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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칼럼

아동기의 신화는 해체되어야 하는가?

모님과 이야기하다가 아동기에 대한 이야기가 나와서 몇 가지 글을 찾아보았다. 확실히 아동을 어른과 다른 특별한 존재로 보기 시작한 것은 근대 이후의 일이고, 아동을 보호의 대상으로 본다는 것은 오롯한 인간으로서 사회활동과 권리를 일시작으로 박탈하거나 제한한다는 이야기이기도 하다. 다시 말해, 아동의 탄생은 아이를 보호할 명분이 되기도 하였지만 아이의 인권을 제한하기도 하는 이중적이면서도 불완전한 상태로 남겨두었다는 것이다.



이 글을 전부 읽으면 좋겠지만 우리의 시간은 소중하니까, 아이의 인권을 신장하자는 측의 주장(http://jbreview.jinbo.net/maynews/readview.php?table=organ&item=&no=392)을 요약하자면 다음과 같다.


1. 아동은 아동의 결정권을 거머쥔 가족의 영향을 벗어나 사회가 그 발달을 책임져야 한다. 

2. 아동은 최대한 자기 결정권을 보장받아야 하고, 아동들로 이루어진 조직에서 아동들은 스스로 주인이 되어야 한다.

3. 학교는 아동의 교육을 독점해서는 안되며, 학교 교육은 아동들에게 계급의식을 재생산하고 이데올로기를 강요하는 수단이 되어서는 안된다. 

4. 아동 인권에 대한 특수한 인식은 인간에 대한 보편적인 인권으로 편입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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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 이 문제는 요즘 청소년인권단체 '아수나로(맞냐..)'와도 연결되는 것 같다. 학교교육에 대한 거부, 청소년의 정치참여와 사적인 생활 보장(외모부터 성관계에 이르기까지), 학칙에 대한 자발적인 참여와 거부 등등.


분명 근대인이 해온 짓 중 그래도 장하다고 평가할 수 있는 공교육에서도 비판점과 대안을 마련해야 할 필요가 있다. 다만 나는 여전히 정리가 안되는 것이 몇 가지 있다.


첫째, 아동을 사회의 품으로 돌리자는 이야기가 중세 이전의 아동관처럼 아이를 마치 책임과 의무에서 어른과 동등한 존재처럼 대하자는 의견이냐고 되묻고 싶다. 예를 들어서 성인과 마찬가지로 세금을 납부하고 노동을 하며, 범죄를 저질렀을 경우 어른과 동일한 처벌을 받아야 하는가?


둘째, 아이는 불완전한 자아와 판단력을 가지고 있다는 근대의 생각을 걷어치울 경우, 그렇다면 아동을 명백히 어른과 다른 특수한 심리상태를 갖고 있다는 설명하는 아동심리학과는 어떻게 화해할 것인지를 재차 물어야 한다. 정말 아이는 어른과 똑같은 상태일까?


셋째. 만약 이 이야기가 아이를 중세처럼 작은 어른으로 보는 것이 아니라, 근대인이 만든 보호의 울타리 아래에서 아동의 권력을 강화시키는 것이라면, 앞서 비판했던 공교육의 문제에서 대안적인 운동은 자유로울 수 있을까? 예컨데 공교육이라는 근대의 산물 아래에서 학생이 교육의 주체가 되고, 학생이 교육행정에 결정권을 갖는다는 것이 공교육의 문제를 완전히 해결할 수 있느냐는 것이다.


내가 보기에 이것은 소를 가두어 놓고 키우는 방식에서 보다 넓은 지역에 소를 방목하는 방식으로 바뀌는 것에 지나지 않는 것 같다. 방목한 소는 자신의 '자유의지'로 이동하고 풀을 뜯는다고 생각하겠지만 결코 목장에서 벗어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마찬가지로 공교육 내에서 보다 많은 권한을 학생에게 이양하는 것이 자주권 신장에는 도움이 되긴 하지만, 어른의 사회에서 여전히 격리되어 있고 '보호되고' 있는 상태인 셈이다. 이런 관점에서 본다면 학교 속 아동들이 만드는 주체적인 사회는 기성 사회에 전혀 영향을 미치지 않는, 교육적 차원에서 만들어진 가상세계(영화 <트루먼쇼> 같은)이자, 일종의 롤플레잉, 소꿉놀이에 지나지 않는다.


넷째, 아이는 어른과 똑같은 책임과 대접을 받는 것이 아이에게 옳을까? 아이가 가진 특수성을 없앤다면 유아 범죄나 학대에 대해 가중처벌 역시 성립하지 않는다. 또한 사춘기때 겪을 수 있는 시행착오 역시 참작되지 않는다. 아동의 인권이 특수하지 않고 인권의 보편성으로 흡수되어야 한다면, 마찬가지로 불가피하게 인권이 무너지는 상황이 올 때(예를 들어 전쟁이라든지, 집단 학살과 같은) 특히 소년 징병이나 유아 학살에 대해서 우리는 비난의 무게를 더할 수가 없다. 굳이 이렇게까지 하면서 아동기의 신화(그리고 '신화'라는 정치적인 수사를 더해가면서)를 해체할 필요가 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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