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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ational Doragraphycs/시사

[도라&다이몽] 긴급! FTA의 위기와 지금

국내 '최초' 외교 조항 날치기. 이제 날치기도 트렌드냐? [오마이뉴스]



다이몽: 오늘 오후 갑자기 FTA가 기습 처리되었다. 우리가 다뤄야할 소재는 많지만 지금 현재 FTA를 이야기하지 않고 넘어갈 수는 없다. 오늘은 FTA에 대해 이야기를 나눠보자.


도라: 제기랄, 이 놈의 나라는 너무 다이내믹하다. 당최 우리에게는 왜 소재를 '자유롭게' 선정할 여유조차 없는가. 다른 재미있는 이야기도 많은데 나랏님들이 글 쓸 소재를 강제로 만들어주신다.

다이몽: FTA 비준 처리 뉴스가 나오기 전까지는 오늘 무엇에 대해 써야하나 고민하던 사람이 할 이야기는 아닌 거 같다.

도라: 그게 문제가 아니지 않는가? 내가 이야기 하고 싶은 분야는 비정치적인, 문화나 취미 생활에 관한 잡다한 이야기였다. 그런데 그게 내 마음대로 할 수가 없다. 당장 FTA에 대해 이야기하지 않으면 안되는 긴박한 상황이 되어 버렸다.

다이몽: 어쩔 수 없지 않은가? 어쩃건 FTA에 대해 이야기해보자. 먼저 FTA에 대한 지금까지의 상황을 이야기해보자.


1. 22일 국회에서의 경과

도라: 이것은 대한민국 건국 이래 역사상 처음으로 외국과의 조약을 날치기로 진행한 사건이었다. 더군다나 이것은 '기습 상정'이다. 원래 한나라당은 24일날 국회 본회의에서 의장의 직권상정으로 FTA 비준안을 올리려고 하는 움직임을 보였다. 여기서 국회의장의 '직권상정'이란 여야의 상임위원회에서 사안에 대한 찬반이 엇갈려 상정할 수 없을 때 국회법 85조에 따라 국회의장이 본회의에 직접 상정할 수 있는 권리를 말한다.[네이버 지식사전] 직권상정이라는 말은 법률 용어는 아니고 언론 매체에서 그렇게 부르는 약식 명칭이다. '나꼽수'에 의하면 여당은 지난 달 10월 말에 첫 번째 날치기를 시도했었다. 그리고 이번 24일 본회의에 실력행사를 예고했었다. 그러나 실력 저지를 해서라도 막겠다는 야당은 한나라당의 기만 전술에 완전히 속았다. 본래 금일 22일 의회는 예산안과 관련된 총회였다. [오마이뉴스http://www.ohmynews.com/NWS_Web/View/at_pg.aspx?CNTN_CD=A0001659770] 그러나 3시 넘은 직후 갑자기 국회의장 권한으로 직권 상정이 되었고, 회의는 비공개로 진행되었다. 뒤늦게 안 야당 의원들이 실력 저지를 행사하려고 하였으나 의장 보호권을 발동한 탓에 의장석에는 가까이 갈 수조차 없었다. 야당 의원들이 고함을 치고 항의를 해도 소용이 없었다. 아무런 토론과 절차도 없이 7분 안에 모든 가결이 끝났다. 명백한 날치기다.

다이몽: 그렇다면  FTA 비준한이 통과된 것인가?

도라:  그렇다. 대한민국을 사는 모든 국민들의 이해관계가 걸린, 나라에 중대한 사안이 주민 투표나 여론 수렴, 심지어 협의와 토론도 없이 날치기로 강행되었다. 

FTA 비준이 날치기로 통과된 직후, 명동에서 일어난 촛불 시위, 경찰은 시위를 해산하기 위해 물대포를 쏘고 있다. [뉴시스]



2. 왜 한나라당은 FTA를 서두르는가?

다이몽: 이해를 할 수가 없다. 왜 이렇게 한나라당은 기를 쓰고 FTA 비준안을 서둘러 통과시키려는가? 내년에는 총선도 있고 대선도 있다. 자칫 여론을 잘못 파악했다가는 내년 선거에 큰 타격을 입을 수도 있다. 

도라: 나도 정확한 이유는 알 수 없다. 이번 FTA가 단지 '대기업 프렌들리'이기 때문에 한나라당이 비준을 원한다는 생각은 너무 안이하다. FTA를 날치기했다는 사실은 말그대로 정치인의 생명에 지장을 줄 수도 있는 스캔들이다. 그럼에도 그들이 '강행'을 결심했다는 것은 막후에 복잡한 이유가 있다는 것을 시사한다.

