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리주의 썸네일형 리스트형 안녕, 잠자리. 안녕 창문을 열었는데 고추 잠자리가 하나 들어왔다. 그러니까 형광등불에 교란당하는 것은 밤벌레만은 아닌가보다. 기어코 이놈이 형광등으로 돌격하더니 전구와 전구덮개 사이에 갖혀서 나오지를 못하는 거였다. 라이언 일병 구하기도 아니고, 이 놈 하나 구하자고 형광등 덮개를 뜯자니 덮개의 쌓인 먼지며 죽은 하루살이 시체를 마시기는 꺼림칙하다. 이놈은 자기 본능이 시키는 대로 움직인 것 뿐이다. 잠자리와 나는 세계에 대한 이해가 전혀 다르기 때문에 구해줄 의무 따위는 없다고 생각도 했다. 몇 번을 악다구니친 후에 포기한 듯 죽음을 기다리는 잠자리를 보다가 하는 수 없이 의자를 가져와 덮개 잠금 장치를 하나하나 제거했다. 그것도 측은지심인지, 괜한 감정 투사인지는 모르겠다. 이게 살려주면 또 얼마나 살 것이냐. 내가 구.. 더보기 이전 1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