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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다반사

나가수 YB가 7위? - YB를 위한 변명

일단 이 글이 필자가 술을 마시고 쓴 글임을 알려드립니다.


뉴스를 통해 먼저 봤다. 자우림이 1위, 그리고 YB가 7위. 이 사실은 필자의 궁금증을 끌기에 충분했다. 필자가 보기에 지금껏 YB의 노래가 7위를 했으리라고 생각치 않아서이다. 그러나 무대를 본 순간 왜 YB가 7위를 했을 법한가 이해가 갔다. 이 글은 YB가 어째서 7위를 했을까란 자조적인 글이다.

밴드끼리의 스코어보건대 YB가 결코 자우림보다 낮지는 않다. 그러나 먼저 편곡도 음악 평가에 영향이 깊다는 것을 먼저 말을 해 두겠다.

가수로서 나가수를 보건대, 이것은 보컬 경영대회라고 보는 것이 낫다. 그러나 음악 자체를 평가하는 대중의 입장에서 음악은 보컬만 보는 것이 아니다. 더구나 각자의 기량이 이미 마스터 경지에 다다란 그들의 경연은 보컬 평가만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보컬끼리의 기량을 가늠할 수 없기 때문에 곡 선곡과 편곡이 중요해지는 것 같다.

그런 면에서 다른 가수들은 자신이 소화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 다양한 버라이에이션을 시도했다. 이는 관객으로 하여금 참신한 모습과 함께 보컬의 기량을 함께 즐길 수 있었다. 편곡과 무대 플랜에서 가장 즐거웠던 것은 김관우와 박정현이었다. 김관우는 팝핀과 재즈로 편곡한 트롯이라는 새로운 모습을 보여주었다. 이런 리메이크는 필자가 보기에도 아름다웠고 참신했다. 또한 박정현은 어떤가. 그녀는 잘 알려지지 않은 이정선씨의 곡을 편곡하면서 트렌디한 블루스를 선보였다. 이런 스타일의 블루스 편곡은 다른 편곡자가 본받았으면 하는 정도였다. 필자는 이정선씨의 곡을 좋아한다는 다소 편견적인 입장에 있기도 하지만 그녀는 이정선을 뛰어 넘어 전혀 다른 곡을 만들었다. 말마따나 그녀는 박정현 신곡을 발표했다고 부를 만큼 즐거운 편곡을 시사했다.

그러나 YB는 어떤가? 그의 플레이는 즐거웠다. 그렇다. 좋은 무대였다. 그러나 어째서 7위였는가? 그것은 엄밀히 말하자면 가수의 기량의 영향이 아니라 편곡의 차이다. 기획자로서, YB의 편곡는 아쉬웠다. 왜 아쉬웠느냐? 일단 장르가 달랐다. 나가수의 콘서트가 하나의 디너쇼로 비유해 보자. 메인 테마의 디너는 가장 화려하고 가장 아름다운 것이 나와야 한다. 그러나 YB는 어떤가? YB의 편곡은 자유롭게 즐거운 밴드 플레잉을 연출했다. 그러나 번짓수가 틀렸다. 관객들이 저녁 식사에 초대된 손님이라고 보았을 때 가장 기대하는 것은 메인 디너다. YB의 음악은 정결했다. 그리고 훌륭했다. 그러나 사운드와 편곡의 화려함에서 YB의 장르는 메인 디너라기 보다는 에피타이저나 디저트에 가까웠다. 장르는 잘못 선택했던 것이 YB의 가장 큰 오산이 아니었을까 생각한다.

만약 당신이 연어 스테이크를 먹으러 갔는데 에피타이저로 맛 본 스프를 기억할 수 있을까? 란 것이 필자의 질문이다. 다른 가수들이 선보인 음악은 메인 디너에 알맞게 화려하고 즐거운 음악들이었다. 이는 말 그대로 편곡의 의도 차이였다. 애초에 YB의 편곡은 언플러그드였다. 언플러그드 특유의 조촐한 사운드는 다른 사운드에 비해 화려함에 없었다. 다만 그 장르의 아름다움이 있을 뿐이었다. 그러나 에피타이저가 아무리 훌륭해도 메인 디너를 따라잡을 수 없는 법. YB의 음악은 에피타이저로서 훌륭할 뿐이었다.

자우림이 1위를 했었다는 것에는 또 다른 변수가 있다. 편곡이 모든 것이었다면 차라리 박정현이 1위를 했을 법하다. 이는 1위는 편곡으로만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입증하는 하나의 사례다. (왜 자우림이 1위였는가는 다양한 이야기가 있을 것이다. 이 이야기는 감히 필자가 다룰 수 없는 분야인 것 같다.)  어쨋거나 보컬이 내뿜는 카리스마와 곡의 일치성, 관객에게 주어지는 영향을 보았을 때, 자우림은 1위를 쟁탈하기에 손색이 없었다. 하지만 YB가 7위를 했다는 것은 다른 이야기라고 말하고 싶다. 언프르그드의 편안함, 흡사 연습실에서 함께 즐기는 듯한 YB의 모습은 순위를 매길 수 없게 즐거웠다. 오히려 다른 가수들이 누구나 즐길 수 있는 히트곡을 자신의 노래로 삼은 반면, 박정현과 YB가 빛날 수 있는 이유는 그것이었다. 한편으로 박정현이 부른 노래는 잘 알려지지 못한 노래였지만 편곡의 효과로 높은 흡입감과 화려함이 있었다는 것. 다만 YB의 편곡 의도 자체가 편안하고 밴드 자체가 즐기기 위한 노래였다. 보다 화려하고 즐거운 무대를 기대했던 관객들에게 이는 마이너스 요인은 아니지만 넘버 1로 뽑기엔 장르가 다르다는 것을 말하고 싶다. 마치 레스토랑에서 아무도 에피타이저를 메인 디너보다 높게 쳐주지 않듯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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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상 그렇지만 나가수는 필자에게 즐거움을 줍니다. 새로운 노래가 아니라 지나간 노래를 재해석하고 요즘 어린 세대에게 다양성을 '세련되게' 마련해주는 점에서 나가수와 같은 프로그램은 필요하다고 봅니다. 최근까지는 오디션 프로그램이 이와 같은 역활을 해냈지만 편곡과 기량면에서 보다 즐거움을 주는 가수들이 예전 노래를 다시 부를 수 있다는 점에서, 이는 젊은 문화소비계층에게 다양한 예술계층의 지평을 알려준다는 점에서 매우 고무적인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나가수 화이팅! 예술은 유행과 무관하지 않지만 아름다움은 영원성을 획득하고 있다고 믿는 필자의 소견입니다.