다이몽: '나꼽수'를 보니 내년 G20 회의에 이 대통령이 미국에 줄 선물로서 FTA를 서둘렀다는 소리가 있다.

도라:  이 대통령의 압력도 한 몫을 했겠지만 그것만으로 한나라당 의원들을 움직일 수 있을까? 아마 거기에는 복잡한 계산이 깔려있는 듯하다. 먼저, 한나라당 의원들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만큼 '위기 의식'을 크게 못 느끼는 것인지도 모른다. 서울시장 선거에서는 패배를 경험했지만, 다른 재보궐 선거에서는 한나라당이 거의 휩쓸다시피 했다. 서울을 중심으로 젊은 층들과 강북 시민들 사이에서 '반한나라당' 기류가 형성되었을 지라도 지역에서는 크게 그런 움직임이 보이지 않는다. 또한 FTA의 문제점이 지속적으로 드러났음에도 여론조사에서 FTA에 대한 찬반은 어느 한쪽이 우세하다고 볼 수 없다.

다이몽: FTA 날치기 통과는 한나라당이 위축될 이유가 되지 않는다는 말인가?

도라: 현재 여론이 FTA 반대쪽으로 치우지고 있다고 해도 한나라당은 일단 지금만 넘어가면 FTA가 선택이 아닌 현실이라는 논리로 반대자들의 의지를 무력화시킬 수도 있다. 여론에서도 아직 FTA 찬성이 적잖히 있다. 일단 FTA를 통과한 다음에는 그들이 갖고 있는 언론과 프로파간다를 이용하여 FTA에 대한 비판을 희석시킬 수 있는 능력이 있기 때문이다. 또한 FTA의 비준을 원하는 강력한 세력은 다름아닌 국내 대기업이다. 국내 대기업들은 FTA를 통해 사회 규제를 완화하고, 현재까지 공공 서비스였던 분야에 진출하여 막대한 이익을 볼 수 있다. 대기업이 갖고 있는 권력은 막강하다. 한나라당이 이렇게 강력하게 밀어부칠 수 있는 이유에는 대통령의 압박, FTA 찬반이 사실상 비등하다는 것, 대기업들의 강력한 지지가 있다. 그리고 고위 공직자들, 특히 외교부 대부분은 친미 세력이라는 것도 문제다.
 

3.  FTA, 무엇이 문제인가?

다이몽: 대체 한나라당은 왜 그렇게 FTA를 하려고 하나? 과연 FTA가 무엇인가?

도라:  FTA를 이해하려면 먼저 미국에서 왜 FTA가 나왔는지에 대한 역사적 배경을 보아야 한다. 미국은 신자유주의의 태동기부터 메인 스트릿(제조업 중심의 경제)가 흔들리고 있었다. 미국은 자국의 경제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국내로는 기업들을 위한 정책을 추진하는 한편, 주변 나라에게 자유 무역을 강요했었다. 그렇게 나온 것이 각종 라운드 체결이고, 나아가 전 세계의 관세 철폐를 도모한 것이 WTO(World Trade Organization)였다. 그러나 주변국들은 관세 철폐에 우호적이지 않았다. 거기에는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주된 이유는 WTO가 식량 안보에 깊은 연관이 있기 때문이다. WTO를 전면적으로 수용하자면 곡물 개방도 해야한다. 그러나 식량 안보가 걸려 있는 이상 그것은 자국의 생존권을 위협하는 일이었기 때문이다. WTO를 통해 전면적인 무역개방이 잘 되지 않자 미국은 주변 약소국들과의 일대일 체결 방식으로 노선을 바꾸었다. 그게 FTA다. 

다이몽: 이러한 FTA를 체결하면 대한 민국에서는 어떤 문제가 생길까? 곡물 개방을 해야 하는가?

도라:  내가 알기로는 FTA를 한다고 해도 당장 곡물시장의 완전 개방을 요구하지는 않을 것이다. 그러나 분명 미국의 값싼 농산물은 지속적으로 한국으로 들어올 것이고 가격 경쟁에서 열세인 국내 농업은 고사될 것이다. FTA는 자유 무역을 말하지만 사실은 기업의 독점권을 허용하겠다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 국내 농산물 시장을 미국 기업이 독점하고 나면 나머지는 가격 담합을 통해 종국에는 농산물 가격이 폭등하게 될 것이다.

