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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리뷰

뷰리풀마인드(2001), 론 하워드 감독, 러셀 크로 주연

뷰리풀마인드(2001), 론 하워드 감독, 러셀 크로 주연





이런 부류의 영화는 정말로 연출이 싸움의 전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소재와 플롯은 이미 정해졌다. 이 영화는 실화를 기반으로 하므로 전체적인 줄거리를 손댈 수는 없다. 결국 노벨상 수상자이자 정신병을 앓고 있는 존 내쉬의 캐릭터와 역경을 얼마나 드라마틱하게 잡아내느냐가 대목이다. 연기의 달인이자 묵직한 역할을 해온 러셀 크로의 기용은 더할 나위 없이 훌륭한 선택이었다. 감독을 맡은 론 하워드는 독창적이라기보다는 탄탄하고 성실한 성격이었다. 그는 존 내쉬의 인간승리를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스토리로 승화하는데 성공한다.  


평행이론에 대해


뷰리풀마인드를 볼 당시에는 그가 어떤 이론을 만들었는지 관심이 없었는데 다시금 영화를 보니 그 '내쉬균형'이라는게 뭔지 궁금해졌다. 소련군 암호를 풀다가 정신줄 놓기까지 한 양반이 만든 이론이니 상당히 어려울 줄 알고 잔뜩 긴장하고 찾아봤는데, 알고 보니 그 유명한 범죄자의 딜레마로 유명한 이론이었다.


이를 테면 이런 거다. 범죄자가 둘 있다. 경찰은 이들을 따로 불러내어 설득하기 시작한다. 자백을 하면 죄를 면하게 해주겠다. 죄수 A, B는 고민하기 시작한다. 만약 A가 자백을 하고 B는 하지 않으면 A는 사면, B는 10년 징역이다. 반대로 A가 자백을 하지 않고 B가 자백을 하면 A는 10년 구금, B는 사면이다. 반대로 모두가 자백을 하면 자백에 대한 어드밴티지는 사라지고 모두 10년 감옥살이다. 둘 다 자백을 하지 않으면 죄는 밝힐 수 없게 되어서 모두 1년형에 처한다. 자, 어떤 선택을 하는 것이 이익일까?


영화에서 그는 아담 스미스의 '모두의 경쟁이 사회에 최선의 이익을 가져온다'라는 주장에 반박한다. 그는 경쟁자가의 전략에 따라 자신의 전략은 수정되며, 만약 경쟁자가 전략을 고정하게 되면 자신 역시 전략을 수정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아울러, 경쟁구도는 사회에 최대한의 혜택으 가져다주지 않고 오히려 비경쟁구도에서 구성원들은 최대효율을 본다고 말했다.


내쉬균형이론은 다양한 방법으로 사용되었고 많은 것들을 설명해준다. 특히 자본주의 신봉자들이 경전처럼 외우는 자유시장의 합리성을 까부수는 이론이기도 하면서, 어째서 독과점 현상이 일어나는가를 설명해주기도 한다. 노암 촘스키가 언급하는 바, 대기업들이 겉으로는 자율경쟁을 말하면서도 이면에서는 그들만의 독과점 장벽을 유지, 신생기업의 진출을 막는 아이러니을 설명하는 것도 이 내쉬균형이론이다.





알고 보면 재미있는 것들


반전적 요소가 잇는 영화들이 그렇지만 영화 곳곳에 진실이 무엇인지 알려주는 증거들이 배치되어 있다. 치밀한 반전을 준비하는 영화일수록 그렇다. 뷰리풀 마인드는 반전 자체에 영화의 묘미가 있는 것은 아니지만, 어찌되었든 영화 중반까지 이러한 반전은 흥미를 이끄는 중요한 견인차 역할을 한다. 이미 내용을 알고 있는 사람들은 단서를 확인하며 연출의 꼼꼼함에 감탄하는 즐거움을 누릴 수 있을 것이다.


또 한 가지, 연대기적인 작품이다 보니 인물들의 의상을 살펴보는 것도 재미있다. 40~50년대 미국 명문대생의 복장, 그리고 아주 잠깐 출연한 60~70년대의 히피룩, 노년 존 내쉬의 옷을 보면서 시대에 따라 변화하는 옷의 간략한 특징들을 알아보는 것도 소소한 즐거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