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카테고리 없음

2011 준플레이오프 2차전을 보고 뒤늦게 싸지르는 한마디


 정말 간만에 야구 좀 빨아재끼러 왔습니다. 요새 포스트 시즌이 한창입니다. 삼성은 시즌 전 3, 4위에 그치지 않겠냐는 당초 예상을 뒤집고 매직넘버까지 꼽으며 일찌감치 한국시리즈 직행권을 따냈고요. 롯데 또한 투타균형이 약간 어긋남에도 불구하고 하반기 올스타 브레이크 이후 상승세를 타면서 플레이오프에 안착했습니다. 지금 한창 기아와 SK가 플레이오프 진출을 위해 피튀기는 전쟁을 벌이고 있습니다만, 정말 말그대로 혈전 양상입니다.

 기아는 2009년 V10 달성 이후 조범현 감독이 끊임없이 관철하던 선발야구. 거기다 김상현의 부상복귀, FA대어 이범호의 영입으로 1, 2위를 다투지 않겠냐는 전망이 있었는데요. 양현종의 삽질로 시작된 선발진의 몰락(물론 4관왕 윤석민은 제외). 믿었던 3년차 로페즈와 좌완 트레비스의 후반기 구위 하락. 이범호, 최희섭, 김상현, 안방마님 김상훈까지 주전 줄부상으로 인한 타격력의 약화로 V11은 커녕 플레이오프 진출도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 되었습니다. 게다가 축복의 광주 홈 경기 시 우천 취소가 타 팀에 비해 현저히 적었던 관계로 남들 야구할 때 쉬게되는 불행아닌 불행을 겪게 됨으로써 포스트시즌에서 상당히 불리한 위치에 있게됩니다. 특히 하반기에 많이 쉬었기 때문에 실전 감각이 많이 떨어져 방망이가 많이 약화 될것이라는 예상이 있었죠.

 SK도 별반 다르지 않습니다. 불펜야구, 작전야구를 중시하던 SK는 '인천예수' 지쟈스 김성근 감독이 사임한 후 두산과 비슷한 절차를 밟을 뻔 했죠. 그래도 평소에 잦은 특타로 정신무장되어 있던 SK는 간신히 3위로 마무리 짓습니다. 그나마 이 결과도 에이스 김광현과 클린업 타자들의 부진 속에서 일궈낸 것이기에 SK의 저력이 새삼 느껴집니다. 강팀은 강팀인거죠. 그나마 SK에게 위안거리는 최동수와 안치용의 늦깍이 포텐 대 폭발. 정우람, 정대현, 박희수가 버티는 건재한 필승 계투진, 마무리 엄정욱의 발견 등 일겁니다. 하지만 SK 또한 준플레이오프에서의 불안요소는 가지고 있었죠. 돌아온 에이스 김광현은 예전보다 많은 이닝을 소화해내지 못하고, 글로버는 유리몸, 뉴욕 양키스 출신인 브라이언 고든은 하반기에 확실한 구위 하락을 보여주었죠. 즉, SK의 문제는 선발진. 지금 가용할 수 있는 선발진은 김광현, 송은범, 고든 정도라고 합니다. 그나마 송은범과 김광현은 5이닝 정도로 짧게 던질 수 밖에 없어 롱릴리프 가동으로 인한 불펜진의 가부화가 예상되고 있죠.

그래도 송은범은 09시즌 13승 투수였습니다. -출처 : SK 와이번스 홈페이지-

 아뭏튼 정상적이지 않은 이 두 팀간의 맞대결은 현재 1승 1패. SK와 기아의 사력을 다한 1차전은 윤석민의 완투승과 차일목의 만루포에 힘입어 기아의 승리. 그리고 2차전. 홈에서의 1승이 간절했던 SK는 기대 않던 송은범의 호투와 안치용의 난세 영웅 솔로포, 이호준의 끝내기 로또 땅볼로 시리즈를 다시 원점으로 돌립니다.

 기아로서는 통한의 패배였고, SK로서는 희망의 불씨였던 지난 2차전 이후 조범현 감독의 용병술이 구설수에 오르면서 이제 3차전으로 돌입합니다. 기아와 SK는 각각 서재응와 고든을 선발로 내정해 놓았고요. SK 이만수 감독대행은 시리즈를 5차전까지 끌고 갈 자신이 있었는지 김광현을 5차전 선발로 미리 예고를 해 놓습니다.

