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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ational Doragraphycs/시사

야권 대통합의 현실태


박원순 후보가 시장이 되고 나서 야권 통합이 사실상 필요하다는 것은 자명했다. 이번 서울 시장 승리는 가카와 한나라당에게 더 이상 국정을 맡길 수 없다는 민심의 발의였지만 같은 날 다른 지역에서 치뤄졌던 재보궐 선거에서는 한나라당이 민주당을 누르고 압승을 했다.


물론 이러한 사실을 두고 서울을 제외한 다른 지역에서는 여전히 한나라당이 강세다라고 단정적으로 평가할 수는 없다. 타 지역에서 승리했던 한라당 후보들은 한나라당의 네임밸류와 가치관을 앞세워 승리한 것이 아니라 그 지역에서 이미 우세한 후보들이 한나라당에 입당하여 승리를 했다는 평가가 있었다. 물론 그렇다고 민주당이 한나라당에게 패배했다는 사실은 지워지지 않는다.

제 1야당조차 그러할 진데, 다른 소수정당이 내년에 있을 총선과 대선에서 선전하기란 어려워 보인다. 민주당 내부에서도 단독으로 여당과 경합해서는 대선에서 이기는 것은 어려워 보인다.

이봐 자네, 퓨전하지 않겠는가?



야권 대통합의 현주소는?

따라서 이번 년 말까지는 늦게는 다음 년 초까지는 야권 대통합이 이루어져야 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여전히 야권통합의 아웃라인조차 불분명하다. 문재인, 문성근 등등의 인물이 만든 '혁신과 통합'이라는 정당 아울렛을 통해 다른 정당이 하나의 목소리를 낼 것인가, 아니면 다수의 정당이 느슨한 연대를 통해 후보자 단일화를 할 것인지, 아니면 원샷 통합을 할 것인지는 아직 분명치 않다. 하지만 서서히 야권 통합의 움직임이 보이는 바, 민주당과 여타 소수 진보정당의 관계에 대해 알아보기로 하자.


'급진적'으로 소문난 진보신당에서 퍼옴



야권 연대의 두 가지 잣대

야권 전체가 하나의 힘을 내야 하는 것은 맞지만 그것이 느슨한 연대 형태가 될 것인지, 아니면 정당 통합 방식으로 할 것인지는 아직 뚜렷하지 않다. 통합 문제에서도 진보정당끼리 통합을 하는 '진보통합'일 선행되어야 하는지 아니면 민주당을 포함 모든 당이 통합을 하는 '야권통합'이 될 것인지에서도 물어야 한다. 이처럼 4가지 정도로 분류될 수 있는 야권연대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두 가지 잣대가 필요하다. 하나는 각 경제노선이다. 그리고 다른 하나는 각 당이 가지고 있는 정치공학적 자세이다.


반시장주의와 시장주의의 차이 - 경제노선의 차이

대한민국에서 정치적 성향에서 진보냐 보수냐를 나누는 첫 번째 기준은 아마도 경제노선이 될 것이다. 이 경제노선에서 가장 초점을 맞추어야 할 것은 시장의 자유를 옹호할 것인가 혹은 시장을 국가가 규제할 것이냐에 대한 문제이다. 적극적으로 반시장 주의라고 말할 수 있는 정당으로는 진보신당과 민주노동당 그 밖 여타 소수 정당이 있다. 진보신당은 노동자가 생산수단을 소유해야 한다는 급진적인 입장을 취하고 있다. 민주노동당은 농민, 노동자를 대변하면서 북과의 평화적 연합을 주장하는, 민족주의적 특성도 가지고 있다. 반면, 유시민 씨로 대표되는 국민 참여당은 반시장주의라고 볼 수는 없다. 일단 유시민 씨 자체가 경제학자이고 철저히 실용주의적인 인물이기 때문에 시장이냐 반시장이냐라는 문제에 무척 유연한 편이다. 제 1 야당인 민주당은 노선 자체가 어정쩡하기 때문에 이렇다라고 말을 할 수는 없지만 FTA 문제에서도 유보적인 입장을 취했었던 만큼 철저한 반시장주의라고 불릴 수는 없다. 따라서 시장의 자유를 허용하느냐 반대하느냐는 경제적인 논의에서 시장규제와 노동자와 노동에 보다 가치를 두는 정당으로는 민주노동, 진보신당 등이 있다. 반대로 시장에 대하여 대체로 유연한 입장을 취하는 쪽으로는 민주당, 국민 참여당, 창조 한국당 정도가 될 수 있겠다.

