비교적 명확했고, 서부개척이 현재진행형이었을 시기를 다룬 전통 웨스턴과 달리 이탈리아 웨스턴은 무법자가 되어 이해관계를 위해 총질을 하는 카우보이들의 건조하고 무자비한 액션을 소재를 삼는다.



로버트 레드포드 현재 모습과 리즈시절. 살짝 이병헌의 모습이 겹치는 것은...


클린트 이스트우드와 로버트 레드포드


사실 서부극을 논함에 있어 클린트 이스트우드와 로버트 레드포드를 비교하는 것은 그리 적절하지 않다. 클린트는 <무법자 시리즈>를 비롯하여 굵직한 연기를 해온 서부극의 살아있는 전설이다. 반면 로버트 레드포드는 서부극에 참여한 횟수가 압도적으로 적다. 그럼에도 <내일을 향해 쏴라>에서 인상적인 연기를 선보인 레드포드는 선댄스라는 총잡이를 또 다른 전설로 만들었다. 이 선댄스는 클린트가 연기한 무자비하면서 완벽한 성품의 철벽 캐릭터라기보다는 실력은 탁월하지만 친구 잘못 사귀어서 인생을 마감한다는 호구형 캐릭터에 가깝다. 훗날 레드포드는 자신이 주축이 되어 만든 독립영화제를 '선댄스 영화제'라고 이름붙여 이 선댄스에 대한 사랑을 보여주기도 했다.


클린트 이스트우드나 로버트 레드포드나 미남형 배우로 젊은 시절 많은 주연을 맡았다. 클린트이스트우드는 193cm의 장신에 깔끔한 얼굴로 완벽남이었다. 로버트 레드포드 역시 잘생긴 외모지만 마초적인 느낌은 덜해서인지 덜 떨어진 역할에서 섬세한 멜로영화의 주인공까지 상당한 연기 스펙트럼을 갖고 있다. 


<흐르는 강물처럼>(1992), 로버트 레드포드 감독 :: 로버트 감독의 명작이라고 일컫는 흐르는 강물처럼


<아웃 오브 아프리카> (1985), 시드니 폴락 감독 / 로버트 레드포드 주연 :: 로버트가 주연으로 출연한 멜로 드라마. 선댄스를 연기할 때와는 또 전혀 다른 모습이다.


<스팅> (1973) , 로지 로이 휠 / 폴 뉴먼, 로버트 레오포드 주연 :: 예의 명콤비 폴 뉴먼과 로버트 레오포드의 두 번째 영화 스팅. 스팅은 의욕은 앞서지만 아직 풋내를 벗지 못한 도박사 자니 후커가 노련한 사기꾼 곤도르프를 만나 갱 두목 로네건에게 사기를 친다는 내용이다. 유쾌하면서 스마트한 사기극의 원조격이랄까. 명작 중의 명작이다.



중년이 넘어서면 이 둘 다 감독이 되는데, 레드포드의 영화가 인물의 심리와 대책없이 꼬인 인물들간의 관계를 풀어나가는 것에 중점을 두는 반면 클린트 이스트우드의 영화는 역경을 헤처나가는 주인공의 드라마틱한 전개에 더 무게를 둔다. 레드포드가 감독으로서 제작한 영화는 총 9개의 작품에 지나지 않는 것에 비해 이스트우드는 다작을 하는 감독이었으며, 다작한 만큼 명작도 많이 뽑아냈다. <밀리언달러베이비>는 헝그리 정신을 헐리우드가 어떻게 각색하는지를 보여주는 정석이다.


<밀리언달러베이비>(2005), 클린트 이스트우드 감독&주연 / 힐러리 스웽크 주연 :: 역경에 맞서 끝내 '이기리라'로 귀결되는 클린트 이스트우드식의 전형.



마지막으로 이 둘은 정치적 표현을 적극적으로 한 영화인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클린트 웨스트우드는 온건한 공화당 당원으로 합리적인 보수를 거론할 때 빠지지 않고 거론되는 인물이다. 반면 레오포드는 열성적인 민주당원으로 알려져 있다.


예전에 쓴 <내일을 향해 쏴라> 리뷰를 링크합니다. 아직 못 보신 분들은 미리 둘러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겁니다. 단, 스포일러 주의!

http://dorahouse.tistory.com/4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