다이몽: 그러나 노무현 정부 때부터 FTA를 비준해야 한다고 하는 큰 이유는 서비스 산업의 선진화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미 국내에서도 제조업은 포화 상태다. 이제 대한민국에서 이익을 창출하기 위해서는 서비스 산업을 발전시켜야 하기 때문에 미국과의 경쟁을 통해 서비스 산업의 체질을 개선시킬 수 있다는 것이 정부의 논리이다.

도라: 경쟁이 더 나은 결과를 만들어준다는 고루한 논리는 대체 언제 없어질까? 국가간 자유 무역의 요지는 민간 기업들의 독점 게임이다. 그들이 경쟁하는 이유는 라이벌 회사끼리 서로 경쟁하여 발전 동기를 고취하고자 함이 아니다. 약소한 국내기업이 거대 외국기업을 만난다면 엄청난 자본력과 특허 프리미엄의 진입장벽에 막혀 고사하거나 인수합병되게 된다. 만약 거대기업이 삼킬 수 없는 또 다른 거대기업을 만나면 그들은 선의의 경쟁을 하는 것이 아니라 그들끼리 가격 담학을 이루어 내어 소수 독과점 형태로 시장을 점유한다. 이게 자유 경쟁의 실체다. 미국의 거대 서비스 회사들이 국내에 들어온다면 국내 대기업들을 제외하고는 다른 기업들은 인수합병되어 사라질 것이다. 

다이몽: 의료 문제는 어떤가? 정부에서는 약값 폭등이나 영리 병원비가 어마어마 나올 것이라는 것이 괴담이라고 치부한다.

도라: 약값 폭등은 지적 재산권과 관련이 있다. 리베이트-복제약-을 쓰지 못하게 된다면 우리나라는 프리미엄이 붙은 비싼 약들을 먹어야 한다. 또 의료 서비스를 개방하지 않는다고 했지만 경제자유구역으로 지정된 도시에서는 예외로 한다. 경제자유구역에서는 생겨난 영리 병원들은 같은 자유구역 내에 있는 병원들이 만약 국가의 재정 지원을 받는다면 ISD(투자자 국가 기소제도: 자유 경쟁을 침해당한 기업이 해당 국가를 기소하는 제도. 타국의 공공 서비스, 사회 제도에 침투하는 기업들이 국가의 지원을 봉쇄, 견제하기 위해 쓰인다.)를 통해 정부에 막대한 손해 배상을 청구할 것이다. 이것은 국내 의료공공 서비스의 근간을 뒤흔드는 발단이 될 것이다. 이것은 과장이 아니다. 물론 당장 FTA가 된다고 당장 전국의 병원비가 몇 배나 올라가지는 않겠지만 경제자유구역 내에 있는 영리 병원은 분명 엄청난 치료비를 요구할 것이고 그 구역 내의 다른 병원들조차도 영리 병원으로 전환될 지도 모른다. 이렇게 급등한 치료비는 자유구역이 아닌 다른 지역에서도 상항 평준화를 초래할 것이다. 결국 몇 년이 지나면 의료 서비스 비용이 상승할 것은 불보듯 뻔하다.

다이몽: 서비스 체질 개선이라고 하면 역시 금융 상품을 빼놓을 수가 없다. 이에 대해서는 어떤가?

도라: 미국은 금융 서비스의 선진국이다. 실제로 미국의 GDP 중 상당 부분이 금융상품에서 나온다고 한다. 그런데 금융 자본은 허상의 자본이다. 금융 산업은 공장을 하나 짓지 않고 노동자를 고용하지 않아도 굴러갈 수 있다. 금융의 비중이 커진 경제 구조에서는 아무리 GDP가 엄청나게 급증해도 그 돈은 일반 시민들에게는 절대 유통되지 않는 돈이다. 금융 서비스의 선진화라는 것은 결국 거대 판돈을 가진 금융 서비스회사들이 국내에 유입된다는 것이다. 국내 금융 산업의 규모는 커지겠지만 그것은 결코 좋은 신호라고는 볼 수 없다. '판돈'이 커진 금융이라는 도박판에서 일확천금을 벌어들이는 기업은 많아지겠지만 판돈이 커질 수록 금융 거품이 터질 위험은 더욱 심각해진다. 지난번 미국의 '서브 프라임 모기지 사태'(거품 낀 부동산을 이용하여 주택 소유주에게 주택을 담보로 돈을 대출해주었다가 거품이 꺼지면서 생긴 주택 폭락 사태)도 결국 금융 경제의 거품이 터진 탓이다. 문제는, 금융 자본이라는 것은 생산하는 것 없이 '주가'만 상승하기 때문에 걷잡을 수 없이 상승한 주가는 일정 시기가 되면 반드시 터지게 되어 있다는 것이다. 이것은 금융 자본의 회전이 빠를 수록, 그리고 그 판돈이 커진 수록 후폭풍이 커진다는 것이 문제다. 