 

그 유명했던 민주노동당 강기갑 의원의 공중부양. FTA를 반대하던 중 체내에 충전된 노기의 분출하여 중력을 거부하셨다.

"나는 폭력을 싫어하는 남자. 나 주먹 쥐게 하지 마라"



 
생존이냐 정체성이냐? -  정치공학적 입장의 차이

이명박 대통령이라든가 한나라당에 대한 지지도는 이미 형편 없이 떨어졌지만 그러한 여론이 곧 야권을 지지한다는 말은 아니다. 안철수나 박원순으로 대표되는 제 3 세력이 여론의 지지를 얻는 까닭은 바로 기존의 야당이 수권정당에 대한 대안을 되지 못해서이다. 그러나 여전히 한나라당에게는 23%정도의 고정 지지세력이 건재하다. 이 때문에 야당으로서는 다음 년 총선과 대선에 당의 생존을 거는 절실한 문제가 될 수 밖에 없다. 즉, 다음 대선과 총선은 한나라당에게도 위기지만 야당에게도 당으로써의 존재 가치를 묻는 중요한 선거이기도 하다.

'투표'라는 싸움판에서 이기기 위해서는 작은 힘이나마 하나로 뭉치는 것이 유리하다. 어찌되었던 한나라당을 당선시킬 수 없다는 것과, 투표에서 이겨야 한다는 생각은 야당과 야당 의원들의 '생존'의 문제로 치부되고 있다. 따라서 보다 '생존'에 힘을 싣는 사람들은 야권의 '통합'을, 생존도 중요하지만 선거를 위해 당이 가진 목소리와 색깔마저 저버릴 수 없다는 사람들은 '연대'를 주장하는 경향이 있다.

여기에서 '진보통합'과 '야권통합'의 한 번 갈린다. 먼저, '진보통합'이란 민주노동당과 노회찬 등으로 대표되는 진보신당 탈당파, 국민참여당들의 통합을 말한다. 그리고 '야권통합'은 민주당과 추진기구인 '혁신과 통합'을 통해 모든 야당을 한 번에 통합하자는 것으로, 지지정당은 민주당, 창조한국당이 있다. 야 5당 중에 유일하게 연대만을 고집하는 것은 진보신당 뿐이다.
 

우린 벌써 합방했지롱. 유시민, 노회찬, 이정희의 진보통합은 기정사실화되었다.



진보통합

먼저 진보통합부터 알아보자. 진보통합은 비교적 진보정당이라고 일컫는 정당끼리 통합을 하겠다는 것이다. 좌우 구별 자체가 안되는 민주당과 마찬가지로 내부 진통을 겪는 창조 한국당은 뒤로하고 민주노동당과 진보신당 탈당파와 같이 반시장주의노선끼리의 결합이다. 그런데 재미있는 것은 여기에 시장에 대해 유연한 사고를 가진 국민 참여당이 합세한 것이다. 유시민 대표는 한때 민주노동당과 FTA를 두고 싸웠을 만큼 '리버럴'했던 점을 고려한다면 매우 이례적인 일이다. 그러나 유시민 대표 자체는 실용주의적인 면모가 강하기 때문에 어느 당과 통합을 해도 그것이 긍정적인 효과를 낼 수 있다면 얼마든지 가능할 것이다. 다만, 야권대통합으로 가지 않고 진보통합에 합류하겠다는 것은 유시민 씨 본인의 의지가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차후, 진보통합이 이루어지고 민주당과의 통합을 논의한다면 유시민 대표는 진보통합당의 와일드 카드가 될 전망이 크다. 그러나 노회찬, 심상정, 민주노동당은 비슷한 노선을 가진 정당끼리의 통합은 가능하지만 색깔이 전혀 다른 민주당과 창조한국당과는 통합이 아닌 연대의 방식을 선호하는 것 같다. 즉, 진보통합당은 진보적 성향을 가진 당끼리 통합은 가능하지만 전혀 다른 노선을 가진 민주당, 창조한국당과는 통합이 아닌 연대를 하겠다는 정치공학적 입장을 갖고 있다.


혁신과 통합으로 제목지은 민주통합파(야권통합파) [민중의 소리]



야권통합(민주통합)

야권대통합론자들은 당의 정체성보다는 일단 선거에 이겨야 한다는 것에 목소리를 둔 사람들이다. 아울러, 국민들이 원하는 것은 통합된 야당이지, 제 목소리를 내는 각 야당들이 아니라는 소리다. 이런 야권 대통합은 선거공학적으로 야권이 낼 수 있는 최대치의 힘을 끌어낼 수는 있겠지만, 각 정당들이 가진 개성들 때문에 선거 이후에 분열이나 내부 분란이 올 가능성이 있다. 그러나 그것은 선거 이후의 일이며 당장 목도한 선거에서 이기는 것보다 중요한 것은 없다는 것이 그들의 생각이다. 이는 민주당을 중심으로 한 '거대야당'을 만들겠다는 계획은데, 그 추진기구로는 문재인 노무현재단 이사장이 소속된 '혁신과 통합'이다. 이러한 야권 대통합을 지지하는 정당으로는 민주당과 창조한국당이 있다.
 