 사실 필자는 기아를 응원하고 있었습니다. 응원이라기 보다는 프로야구 매니저에서 승자를 예측하라길래 오늘 3차전까지 몽땅 기아를 선택했거든요. 객관적으로 따졌을 때 타선의 포텐은 기대하기 힘들지만, SK에 비해 상대적으로 선발진이 강하다라는 점에 높은 점수를 준거죠. 어차피 단기전은 투수전이라고 얼마나 점수를 뽑냐가 아니라 얼마나 틀어막을 수 있느냐라는 점은 모든 야구팬들이 공감할 겁니다. 문제는 필자의 이러한 믿음이 2차전을 관람한 직후 상당부분 금이 갔다는 점입니다. 2차전에서 조범현 감독은 생각보다 점수가 안나자 오래 갈 것 같다는 판단으로 한기주를 7회 2사 후 등판시킵니다. 하지만 생각보다 결과가 좋지 않았습니다. 조범현 감독이 준플레이오프 전 와일드 카드로 사용한다는 김진우와 한기주. 이 판단이 설마설마 했지만 이렇게까지 독이 될 줄은 몰랐을겁니다. 분명 조범현 감독은 한기주를 손영민 다음으로 올릴 때 구위가 좋다는 판단 하에서 올렸을겁니다. 하지만 생각보다 볼이 많았고, 누가 보기에도 제구력 난조를 보였죠. 위험은 거의 매회 다가왔고, 결국엔 이호준에게 통한의 끝내기를 맞습니다.

 관련 기사를 보니 전문가들은 한기주를 내려야 될 타이밍은 이미 10회 때 끝났다더군요. 하위타선이 출루 했을 때 이미 한기주 실력이 한계를 드러냈다고 본거죠. 그리고 조범현 감독은 페넌트레이스 내내 필승계투진으로 활약한 심동섭을 내지 못했습니다. 이것이 기아에 실망스러운 결정적인 이유입니다.

못난 감독때문에 2차전에 등판하지 못한 심동섭 -출처 : 기아 타이거즈 홈페이지-


 이미 한기주를 선발로 기용해야겠다는 생각이 조범현 감독에게 있었을 겁니다. 그러니까 롱 릴리프로 기용을 한 것이겠죠. 하지만 조범현 감독의 용병술은 한기주에게는 포스트시즌 첫 패전의 불명예를, 아직 어린 21살의 유망주에게는 불신을 심어주었습니다. 아무리 생각해도 그의 용병술은 이해가지 않는 부분이 많습니다.

 감독이란 모름지기 신중해야하는 법입니다. 한기주가 선발 자원으로 시리즈 내내 사용할 생각이었다면 그에 대한 체력안배를 해야되는 겁니다. 아무리 선발이 포스트시즌에 와서 롱릴리프의 역할을 맡았다 한들 내릴 때는 확실히 내릴 줄 아는 결단력이 있어야 하는데 기아는 그걸 보여주지 못했습니다. 이로써 기아는 시리즈 중에서 한기주를 온전히 쓸 수 없음은 물론이고, 이미 정신력이 약하다고 평가받는 한기주의 멘탈을 한 단계 떨어뜨리는 효과 또한 누리게 되었죠. 이러한 효과는 불펜에 대기하던 심동섭에게도 적용됩니다. 조범현 감독은 경기 후 인터뷰에서 왜 한기주를 내리고 다른 불펜을 투입하지 않았냐는 질문에 쌩뚱맞게 유동훈과 심동섭 핑계를 댑니다. 특히 심동섭에 대해서는 '큰 무대에서 긴장할까봐'라는 발언으로 주목을 끌죠. 이러한 발언은 결국 선수를 믿지 못했다는 감독의 생각을 그대로 반영한 것이고, 이 결과는 심동섭의 투구내용에도 지장을 줄 것이라는 겁니다. 아무리 심동섭이 '안쫄심'이라해도 멘탈에 어느 정도 영향은 줄 것으로 보입니다.

 그래서 필자는 3차전 SK의 선전을 예측합니다. 앞으로 어떻게 시리즈가 이어지냐는 광주 3차전 결과에 좌우 될 것이라고 봅니다. 기아가 이번 3차전에서도 선발의 덕을 보지 못한다면 상대적으로 불펜이 강한 SK가 소모전으로라도 끌고 갈 공산이 큽니다. 그렇게 되면 기아는 완전히 타격력에 의존할 수 밖에 없게 되고, 2009년의 영광을 재연할 가능성은 점점 희박해지겠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