다이몽 : FTA에 대한 문제점을 말하고자 하면 끝도 없다. 그 밖에 주목해야 할 점을 몇 가지만 말해보자.

도라 : 도무지 이 FTA에는 문제점나 의혹은 너무나 많은데 장점은 전혀 없다. 피해가 최소한이면 다행이거나 피해가 얼마나 막심할 지도 모르는 사안들이 너무 많다. 정동영 의원이 제 2의 을사늑약이라고 칭한 것은 어느 정도 과장도 있지만, 분명 FTA는 전형적인 '호구 외교'였다. 농업, 금융, 의료 산업 외 다른 분야에서도 미국의 거대 자본들이 국내를 침공할 것이다. 이미 우리나라도 많은 서비스 산업을 대기업들이 주관하고 있지만 세삼하게 들여보다보면 크고 작은 기업들이나 구멍 가게가 곳곳에서 살아 있다. 그러나 FTA가 시작되면 미국의 투자 은행부터 거대 유통 자본까지 여과 없이 유입될 것이다. 이는 뒷골목 경제, 구멍가게 경제의 파탄이다. 자영업자들은 일 그만두고 이 마트에 취직해야 한다.

자유 무역은 단순히 관세를 철폐하여 기업들의 활동을 자유롭게 한다는 것만을 이야기하지 않는다. 자유 무역은 거대 기업들이 작은 기업을 잡아먹는 강제 인수합병, 소수 독과점을 허용하겠다는 말에 지나지 않는다. 우리는 '자유'란 말에 속으면 안된다. 힘쎈 기업이 힘이 작은 기업들과 아무런 핸디캡 없이 싸워서 이기겠다는 것이 바로 이들이 많아는 '자유 무역'이다. 그리고 그것을 강제하는 조항들이 ISD나 래칫 조항(역진 방지 조항 - 개방을 약속한 부분을 다시 번복할 수 없다는 조항)들이다. 이른바 독소조항이라고 불리는 이런 조항들만 나쁜 것이 아니라, 과연 ISD나 래칫 조항이 강제하는 조항들이 어떤 것들인지 주목해야 한다. 


FTA는 참여 정부의 실수다. 그것은 고인인 노 전 대통령의 실수이고 유시민 대표의 얕은 실용주의적 식견 때문이다. 사회 철학자들이나 다른 좌익 사회학자들은 신자유주의와 자유 무역의 어두운 면을 지속적으로 언급하고 경고했었다. "노 대통령이 시작하고 이 대통령이 마무리하는 FTA?" 누군가는 노 대통령을 이용했다고 말하기도 하는데, 내가 볼때는 어느 면에서는 일리가 있는 말이다. 역사는 FTA를 진행한 이 두 정부에게 준엄한 평가를 내릴 것이다. 조금 더 부드럽게 말하자면 한 쪽은 멍청했고 다른 한 쪽은 사악하다. 

다이몽: 나는 노무현 전 대통령 좋아한다. FTA에 대해 실책을 하긴 했지만 그것만으로 노 전 대통령을 평가할 수는 없다. FTA에 대한 이야기는 이것으로 마치고자 한다. 독소 조항이라든지 미국이 전통적으로 자유 무역으로 어떤 이득을 취했는지는 많은 연구와 이야기가 필요하겠지만 이미 많은 지면을 FTA를 조명하는 것에 할애했다. 중요한 것은 FTA 비준이 되었다고 해서 이렇게 끝나지는 않았다는 것이다. 민주주의 국가에서 단호한 시민들의 결의를 이길 수 있는 권력은 없다. 만약 FTA가 반국민적이고 국가의 이익에 반하는 것이라면, 그리고 그것을 국민들이 정확하게 인지한다면 그에 대한 변화를 요구하는 물결이 일어나리라고 믿는다. 그렇기 위해서 먼저 언론들의 눈가리개, 진실을 거짓이라고 말하고 거짓을 진실이라고 말하는 프로파간다를 없애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