"결코 원칙을 저버리지는 않을 것"이라고 강조하는 홍세화 진보신당 대표후보. 참고로 전 대표인 노회찬 씨는 진보신당 당론이 통합 거부로 결정되자 대표 때려치고 통합파에 들어갔다. 진보신당과 노회찬 씨의 결별이 너무나 '정치적'이어서 아쉽다.



독고다이 정체성 제일주의, 진보신당의 야당 연대론

야 5당 중에서 가장 급진적이라고 할 수 있는 진보신당은 모든 통합론에서 한발 물러나 있다. 이런 면에서 진보신당은 원칙에 대해굉장히 예리한 각을 세운다고 볼 수 있다. 진보신당은 자신들이 정한 당론을 벗어날 생각이 전혀 없으며 선거 공학적으로 가장 취약한 입장에 스스로를 놓은 셈이다. 다만 야권 연대가 필요하다는 것은 인식하고 다른 야당과 연대를 통해 힘을 모을 것이라고 주장한다.


야권 통합 플랜B

필자가 보기에 야권 대통합은 처음부터 불가능했다. 노선이 전혀 다른 민주노동당과 진보신당이 민주당과 합쳐져도 선거 이후에 분열이 생길 것이 자명하기 때문이다. 선거 후 파이를 나눠먹느라 자기들끼리 다툰다면 그 다음에는 제 2의 한나라당이 집권할 가능성이 커질 수도 있다. 그러므로 진보통합정당(민주노동당, 진보신당 탈당파, 국민참여당)과 '혁신과 통합'(민주당, 창조한국당), 그리고 독고다이 진보신당이 연대로 합류할 예정이다.

진보통합당과 민주당과의 통합은 완전히 불가능할까? 글쎄, 일단 가능성은 높지 않다. 그렇지만 전혀 가능성이 없다고도 말할 수가 없는 것이, 실용주의적 성격을 가진 유시민 대표가 '통합의 트로이 목마'를 자처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지난번 나꼼수에서 나왔지만 유시민 대표는 야권대통합론자이면서도 진보통합을 선택한 사람이다. 아마 그는 스스로가 진보정당과 민주당을 붙이는 제임스 '뽄드'의 역할을 자처하는 것이 아닐까 생각을 해본다. 그리고 이 야권 통합에 대한 밑그림은 11월 27일에 선명해질 것으로 보인다. 12월 17일에 통합전대를 열어야 하기 때문이다.


나는 진보통합의 제임스 '뽄드' 유시민 대표의 행보가 궁금하다. 사진은 [미디어오늘]



문제는 진보신당이다. 진보신당이 타 통합정당과 연대를 적극적으로 한다면 좋겠지만, 상황에 따라 통합정당들이 진보신당을 외면할 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을 가질 수 밖에 없다. 다른 통합정당과 달리 비교적 열세인 진보신당이야 말로 내년 총선에 정치 생명이 걸렸다. 민주당과 통합진보당과 연대하여서 좋은 결과를 얻는다면 좋겠지만, 이 야권 연대라는 '협력과 배신의 게임[각주:1]' 속에서 진보신당이 소외당할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을 떨쳐낼 정도로 강철신경일지 의문이다. 

 
  1. 협력과 배신의 게임: 두 명이서 협력과 배신이란 카드를 갖고 동시에 하나의 카드를 내서 두 명 전부 협력이 나오면 둘에게 모두 이익을, 배신이 나오면 배신을 선택한 사람에게 더 큰 이득을 준다. 그리고 둘 다 배신을 낼 경우에는 둘 모두에게 불이익을 주는 게임. 이상적으로는 계속 협력을 내는 것이 모두에게 좋고 이득이 생기는 총량도 더 크다. 그러나 배신의 유혹을 떨쳐버릴 수가 없기 때문에 가장 이득을 많이 취하는 전략은 협력, 배신, 협력을 번갈아 취하는 것이라고 한다. 그러나 실제로는 협력의 위험성과 배신의 이득이 협력의 이득보다 크기때문에 심리적으로 배신을 내는 것이 최선이게끔 생각하게 된다는 딜레마가 생긴다. [본문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